1502[be rescued]달려라 복주

by 고보협 posted Feb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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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 rescued: 가족도 생겼어요

달려라 복주


글 사진 한국고양이보호협회  감자칩




“나를 때리지 말아주세요…, 나를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나는 아무 힘이 없는 걸요....”

여기, 가련한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이 고양이는 누구나 사랑스러워할만한 뛰어난 외모를 갖고 있다. 풍성하고 빛나는 긴 털, 보석 같은 큰 눈, 볼록한 볼. 아기 속살보다 더 보드라운 털 그리고 인형보다 더 완벽한 비율의 얼굴을 가진 페르시안 친칠라다. 그런데 이 고양이가 예쁜 친칠라로 태어나 오줌 지리는 학대묘가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난 인형이 아니에요

중년의 남자는 이혼을 요구하는 부인과 더 이상 아버지를 전처럼 따르지 않는 딸들의 마음을 돌릴 목적으로 인형 하나 선물하듯 이 고양이를 펫샵에서 80만원에 사왔다. 남자의 생각처럼 아이들은 고양이를 좋아했고 그 맑고 사랑스러운 미소로 곧잘 아버지를 바라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미소의 대상이 자신이 아닌 고양이라는 걸 느낀 남자는 이 고양이를 쓸모 없어진 인형 취급했다. 80만원이나 하는 고양이를 사줬음에도 아내가 계속 이혼을 요구하자 치밀어 오르는 분노감을 고양이에게로 표출했다.

고양이를 들어 벽에 던지고 바닥에 나동그라져 바둥거리는 고양이를 발로 걷어 찼다. 고양이를 예뻐하는 아이들이 보고 있다고 해서 그 행동이 멈춰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그날도 학대는 계속 되었다. 다리 하나가 부러지고 나머지 한쪽 마저 부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고양이를 내리 발로 찼다.

 “고양이가 안움직여요. 누운 채로 똥오줌을 흘리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동물학대를 하는 아버지를 더 이상 얘들에게 보여주면 안 될 것 같아요. 

와서 고양이 좀 데리고 가주세요.” 수화기 속 여자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복주1.jpg




 아파요, 아프다구요

“그 놈의 피난권….”

이 사건을 진행하면서 다시 한 번 인간중심의 대한민국 동물보호법에 답답함이 밀려왔다. 2006년 많은 동물단체와 시민들의 요구로 ‘동물에 대한 피난권’이 마련되었다. 그렇지만 피난권을 인정받으려면 생명이 위급한 정도의 상해를 입어야 하고 또 피난권으로 격리시킨다 해도 결국 주인이 원하면 돌려 보내야 하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법이었다. 피해를 당한 동물에 대한 정말 최소한의 배려만 있을 뿐이었다. 

현장에 도착하니 고양이가 방 한 편에서 홀로 죽은 듯 누워 있었다. 학대에 이어 이번엔 방치였다. 동물학대로 고발하고 싶은 마음을 굴뚝 같았다. 그러나 자칫 이 가여운 고양이를 눈앞에 두고도 구조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까봐 소유권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가족들을 설득해 나갔다.  

병원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이 고양이는 숨 소리 조차 내지 않았다. 몸을 만지고 불러봐도 두 눈동자는 미동 조차 없었다. 진료 차트에 이 고양이를 등록시키려면 이름을 필요했다. 우리는 복의 주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간절히 담아서 ‘복주(福主)’라고 불렀다. 

복주2.gif




꼭 살아야 하는 걸까요

엑스레이 촬영을 마친 원장 선생님이 심각한 얼굴로 호출했다. 

“뒷 다리 모두 골절됐고 골반뼈까지 나갔어요. 뼈가 전무 잔금 투성이입니다. 복주…, 학대 고양이 맞죠? 상태가 너무 심각해요. 위는 오랫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해서 비어 있고 탈수도 너무 심합니다.”

수술을 최소한 세 번으로 나눠서 해야 하고 대수술이라 마취 후유증이 있을 수 있으니 텀을 두고 해야 한다는 말이 이어졌다. 뒷 다리 하나는 골절과 인대파손이 심각해서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게 정녕 태어난 지 5개월 밖에 되지 않는 어린 고양이가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란 말인가. 

복주는 늘 멍한 표정으로 사람을 쳐다봤다. 1차 수술 후 식욕은 좀 돌아왔지만 학대 트라우마 때문인지 남자 선생님들만 나타나면 엎드려 고개도 들지 않았다. 손만 닿아도 비명을 질렀고 큰 소리에는 오줌을 지리기도 했다. 발을 딛고 일어설 수는 있었지만 걸으려고만 하면 두 다리가 꽈배기처럼 꼬여 이내 풀썩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늘 앉은뱅이처럼 다리를 끌며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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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대로 ‘복주’예요

인간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몸과 마음에 남겨진 지독한 상처. 그런데 이런 복주에게도 마음을 열고 싶은 사람 한 명쯤은 있었나 보다. 특별히 복주를 예뻐했던 C 선생님이었다.

2차 수술까지 무사히 마친 복주는 몇 발짝 안 되었지만 그 걸음걸이가 확실히 전보다 안정되어갔다. 자신이 걸을 때마다 박수치며 환호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기에 넘어져도 다시 걸으려 애썼는데, 특별히 C 선생님이 있을 때는 더 애쓰는 것 같았다. 구조되고 4개월쯤 지나자 복주는 C 선생님과 눈만 마주쳐도 갸르릉 거렸고 그녀의 품만 좋아했다.  

3차 수술까지 마친 복주는 고보협 자문변호사로 일하시는 분의 집에서 잠시 거주했다. 푹신한 이불에 감동하고 보드라운 모래가 좋아 어쩔 줄 몰라 했다.  쉼터 휘루네에서 먼저 온 고양이 두 마리와도 잘 지냈다. 

복주가 정기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에 방문했을 때다. 복주는 C 선생님을 보자마자 강아지처럼 달려가 주변을 빙글 빙글 돌며 무한 애정을 표시했다. 선생님도 계속 복주가 눈에 밟혔다고. 어릴 적부터 아프리카의 아픈 동물들을 치료해주는 게 꿈이었던 C 선생님에게 복주는 더 이상 장고를 거듭해선 안 될 고양이였다. 

입양이 서둘러졌다. C 선생님의 부모님 그리고 유기견이었던 멍뭉이, 유기묘였던 방방이와 동동이가 복주를 반겼다. 새로운 가족들의 환대 속에서 복주는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살폈다. 원래 이곳에 살았던 고양이처럼 복주는 당당하고 밝았다.  그것은 복주가 행복해질 조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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