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너무도 혹독하게 추웠던 어느 날,
스스로 저를 따라왔던 길냥이, 장수(오래 살란 뜻과 남자아이라서 튼튼하란 뜻)의 이야기입니다.
코를 잡게 만드는 악취, 떡져서 한 뭉큼된 털, 피와 침 범벅인 입, 똥범벅인 손과 발.
정말 장수의 몰골은 내일 죽는대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처참했습니다.
냄새 때문에 사진도 가까이 찍지 못할 정도였지요.
곧 죽을 것 같아 영하의 추위만 피하라고 창고방에 불 넣어주고
강아지 집을 하나 내줬습니다.
다음날 죽지 않은 게 다행이랄까, 불행이랄까ㅠ
도저히 안돼서 동네병원을 데려가서 피검사, 키트검사와 더불어 검사를 하니
궤양까지 생긴 심각한 구내염, 그리고ㅡ복막염 의심.
극심한 탈수와 영양실조, 3키로의 몸무게. (현재 5.2키로)
수액과 비타민, 영양제 맞고 다음날 퇴원.
집에와 처방식 습식사료를 주니 아파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미친듯이 먹는
장수를 보면서 돈이 무언가, 세상에 생명보다 더한 가치가 뭔가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날 5끼를 먹고도 더 달라고 냐옹거리며 잠이 들었습니다.
그후로 2달, 고용량의 스테로이드와 여러 약을 먹여봤으나 전혀 반응이 없었습니다.
하루.... 캔 값 만원, 약값 만원, 한달에 두번 검사비에 제 통장은 거덜이 나고 있었습니다.
통장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장수가 있는 방을 열어보는 일이 더욱 괴로웠습니다.
장수는 종일 피와 침을 질질 달고 울고 있었습니다.
밥때가 되면 밥 달라고 냐옹은 거리지만, 밥 한번 먹으려면 몸부림을 쳐야했습니다.
비명과 함께 몸부림이 심해지는 날에는 밥을 먹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날은 계속 울었습니다.
살려고 몸부림 치는 장수를 보면서 다른 목숨에 대해 쉽게 생각했던 제 자신을 반성했습니다.
하루에 서너번 청소를 해도 온 방 안은 장수 피와 침으로 가득했고,
방석과 집은 번갈아 가며 매일 두 개씩 빨았습니다.
힘든 일을 마치고 장수 방을 치우고 나면 그날, 밥주러 가지 말껄 후회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고양이보호협회에 글을 올렸습니다.
너무도 감사하게도 장수를 치료지원해주시기로 하셨고, 바로 그 주 토요일 협력벙원으로 갔습니다.
그 병원은 저도 잘 아는 유명하고 큰 병원이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어찌나 친절하시던지, 장수가 난장판을 쳐서 집기를 다 부셨는데도
화는 커녕 감싸주셨습니다.
오히려 장수가 치료 받고나면 어디로 가는지, 누군가 잘 키워주시는지 걱정해주셨습니다.
정말 너무도 감사해서 눈물이 어찌나 나던지, 주책스럽게 질질 짜면서 진료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 전발치를 했습니다.^^
이빨을 뽑는다고 다 낫는 건 아니라지만, 그래도 많이 호전되고 지금의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니라 들었습니다.
더더욱 다행인게 복막염 의심이 정말 그냥 의심일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화요일 장수가 좋아하는 습식캔을 곱게 갈아서 체에 내려서 병원으로 가져갔습니다.
수술을 후, 입원실에 있는 장수의 사진을 올립니다.
처음에는 엄청 경계하더니, 저희 어머니가 장수야~ 하시면서 쓰다듬으니 눈빛도 순해지고
발라당 누워 배를 보여줍니다. 밥 주는 사람 목소리를 아는 거지요.^^
그리고 제가 가져간 걸 주니 너무도 먹고싶어 하는데 아직은 아파서 잘 먹지 못합니다.
퇴원한 후, 다시 장수의 소식 올리겠습니다.
고보협 운영자분들, 그리고 이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