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 & people
고양이의 보은
뽀짜툰 채유리 작가
채유리 작가에 대해 설명하지 않겠다. 궁금하다면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뽀짜툰’을 검색하길 바란다. 프롤로그나 첫 호부터 읽을 필요도 없다. 아무 거나 마음에 드는 회차를 골라서 읽는다. 그래도 재밌고, 그래도 감동적이라 괜찮다.
다만 주의해야할 점이 두 가지 있다. 웃다 숨 넘어갈지도 모르니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각별히 조심할 것, 그렇게 정신 나간 사람처럼 낄낄대다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짓게 될 수 있으니 반드시 혼자 있을 때 볼 것.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글 하나 그림 한점마다 무한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게 뽀짜툰의 매력이고 고양이 만화작가로서의 그의 내공이다.
Q. 시즌 4를 끝으로 뽀짜툰이 벌써 80화를 맞이했더군요. 축하드립니다. 뽀짜툰이 오래 시간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요즘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높잖아요. 이런 흐름과 맞물리지 않았나 싶어요. 10여년 전부터 끄적끄적 고양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고양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참 많이 달라진 듯 해요. 그리고 실생활 위주의 웹툰이라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 원동력으로 저도 계속 그릴 수 있었던 것 같고요.
Q. 웹툰의 인기에 힘 입어 단행본까지 출간되었는데요. 1, 2권은 어떻게 다른가요. 작품 소개 좀 해주세요.
A. 1권은 네 고양이들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10년 간 살아온 여정이 주로 담겨진 책이구요, 2권은 본격적으로 냥이들과 살면서 생긴 에피소드 위주로 구성되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또 단행본에는 웹툰에서 소개되지 않은 미공개 에피소드도 삽입되어 있는데요, 1권에선 10여년 전 잠시 저희 집에 있다가 입양보냈던 업둥이 이야기가 담겨 있고 2권엔 케냐여행 때 만났던 동물들 이야기가 사진 에세이 형식으로 담겨 있습니다.
Q. 보통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합니다. 작가님은 뽀짜툰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으셨는지요.
A.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땐 별 뜻이 없었어요. 그냥 육묘일기 쓰듯이 재미난 에피소드를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을 뿐이었어요. 그런데 몇 년 그리다 보니 책임감이란 게 생기더라고요. 그냥 마냥 귀여운 고양이 이야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죠. 생명을 키우는 데 필요한 책임감을 강조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 고양이뿐 아니라 생명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틈틈이 하게 되더라고요. 동물복지에 관한 그런 것들 말입니다. 뽀짜툰을 그려오면서 저 스스로의 생각도 많이 변화하고 자라났던 것 같아요.
Q.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군요.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A. 내 고양이와 다를 바 없는 닭, 돼지, 소, 라쿤, 토끼 심지어 작은 벌레까지 그들의 삶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함부로 해도 되는 생명은 그 어떤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이 부분에서 가장 큰 성장이 있었던 듯 해요. 이런 주제로 연재를 한 적 있는데 불편해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렇지만 뽀짜툰이 동물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그리는 웹툰이잖아요. 삶 속에는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도 있고 반대로 마음 아프고 불편한 부분도 있을 수 있어요. 어느 한쪽 면만 표현하고 보여주고 싶진 않아요. 아주 오래 전부터 해온 생각인데 지금 같이 살고 있는 가족들 뿐 아니라 오래 전 함께 했던 가축들의 이야기도 한 번씩 다뤄보려고 해요.
Q. 확실히 작품에는 작가님의 동물 사랑이 묻어나옵니다. 뽀짜툰이 길고양이와의 공존이나 사회적 인식변화, 생명존중과 같은 부문에서 어떤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지요.
A.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나 두려움을 갖고 있던 분들이 제 만화를 보며 극복하게 되었다는 얘기들을 가끔 들어요. 그냥 그런 변화들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요. 제 독자 분들이 고양이 뿐 아니라 다른 생명에 대해서도 편견 없는 시선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네 마리 고양이와 나는 000한 관계이다’ 또는 ‘네 마리 고양이는 내게 000한 존재다’ 라고 말해본다면요. 고양이가 작가님 인생에 무엇을 남기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가족이죠. 아주 고마운 녀석들이고요. 녀석들 덕분에 웹툰작가도 되었고, 녀석들 덕에 돈도 벌고 있고, 녀석들 덕에 인터뷰도 이렇게 하고 있고요. 저는 참 고양이 덕을 많이 본 사람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들 가까이서 살았지만 오롯이 저의 책임 하에 있는 동물은 얘들이 처음이에요. 이 녀석들과 함께 살면서 다른 동물에 대한 시선도 자라났고요. 채식주의까지는 아니지만 육식도 자제하게 되었고 동물복지에도 관심 갖게 되었어요. 아무튼 저에겐 복댕이들이네요. 귀한 것들을 깨닫게 해준.
Q. 짜구, 뽀또, 쪼꼬, 포비는 어떻게 만났고 성격은 어떤가요. 소개 좀 해주세요.
A. 짜구, 뽀또는 2003년 봄, 대구 어느 골목에서 발견된 업둥이들이에요. 그러니까 친자매죠. 친구가 발견한 아기들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제가 키우게 되었어요. 두 녀석은 가끔 허당(헛방)을 잘 치고요. 삼색이 쪼꼬는 그 다음해 봄, 아는 동생이 회사창고에서 발견했어요. 잠시 인공수유하는 동안만 맡아 주겠다고 한 게 셋째로 눌러앉게 되었죠. 조용하고 얌전한 전형적인 고양이 이미지지만 밥은 참 전투적으로 먹어요. 막내 포비는 2009년 가을, 동네를 산책하다 담벼락 위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고립돼서 빽빽 울고 있길래 구조해와서 입양보냈으나 5개월만에 파양되어 제 막내로 눌러 앉았지요. 의의로 성격은 깔끔하고 행동도 날렵하지만 엄청 털을 날리고 다닙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뽀또, 쪼꼬, 짜구, 포비.
Q. 오래 고양이와 살다보면 고양이를 닮아가기도 하는데 작가님은 어떠신가요.
A. 원래 체질적으로 고양이와 닮은 부분이 꽤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고양이에게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어요. 좀 게으르고 잠도 많고요. 조용하고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좀 그런 성격이에요. 외향적인 분들은 개를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던데, 전 좀 내향적인 성격이라 그런지 고양이 쪽이 더 잘 맞는 듯 해요. 물론 개도 무지 좋아합니다. 여담입니다만 기회만 되면 개와도 함께 살고 싶어요. 아파트에 살고 있고 또 이미 묘구수가 많은지라 지금은 참고 있지요.
Q. 뽀짜툰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A. 2003년 뽀또, 짜구와 함께 살면서 재미난 에피소드를 짧은 카툰형식으로 그려 홈페이지에 올리던 게 시작이었어요. 그냥 혼자 웃고 넘기기엔 넘 아깝고 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계속 하게 되었네요. 그리고 2년 전부턴 운 좋게 정식연재도 하게 되었고요.
Q. 앞으로 계획도 말씀해주시고 시즌 5 예고도 좀 해주세요.
A. 그동안 너무 집에서만 생활한 것 같아서 이참에 틈나는 대로 여행을 좀 해볼까 합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국내여행을 좀 다니면서 여행웹툰을 짧게나마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동물 이야기만 계속 하다보니, 다른 이야기도 좀 하고 싶어져서요. 여행웹툰을 그릴려면 우선 두어달 정도 준비기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다음 시즌은 올 하반기 중에 다시 시작할 생각이에요. 올 봄엔 좀 더 넓은 집으로 온 식구가 이사를 갈 계획도 있어요. 시즌 5에선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