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뒤가 국립묘지 야산인데요...
거기 사는 야생 고양이 몇마리를 돌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진 속의 '토리'란 녀석이 3~4일 보이지 않더군요.
늘 같은 곳에서 놀고 밥먹던 고양이가 어느날 모습을 감추는 일은 몇번 겪었던지라 허전한 마음으로 그저 다시 볼 수 있길 바라고 있었는데요...
4일째 되던 날 저 멀리 산 어디쯤에선가 절박한 울음소리가 계속 들리더군요.
예감이 이상해 야산을 헤매 다니다 아래 사진과 같은 구덩이(??)정확히 명칭을 모르겠네요)를 발견해서 들여다 보니 녀석이 안에서 울고 있더군요.
둘러보니 호기심 많은 요녀석이 물이 빠지는 구멍을 통해 기어들어갔다가 경사로로 굴러 떨어진 후 뚜껑이 닫혀 있어 자력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고 3~4일을 갇혀 지낸 거였답니다.
위에는 거대한 철창 뚜껑이 덮여 있고 그걸 들어내지 않는 한 도저히 빠져나올 출구가 안보이더군요.
그런데 뚜껑이 어마무시하게 커서...어 저 혼자 힘으론 꿈쩍도 하지 않더라구요.
주변에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고 가족 중에 힘쓸(?) 사람도 아무도 없고 ...안절부절 주위만 맴돌면서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더군요...
일단 배고플 걸 생각해 가지고 있던 간식캔 내용물을 구멍사이로 떨어뜨려 주자 걸신들린 듯 먹더군요...가엾은 것이...
결국 노쇠한 - -;;부모님을 불러와 세사람이 젖먹던 힘을 다해 철창 뚜껑을 옆으로 밀고 구출에 성공했습니다
저와 저희 어머니는 손까지 다치고...
빠져 나온 녀석은 매우 통통했었는데 그 사이 고생을 해서 젖살이 쏙 빠져 있어서 놀랐답니다
게다가 7~8개월 된 냥이답게 천방지축 까불던 녀석인데 성격이 좀 어두워 진 것 같은....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저는 이날 '토리'가 우는 소리를 처음 들었습니다
녀석이 그 멀리까지 들릴 정도로 울어댔던 건 저도 혼신의 힘으로 살려달라고 외쳤단 걸 알았습니다...
울음소리를 듣지 못하고 가끔 그랬듯 또 고양이 한마리가 안보이는구나 하고 쓸쓸하게만 생각했더라면 녀석은 조금 더 버티다 무지개다리를 건넜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근처에서 절박한 고양이 울음소리가 계속 난다면 예사로 듣지 마시고 한번쯤 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살펴 봐 주세요...
홀로 외로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냥이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