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5 [I'm a CAT MOM] 우리집 고양이 이름에 관한 잡담

by 고보협 posted May 2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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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 a CAT MOM

우리집 고양이 이름에 관한 잡담
 

글 사진 한국고양이보호협회 정회원 명랑마루 김현경









3년 동안 일곱마리의 고양이와 살았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도 있고, 몇 주동안  임보했던 아이들도 있다. 이 중 네마리는 우리가 이름을 지어주었고, 한 녀석은  스스로 이름을 골랐다. 나머지 둘은 원래 불리던 이름을 계속 사용했다. 


하루에 수십번 이름을 불러 제끼다가도 가끔 궁금해진다.  너넨 이름 부르면 알아듣는거야? 그냥 쳐다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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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우리집 고양이 이름>





너무 흔한 이름을 지어줘서 미안


우리집 첫째의 기구한 팔자를 소개하겠다. 누군가의 집에서 따숩게 지내다가 한 살이 좀 지났을 때 재개발 동네의 버려진 길고양이가 되었다. 사람을 좋아해서, 사람만 보면 쫓아가 애교를 부리다가 아저씨에게 맞아 다리가 크게 부러졌다. 그러고서도 사람이 보이면 부러진 다리를 질질 끌면서 달려갔단다. 전화위복이라고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마을 주민이 고보협에 신고해서 구조가 되었다. 구조되었을 땐 바둑이라고 불렸고, 두차례 대수술을 받은 병원에서는 점돌이라고 불렸다. 입양되기 무지 어렵다는 성묘 젖소고양이. 타이밍도 절묘하게 젖소고양이를 입양하고 싶어했던 우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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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고양이 잡지에 실린 마루 이야기>


그리고 드디어 "마루"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되었다. "마루"라는 이름은 부르기도 쉽고, 들을 때 느낌도 좋았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았지만, 한국에도 일본에도 "마루"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강아지가 너무 많다는 것. 동물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다보면 또 다른 마루의 이름이 불린다. 그럴 때마다 우리 마루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 사람 이름으로 치자면 “지혜” 정도? 친구 중에 꼭 한명은 있지 않나?








마루와 마당이 있는 집


마루가 온지 3개월쯤 되었을 때 갑작스럽게 둘째를 입양하게 되었다. 대형 케이지 안에서 엄마와 구조된 여섯 아가들이 올망졸망. 태어난지 두달이 좀 지난 올블랙 고양이들이었다. 여섯 중 우리 딸래미가 된 아이는 당췌 얼굴을 들지 않아서 미모는 알 수가 없었고, 안고 있으면 계속 낑낑 소리쳐대는 반항아 스타일이었는데, 그 모습이 왠지 끌려 입양을 결정하게 되었다. 집에 와서 보니… 정말 못생겼다!


은근 개성있는 우리 딸래미를 위해 흔하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인 이름을 붙여주려 했다. 오빠 이름이 마루니까, 동생도 "마"자 돌림으로. 마침 "마당"이라는 이쁜 이름을 생각해 냈다. 좁은 원룸 오피스텔을 단숨에 “마루”와 “마당”이 있는 집으로 만들어 버린 마법같은 이름! 미모는 4명 중 4등이지만, 이름은 단연 1등이 아닐까 싶다. 이름 덕인지 마당이는 나날이 이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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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이 지지리도 없었던 아이


마루와 마당이의 마술 덕분에 우리는 곧 오피스텔에서 아파트(무려 마루+방이 2개)로 이사했다. 공간의 여유가 있으니 임보를 할 수 있겠다 생각하던 차에 기회가 생겼다. 이미 입양처가 정해진 아이였는데 2주 동안은 사정상 우리집에 머물러야 했다. 


하얗고 우아한 품종묘는 구조되면서 “복주”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지금까지는 지지리도 복이 없었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학대인지 사고인지 모호한 골절상을 당해서 큰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마루는 대수롭지 않게 복주를 맞이했다. 마당이는 복주를 보자마자 기절초풍해서 숨었다. 슬금슬금 나와서는 낮은 포복을 하고 복주의 눈치를 살핀다. 복주는 자기가 집주인냥 침대 한가운데를 차지해 눞거나 온 집안 구석구석을 활기차게 돌아다녔다. 하루가 지나니  마당이도 적응을 하고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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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가 지나고 새 집으로 떠나면서 영영 못볼 줄 알았던 복주는 3시간만에 다시 우리집으로 보내졌다. 뭔가 일정이 꼬여 우리집에서 1주일을 더 있어야 된단다. 다시 돌아온 복주는 처음보다 갑절로 반가왔다. 안으면 참 가벼운 복주. 발랄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아픈 기억은 이제 다 잊었나부다 싶지만, 안고 있는지 아닌지 모를만치 가벼운 복주의 몸은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1주일의 뽀너스 임보를 마치고 복주는 정말로 자기 집으로 떠났다. 이제는 많이 토실토실해졌겠지.     






운이 지지리도 없었던 아이


새 친구가 오더라도 마루, 마당이가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잘 지내는 것을 보고 임보에 자신감이 붙었다. 두번째로 우리 집에 잠시 머물게 된 아이의 이름은 “행운”이.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자랐고 주인을 따라 한국에 왔지만, 사정상 동물병원으로 보내져 그 곳 작은 케이지 안에서 몇 년을 살았다고 한다. 네덜란드에 있었다면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놀았을텐데, 병원 케이지 안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동안 몸집도 많이 줄어들었단다. 오묘한 회색 빛깔의 젖소고양이. 생김새도 이국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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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젖소 고양이의 만남>

 

케이지를 벗어난 행운이는

말 그대로 잘 먹고, 잘 놀았다.

카리스마 있는 외모와 달리

애교쟁이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입냄새가 심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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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고보협 협력병원으로 보내졌다. 검진 결과 이를 몽땅 빼야한다고. 수술 후 며칠 입원이 필요했지만, 병원을 극도로 싫어하는 행동을 보여 곧 우리집으로 왔다. 이가 없어도 행운이는 개의치 않는 듯 했다. 오히려 앓던 이를 다 뺀 행운이는, 새로운 날을 위해 부리, 발톱, 깃털을 다 뽑아버린 독수리처럼 초탈해보였다. 이제 이름처럼 행운이 시작되려나.  임보한지 한달 반 즈음이 지나서 좋은 엄마와 형을 만났다. 우선 한번 보겠다며 우리집을 방문한 두 분은 행운이와 1시간여를 보낸 후 입양을 결정하고, 행운이와 함께 우리집을 떠났다. 


작년 연말 고보협의 2015년 캘린더에 행운이가 모델로 등장했다. 그 새 예쁜 여동생이 생겼다고 한다.    


 



마을 & 마음 


한달 쯤 후에는 사연많은 복주나 행운이와는 다르게 세상 물정 모르는 발랄한 아기고양이 둘을 임보하게 되었다. 태어난지 한 달이 좀 지난 턱시도와 고등어태비 자매. 일단 작은 방에 격리해서 지켜보며 새 공간에 익숙해지길 기다렸다. 


그리고 당분간이지만 우리집에서 부를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만약에 셋째를 입양하게 되면 붙여주려고 진작에 지어놓은 이름이 있었다. “마을”이. 실제로 불러보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이름이었다. 마루  마당  마을, 순차적으로 넓은 공간으로 확장되는 배열의 완벽함이라니. 고등어태비에게 “마을”이라는 이름을 줬다. 어차피 셋째를 입양하는 일은 없을테고, 빨리 마을이라는 이름을 불러보고 싶어서였다.  턱시도 공주님의 이름은 즉석에서 “마음”이로 결정했다. “마음”은 “마을”보다 더 넓지 않을까. 


마을이와 마음이는 상처없는 영혼을 가진 듯 보였다. 몸도 아픈데 없이 건강했다. 버림받았던 마루나 몸이 부서진 복주, 케이지에 갇혀 이가 다 녹아내리는 고통을 겪은 행운이와는 그냥 달랐다. 모든 고양이가 처음에는 다 마을이 마음이 같았을텐데. 게다가 마당이처럼 갑자기 가족과 헤어져 혼자가 된 스트레스도 겪지 않았다.  자매가 같이 있으니까 외로울 틈이 없어 보였다. 둘이 하루종일 우다다. 마루와 마당이가 같이 놀고 싶어도 당췌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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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양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을이 마음이가 꼭 같은 집으로 갔으면 싶었다. 그런데 정말로 그렇게 되었다. 우리집에 온지 한달여만에 더 좋은 집으로 “함께” 입양되었다. 더 멋진 이름도 생겼다.
 [입양후기 아띠와 루카 새이름도 지어주고 조금씩 친해지고 있어요]




향기로운 마을 a.k.a. 잔달


지난 1년 동안 네 명의 게스트들을 번갈아 대접하느라 마루 마당이 눈이 퀭해진 것 같았다. 당분간은 마루, 마당이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켜주고 싶었는데, 특별한 인연이 생겼다. 비가 엄청 내리던 날, 새끼 고양이가 안국동 어느 빌딩 벤치 아래에서 이틀 동안을 대차게 울면서 구조를 기다리다가 우리를 만났다. 우리가 처음으로 구조하게 된 고양이다. 병원에서 탈수 등 몇가지 처치를 받으며 입원해 있다가 마을, 마음이가 짐싸서 나가자 마자 우리집으로 들어왔다.


몸집으로 봐서는 태어난지 두달 정도 된 것 같은데, 워낙 못 먹어 부실해진 탓에 정확한 연령을 알기는 힘들다고 했다. 새끼손가락 한마디 만한 꼬리는 태어날 때부터 기형인 듯 싶다. 어쩌다 엄마를 잃어버렸니? 놀라서 우왕좌왕하는 대신 한 자리에서 이틀 동안 열심히 구조를 요청하여 스스로를 구한 용맹한 아이에게 잔다르크의 이름을 딴 “잔달”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두 손으로 잔달이의 몸을 감싸안으면 뼈가 그대로 만져졌다. 또래의 마을, 마음이는 임보 온 다음 날부터 온 집을 뛰어다니며 놀았었는데, 잔달이는 3일 동안을 침대 밑에서 숨어지냈다.  설사도 계속 했다. 갑자기 열이 나기도 했다. 항문낭과 구내염으로 냄새가 났다. 이런 저런 잔병치레를 하느라 임보한지 3달이 지나서야 예방접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잔달이는 치즈태비이다. 젖소 마루, 올블랙 마당이 사이에서 혼자 튀는 비주얼. 마루는 잔달이를 아빠처럼, 오빠처럼 보살피고, 귀찮은 기색없이 놀아주었다. 잔달이가 꼬리잡기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열심히 꼬리를 흔들어 주었다. 마당이와 친해지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마당이가 워낙 신중해서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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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잔달이는 임보하는 고양이였는데, 2014년 10월말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인연이다 싶었다. 한번은 잔달이를 입양할까 망설이는 지인이 잠깐 임보해 보기로 했었는데, 이 이야기를 하자마자 잔달이가 열이 펄펄 나고 다리를 절뚝이며 아프기 시작했다. 결국 지인에게 임보하려던 계획은 취소되었다.  잔달이는 마루가 잠시 넥칼라를 하고 있는 동안 열심히 마루의 얼굴을 그루밍해주고, 자꾸 피하는 마당이에게도 끊임없이 말을 걸면서 그렇게 가족이 되고 있었다.  


가족이 되고 나니 이름이 문제가 되었다. 원래 세째는 마을이로 부르기로 했었는데, 임보하는 고양이라 생각하고 잔달이라는 이름을 지었기 때문이다. 잔달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마을이라는 이름을 써야하나? 며칠을 고민하다가, 잔달이에게 직접 선택하시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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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 “잔달”이라는 이름 위에 사료를 얹어두었다. 먼저 다 먹는 쪽이 그녀의 선택이다.  결과는 “잔달”.


하지만 “잔달”위에 2개 더 많은 사료 알갱이가 놓여져 있었다는 것이 나중에야 발견되었다.   잔달이가 6개와 8개를 비교해서 더 많은 것을 먹었을까?
그렇다면 정말 대단한거다. 절차상 하자가 있었지만, 우리 세째의 이름은 “잔달”이로 결정되었다.
다만, 풀네임은 “향기로운 마을 a.k.a. 잔달”이다.

항문낭 냄새와  구내염을 치료한 후 향기로와진 것을 기념하고, 우리집 세째라는 의미도 담아야 해서.




 

 





마루, 마당, 복주, 행운, 마을, 마음, 잔달
모두 그저 별일없이 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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