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일곱마리의 고양이와 살았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아이들도 있고, 몇 주동안 임보했던
아이들도 있다. 이 중 네마리는 우리가 이름을 지어주었고, 한 녀석은 스스로 이름을 골랐다. 나머지 둘은 원래 불리던 이름을 계속
사용했다.
하루에 수십번
이름을 불러 제끼다가도 가끔 궁금해진다. 너넨 이름 부르면 알아듣는거야? 그냥 쳐다보는 거야?
<사진 - 우리집 고양이 이름>
너무 흔한
이름을 지어줘서 미안
우리집 첫째의
기구한 팔자를 소개하겠다. 누군가의 집에서 따숩게 지내다가 한 살이 좀 지났을 때 재개발 동네의 버려진 길고양이가 되었다. 사람을 좋아해서,
사람만 보면 쫓아가 애교를 부리다가 아저씨에게 맞아 다리가 크게 부러졌다. 그러고서도 사람이 보이면 부러진 다리를 질질 끌면서 달려갔단다.
전화위복이라고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마을 주민이 고보협에 신고해서 구조가 되었다. 구조되었을 땐 바둑이라고 불렸고, 두차례 대수술을 받은
병원에서는 점돌이라고 불렸다. 입양되기 무지 어렵다는 성묘 젖소고양이. 타이밍도 절묘하게 젖소고양이를 입양하고 싶어했던 우리를
만났다.
<사진 –
고양이 잡지에 실린 마루 이야기>
그리고 드디어
"마루"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되었다. "마루"라는 이름은 부르기도 쉽고, 들을 때 느낌도 좋았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았지만, 한국에도
일본에도 "마루"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강아지가 너무 많다는 것. 동물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다보면 또 다른 마루의 이름이 불린다. 그럴 때마다
우리 마루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 사람 이름으로 치자면 “지혜” 정도? 친구 중에 꼭 한명은 있지 않나?
마루와
마당이 있는 집
마루가 온지
3개월쯤 되었을 때 갑작스럽게 둘째를 입양하게 되었다. 대형 케이지 안에서 엄마와 구조된 여섯 아가들이 올망졸망. 태어난지 두달이 좀 지난 올블랙
고양이들이었다. 여섯 중 우리 딸래미가 된 아이는 당췌 얼굴을 들지 않아서 미모는 알 수가 없었고, 안고 있으면 계속 낑낑 소리쳐대는 반항아
스타일이었는데, 그 모습이 왠지 끌려 입양을 결정하게 되었다. 집에 와서 보니… 정말 못생겼다!
은근 개성있는
우리 딸래미를 위해 흔하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인 이름을 붙여주려 했다. 오빠 이름이 마루니까, 동생도 "마"자 돌림으로. 마침 "마당"이라는 이쁜
이름을 생각해 냈다. 좁은 원룸 오피스텔을 단숨에 “마루”와 “마당”이 있는 집으로 만들어 버린 마법같은 이름! 미모는 4명 중 4등이지만,
이름은 단연 1등이 아닐까 싶다. 이름 덕인지 마당이는 나날이 이뻐지고 있다.
복이
지지리도 없었던 아이
마루와 마당이의
마술 덕분에 우리는 곧 오피스텔에서 아파트(무려 마루+방이 2개)로 이사했다. 공간의 여유가 있으니 임보를 할 수 있겠다 생각하던 차에 기회가
생겼다. 이미 입양처가 정해진 아이였는데 2주 동안은 사정상 우리집에 머물러야 했다.
하얗고 우아한
품종묘는 구조되면서 “복주”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지금까지는 지지리도 복이 없었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학대인지 사고인지 모호한 골절상을 당해서
큰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마루는 대수롭지 않게 복주를 맞이했다. 마당이는 복주를 보자마자 기절초풍해서 숨었다. 슬금슬금 나와서는 낮은 포복을
하고 복주의 눈치를 살핀다. 복주는 자기가 집주인냥 침대 한가운데를 차지해 눞거나 온 집안 구석구석을 활기차게 돌아다녔다. 하루가 지나니
마당이도 적응을 하고 잘 어울렸다.
2주가 지나고 새
집으로 떠나면서 영영 못볼 줄 알았던 복주는 3시간만에 다시 우리집으로 보내졌다. 뭔가 일정이 꼬여 우리집에서 1주일을 더 있어야 된단다. 다시
돌아온 복주는 처음보다 갑절로 반가왔다. 안으면 참 가벼운 복주. 발랄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아픈 기억은 이제 다 잊었나부다 싶지만, 안고
있는지 아닌지 모를만치 가벼운 복주의 몸은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1주일의 뽀너스 임보를 마치고 복주는 정말로 자기 집으로 떠났다. 이제는
많이 토실토실해졌겠지.
운이
지지리도 없었던 아이
새 친구가
오더라도 마루, 마당이가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잘 지내는 것을 보고 임보에 자신감이 붙었다. 두번째로 우리 집에 잠시 머물게 된 아이의
이름은 “행운”이.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자랐고 주인을 따라 한국에 왔지만, 사정상 동물병원으로 보내져 그 곳 작은 케이지 안에서 몇 년을
살았다고 한다. 네덜란드에 있었다면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놀았을텐데, 병원 케이지 안이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동안 몸집도 많이 줄어들었단다.
오묘한 회색 빛깔의 젖소고양이. 생김새도 이국적이다.
욜~ 우리 아띠랑 루카의 꼬꼬마시절. 잘 보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도 한참 장난 치다가 제 옆에 늘어져 누워있어요. 길냥이 출신인데 상처없는 영혼 맞아요. 무지개다리 건너갈때까지 상처없도록, 즐겁게 살렵니다.
애들 어릴 적 사진 중에 젖소 오빠한테 부비고 장난치는 것 있었는데, 그 아이의 사연을 읽었네요. 애들이랑 놀아줘서 고맙고 더더욱 행복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