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챙기는 아이들 중, 복덩이와의 인연은 겨울부터였습니다.
처음에는 유독 작아보이고 건사료는 먹지 않고 캔만을 먹는...어딘가 허약해 보이는 정도였는데
어느날부터 침을 흘리며 턱밑이 젖어 있고 밥을 잘 넘기지 못하는 모습에
구조를 결정하고, 통덫부터 치료지원신청까지 마쳤것만...
한달 가까이 나타나지 않는 아이..
애가 탔습니다.
그때 무리해서라도 잡아야했어..
좀 더 일찍 신경 써 주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고...
그렇게 죄책감과 책망이 가슴에 멍으로 남을쯤
언제나 밥주던 곳에 갑자기 나타나 준 복덩이,
다시 사라져 버리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신랑이 미리 준비 해둔 그물망을(경계심이 심해 통덫에는 들어가지 않던 아이인지라) 들고 달려와
구조에 성공.
가까이에서 보니 입에서는 피가 흐르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심한 악취에
그 사이 더 마르고 작아진 몸에 털은 갑옷처럼 떡지고 뭉쳐 이 추위를 어찌 견디었을지...
하루밤을 집에서 보내고
월요일 입원-화요일 검진과 수술.
몸무게 2.6kg.
예상했던대로 치주염과 구내염까지 겹쳐 혀 밑에는 구멍이 났다가 아문 자욱에
아직도 혀밑 염증으로 종기들이 보였으며
편도와 기관지 주변 역시, 벌건 염증이 심했습니다.
아래 송곳니만 남기고 모두 발치.
너무 허약한 몸이라 마취를 잘 견딜지 걱정이었는데 기특하게 잘 깨어나 주었네요.
포획된 밤부터 수술 다음날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는 복덩이..
입원실의 다른 아이들 소리에 더 예민해져 그런것 같네요.
몰골이 말이 아니지요?ㅎ
그래도 널 구조해 치료를 했다는 기쁨에~~~
고보협의 지원 덕분에 우리 복덩이가 그 기나긴 고통에서 벗어나는 시간입니다.
성별도 몰라 선생님께 부탁드려 알아봤습니다.
공주님이라네요~
다음으로는 이내 중성화의 고민...
저 까칠한 아가씨를 방사한 뒤에는, 다시 어떻게 잡나...ㅠㅠ
포획된 밤부터는 오직 우리 부부에게만 쉰 목소리로 대답 해주던 냠~ 소리도 안해주고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이를요.
그리고 발치는 했지만 3kg도 안되는 허약한 몸에
입안의 혀와 기관지 염증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인지라
도저히 그대로 방사 할 수가 없어서, 우선은 잘 먹이고 회복해야 했기에 3일만에 퇴원시키고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집에 다섯아이들 방을 모조리 비우고 비상용 케이지를 이어 넣어주니 조금씩 안정되어가고 있네요.
지금도 감기 기운처럼 숨소리가 거칠고 무언가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나지만
잘 먹고 변도 좋아지고 있네요.
제게도 언제나처럼 대답도 해주지 않고 경계 가득하지만 우선은 잘 먹여서 면역력을 키운 후에
중성화 계획과 방사 결정을 하려 합니다.(구내염증약, 락토페린과 타우린 등 영양제로 치료 중 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유독 마음에 걸렸던 아픈 손가락 같은 아이.
그래서 복 많으라고 촌스럽지만 '복덩이' 복뎅이'라고 지어줬지요.
치료 과정에서 수고 해 주신 운영진 여러분들과 하니 병원 의료진 여러분께 감사드려요.
갑옷처럼 떡져서 하늘을 향해 세워진 털 뭉치와 중성화의 숙제를 잘 풀어 나가도록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