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 억수같이 내리던 비에
평소에 밥주며 보살피던 우리 은박이는 아무런 힘도 없이 뒷 산에서 그 비를 맞고 죽음을 기다렸습니다.
집에 계신 어머니가 저러다 죽겠다고 해서 맨손으로 아이를 잡아 채어 물리기도 하였지만...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물리고 상처난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찾아간 병원에서는 크게 문제 없어보인다고 하셨고 그 말씀을 철석같이 믿곤 구체적인 검사도 하지 않은채
저는 은박이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왔습니다. 비가 그치고 나면 아이를 방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하지만 숨이 거칠어지면서 며칠 뒤 상태가 안좋아져 결국 정밀 검사를 하였고...폐 주변에 고름이 가득차있는
농흉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렇게....7월 26일까지 그 힘든 치료를 견뎌주었습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또 다른 녀석을 구조하면서 범백이 발생하는 바람에...은박이는 집으로 돌아올 수 없었습니다. 그 힘든 치료를 했는데 범백에 전염될까 걱정이 되었죠.
그래서 결국 병원에 더 두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은박이 형제였던 알록이(삼색이)와 대식이도 범백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은박이와 함께 병원에 두게 되었습니다.
농흉 치료를 위해 배관을 꼽는 마취도 하고 수술도 하면서 꼭 저아이를 집에서 키우겠다고...다짐을 하였지만
안아보지도 못했습니다. 혹여 내 몸에 남은 범백으로 인해 힘겹게 생명을 건져낸 저 아이를 또 위험하게 할까...
안지도 만지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병원 원장님이 어떤 한 아주머니네가 고양이 한마리 뿐이라 같은 숫컷 냥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셨고 우리 은박이를 보자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은박이는 입양조차 생각지도 않은 아이죠. 너무나도 가슴 아픈...병원 생활을 한달 넘게 보내게 된 아이라..
제 품에서 기르고 싶었습니다. 가족들과 상의 끝에 현재 집에는 5묘 그리고 은박이 형제 2묘 그리고 범백을 집에 선사한 새벽이라는 냥이..8묘인데...은박이에게 더 많고 깊은 사랑을 줄 수 있을지...그래서 가족들은 우리보다 더 나은 사랑과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가정으로 입양을 보내자고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주 광복절 즘에 은박이는 입양을 갑니다.
살기 위해 제 손에 구조되었고, 제 팔을 야무지게 물어 뜯은 그 녀석은 이제 제 고양이가 아니게 된 거죠.
입양을 결정하고 나서부터 잠자리에 들자면 은박이를 한번도 안아보지 못하고 교감을 나누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처로움이 제 마음 깊이 남아있습니다.
은박이 형제인 알록이와 대식이를 잘 키우면 되는 거겠죠.
참 이쁜 은박이 입니다. 많은 사랑 받고 살라는 의미로 은혜로운 은, 두터울 박이라는 한자 이름까지 붙여주었는데 말이죠. 그래서인지 정말 좋은 곳에 입양을 가게 된 걸까요?
부디 제가 이 아이가 귀찮아서 또 농흉이 재발할까 겁나서 보내는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 은박이가 알아줬으면 합니다.
한번도 안지도 품지도 못한 아이지만 정말 아끼고 사랑했던 아이입니다.
좋은 가정에 좋은 누나와 아빠, 엄마 그리고 형아와 무지개 다리 건널때까지 행복한 묘생을 보냈으면 합니다.
고보협 가족 여러분들도 우리 은박이 앞으로의 인생을 잘 되기를 기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