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상황

얀이 치료 후기

by 은비령 posted Dec 0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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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이와 저의 인연은 2015년 11월에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3개월령의 아가냥 두마리가 편의점 앞에 있는 것을 보고 사료를 챙겨주기 시작했는데 주택가이다 보니 곧 민원의 소지가 되었죠 밥도 주지 말고 추위를 피하게 둔 가림막도 없애라구요

 


어린 녀석들을 반대편 공원으로 유인했고 사람이 볼 수 없는 비석 뒤에서 몰래 돌보았습니다 1년이 지났고 항상 형제처럼 지내던 한마리가 어느날부터 보이지 않게 되자 혼자서 밥을 먹는 얀이가 무척 안쓰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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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치고 가면 항상 새끼와 함께 기다려주었습니다 새끼가 사료를 먹기 시작하자 젖을 떼려고 했던지 어디가 아팠던지 그때부터 마련한 길냥집에 들어가 나오지 않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그저 사료만 챙길줄 알았지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저는 이유를 알 수 없어 너무 걱정되고 갑갑한 심정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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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째 아무것도 (물도, 사료도) 먹지 않는다는 것은 평소 건강한 얀이의 행동에 비추어 볼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저는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아침 출근때면 벌써 일어나 인사를 하는 녀석인데 먹이에 대한 유혹이 없는 이상 통덫을 신청하여 기다리긴 어렵고 얀이의 상태가 위중하여 길냥집 입구에 이동장을 댄 뒤 상자 위쪽을 열어 담요를 덮어 포획했으나 얀이는 이미 도망칠 기운도 없는 상태로 잠시 버둥거리다 잡혔습니다



주말이라 긴급히 인근 병원에 갔으나 고양이전문병원이 아니라는 말만 전해듣고 택시를 타고 죽전동물병원까지 이동하였습니다 (아프고 불안한 상태여서 꺼내어 얼굴을 찍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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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도 흘리고 호홉이 가쁘며 먹지 않는 증상을 살펴보시고 수의사선생님께서 범백 검사를 하셨지만 음성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아팠을지...애타는 심정으로 기다렸는데....

뒤이어 진행된 혈액검사, 엑스레이, 초음파에도 아주 심각한 특이소견은 보이지 않으나 장이 부어 있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급성장염이나 어쩌면 암일 수도 있다고... 일단 얀이를 입원시켜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약간의 항생제와 3일동안 먹지 않아 영양부족 상태니 수액을 맞아 보기로 했죠



다음날 퇴원시키기 위해 들른 병원에서 저는 청천벽력과 같은 상황을 마주하고 지옥에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얀이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동공이 위아래로 흔들리고 기운이 없어 쓰러지며 사지가 경직되고 있었습니다

눈 앞에서 그런 상태를 봤을때 왈칵 눈물이 쏟아지는 것을 겨우 다스리며 얀이의 한손을 잡고 머리를 받치고 눈을 마주하며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얀아 언니 왔어 절대로 생명줄을 놓으면 안돼 반드시 너를 데리러 올께'



수의사선생님께서는 잠복기를 거친 범백일 수도 있고 복막염의 가능성도 있으며 동공이 흔들리는 상태로 보아 MRI촬영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어떤 것도 보장할 수 없고 현 상태로 봐선 당일 밤을 넘기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 전해들었지요



우리는 1년동안 단순히 길고양이와 어떤 사람의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얀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한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게 기도하고 녀석의 출산 때문에 가족 여행을 포기한 저는 분명 어머니처럼 녀석을 돌봐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달라 부탁드리고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펑펑 울기 시작해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고 그 슬픔은 저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게 할 정도였습니다



아침에 되자, 전화가 오지 않아야 할텐데... 점심이 되자 전화가 안 올거야... 저녁이 되자 어쩌면.. 살았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때 전화벨이 울리고,  "얀이가 조금씩 앉고 볼일도 잘 보고 있어요" 수의사선생님께서 상태를 전해주셨고 너무 기쁜 나머지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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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선생님께서는 분명 아픈 것은 확실했지만 무엇 때문인지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퇴원하는 날 60%이상 야생성이 돌아와 하악질이며... 병원 간호사 언니들을 무~~~ 척 힘겹게 만들었다는 후문을 전해듣고 걱정반 기쁨반 ^^:; 안 잡히려 버둥대는 녀석을 겨우 진정시켜 예방접종을 하고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지지배야 씩씩하게 살아나줘서 고맙긴 한데 째려보진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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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못 먹이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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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이가 낳은 두마리 새끼 중 한 녀석만 살아남아 어미와 헤어진 채 바위틈에 숨어 울고 있었습니다 혹시 새끼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아침마다 사료를 챙겨주었는데 욘석이 몰래 와서 먹고 있었나 봅니다 어미에게 데려다주려고 한밤에 119대원을 부르기까지 했지만 동굴이 너무 깊어 잡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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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는 밤만 되면 어미를 기다려 울기 시작했고 어미는 밤만 되면 새끼를 찾으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왕 어렵게 포획하고 치료했으니 예방접종도 마저 맞히고 중성화도 시키고 싶었죠 그때 저희 어머님이


한마디 하셨습니다 "니가 아직 애를 안 낳아봐서 애끓는 어미 심정을 모르고 불쌍한 새끼 심정을 모르지"


 


얀이는 닭가슴살도 잘 먹고 볼일도 잘 보고 아침마다 옷장 위에 올라가서 잡느라 애먹는 것만 빼면 하악질도 잘하고 으르렁대기도 하니 새끼에게 보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말 방사를  결정하고 엄마와 저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새끼 있는 곳에 데려가서 냄새를 맡게 한 뒤 안전한 거처에 길냥집을 두고 바로 곁에 사료가 있다는 걸 인식시킨 다음 풀어준다..... 라고 엄~~~~ 청 어렵게 회의를 하고 실행에 옮겼지만....


 


영리한 얀이는 우리의 모든 계획을 비웃듯이 이동장을 열고 탈출했습니다 ㅠ.ㅠ 밤새 제대로 밥자리를 찾아올까 안 보이면 어쩌나, 머리속으로 소설을 썼는데...


 


이눔 지지배가 다음날 정확히 밥 먹는 시간에 맞춰서 척하니 나타난 겁니다 ㅡㅡ^  (저 얄미운 것을 꿀밤을 먹일 수도 없고!!)


 


그렇게 잠시 온 집안을 발칵 뒤집고 저를 시껍하게(대구사투리)만들었던 얀공주는 길 위에서도 제가 주는 닭가슴살을 척척 받아 먹으며 언제 아팠던고.. 하고 있습니다 새끼도 지 어미를 닮아서 똑같이 저한테 잘 받아먹고 있습니다 ㅡㅡ;


 


얀이가 아팠던 것을 계기로 잊고 있었던 생명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으며 저와 함께 기도하고 응원하며 따뜻하게 위로해주신 고보협 관계자 분들과 밤새 걱정하며 초까칠 녀석을 지극정성으로 치료해주셨을 수의사선생님, 모두의 도움으로 저와 얀 그리고 아가냥 삼대는 행복합니다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추신: 얀이가 아픈 모습은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그 와중에 휴대폰을 꺼내고 할 정신이 없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