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보협구조

성북구 삼선동 구조요청 아가냥 구조후기 입니다.

by 안곰곰 posted May 2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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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5월 19일(금)에 문의 게시판에 고양이 구조요청을 하였습니다.


5월 22일(월)에 고보협의 도움을 받아 아가냥을 무사히 구조하였습니다.


제가 준회원이어서 그런지 구조 후기를 쓰는 게시판에 글쓰기를 할 수 없어 부득이하게 이 게시판에 글을 남깁니다.


 


* 구조경위


지난 17일(수요일) 친구가 자신의 집근처 골목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처음 들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구조해야할지 몰라 먼저 동물농장에 전화를 걸었다고 하네요. 동물농장에서는 도와줄 수 없으니 관할 구청에 문의하라고 하였고 거기서도 관련부서나 업무가 없으니 도와줄 수 없다고 했나봅니다. 119에 구조요청을 하라는 대답을 듣고 바로 119에 신고하였는데 119에서 출동하여 조금 살피더니 '구조할 수 없다. 갇힌 것이 아니고 주변에 어미가 있는 것같다. 빙초산을 뿌리면 고양이가 달아날 것이다' 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남기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친구들은 다음날 아침 바로 지방일정이 있어 근처에 사는 저에게 고양이를 살펴봐달라고 부탁하고 떠났습니다.


 


다음날 저녁 근처 골목에 갔더니 고양이 울음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혼자 목소리였고 주변에 어미냥도 없어 갇힌 것이 분명한 것 같았습니다.  저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다시 한번 119에 구조 요청을 하였고 바로 출동한 구조대원들은 몇일전 이곳에 왔었다. 그때 살펴보았지만 갇힌 것이 아니다. 구조할 수 없다. 그냥 두어라. 이런 경우 흔하다. 등등 형식적인 말들을 1분가량 쏟아내고 저와 고양이를 두고 가버렸습니다. 사다리까지 들고 왔으면 다시 들여다 봐줄수도 있었을텐데 말이죠..갇힌것이 분명하니 구해달라. 이렇게 크게 도와달라고 울고있지 않느냐 정중하게 애원하였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답답하고 무력한 마음에 이곳 저곳 검색을 하고 구조를 도와줄 수 있는 곳이 없는지 끙끙거리다 고보협을 발견하고 바로 글을 남겼습니다. 주말 늦은 밤이어서 그랬는지 바로 연락이 닿지는 않았습니다. 토요일 다시 찾아갔을 때도 근처를 두드리면 살려달라는 울음소리가 들렸고 점점 버티기 힘이 들었는지 벽을 긁는 소리와 함께 끙끙 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도와줄 수도 없고 무력한 제가 너무 답답하고 119구조대원들이나 동물농장은 너무 밉고...울음소리는 선명한데 아무것도 해줄수 없어 며칠동안 괴롭고 우울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시 찾아간 일요일에는 아무리 두드려도 울음소리가 나지 않아 잘못된것인가 하여 가슴이 철렁하였습니다. 그래 어미가 와서 데려갔을지도 몰라 하고 애써 밀려오는 자책감과 무력감을 누르려고 했지만 그러기는 어려웠습니다. 어미가 구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였고 날은 점점 더워졌고 어미가 있었다면 지금도 울고 있어야 할테니까요. 그렇게 망연자실하고 있을때 고보협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주변 정황과 상황을 물으셨고 아직 아가가 있는지 주변에 어미는 있는지 나올 수 있는 통로는 있는지 차분히 살펴봐 달라고 하셨습니다. 다시 골목으로 달려가 벽을 두드렸더니 아이가 힘을 내어 울었습니다. 다행히 살아있었고 있는 힘을 다하여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습니다.


 


 


고보협에 그대로 전하고 구조를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신고자인 제가 구조현장에 책임을 가지고 함께 해줄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밤이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장 2시간을 한걸음에 달려 와주셨습니다. 멀리서 도착한 두분이 얼마나 고맙고 고맙던지요. 도착하자마자 준비해 두었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셔서 고양이가 있는 위치와 갇힌 곳의 위치를 면밀히 살피셨습니다. 늦은 밤이라 집주인의 허락을 받지 못하였지만 갇힌것이 분명하다는 판단하에 벽에 구멍을 내기로 결정하고 바로 실행하셨습니다. 벽뚫는 소리에 주인집 할머니가 뛰어나오셔서 다행히 양해를 구하고 계속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할머니께서도 전날 119에 구조신고를 하였고 구조대원들이 왔지만 저에게 했던말과 똑같은 말을 남기고 가버렸다고 합니다. '조금더 크면 저곳에서 스스로 나올 수 있다.' 는 황당한 말을 남기고요.


구조는 빠른 시간안에 이루어졌습니다. 20분이 채 걸리지 않아 벽에 구멍을 내고 벽과 벽 사이에 갇혀있던 아가냥이를 구조하였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작은 아가냥이라서 얼마나 놀랐던지요. 손바닥보다도 작은 이 아이가 일주일이나 이곳에서 버티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니...대견하고 고맙고 미안하고 ㅜㅜ 얼마나 힘이 들었던 것인지 고보협분의 품에 안겨서도 울음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고요.


 


 


앞선 119나 동물농장 구청에서 보여준 것처럼 저희 요청에 대해 쉽게 지나칠 수도 있었을텐데..작은 구조요청 목소리에도 귀기울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간과 사회에 대해 며칠 동안 느꼈던 회의와 절망에 다시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여주고 작은 생명 하나 하나도 소중히 바라봐 주는 사람들이 있지. 아직 있지...


아가냥이 생명을 구한것처럼 세상에 대한 회의들로 사망 직전에 있던 제 마음이 구조를 받은것만 같습니다. 


저와 제 친구는 길고양이들에게 어떻게 사랑을 돌려주어야 하는지 적극적으로 고민하기로 하였습니다. 119나 구청에서 조금만더 주의를 기울여 주었으면 어땠을까..하지만 그분들도 어쩔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119나 동물농장 탓을 할것이 아니라 동물들의 권리와 복지 생명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 구조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한가득 가지게 되었습니다. 고보협에서 길고양이들의 생명을 위해 많은 활동들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좀더 힘을 내어서 그런 가치있고 소중한 일들에 힘을 보태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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