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사진입니다. 이때는 할매라고 부르기 전이네요.
사납고 친화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사진찍기도 힘들고, 표정도 매섭고 귀도 공격적입니다.
2016년 겨울 무렵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던 암컷 노랑망토입니다.
새끼를 여러번 낳은 후 중성화도 완료되었고, 살아남은 새끼들도 모두 중성화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래서 별일없이 잘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덜컥 구내염이 왔네요.
겨울을 못 넘길 줄 알았는데 끈질기게 살아남았습니다.
침을 질질 흘리고 그루밍을 못 해서 매우 더럽고 지저분하고 털이 떡진 상태로 몇 달을 고통스럽게 살았습니다.
치료를 해서 살리기로 마음먹고 고보협에 치료지원 신청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철제통덫으로 포획을 시도하였습니다. 통덫은 6월 13일에 도착했습니다.
철제통덫에는 한 번 걸린 적이 있어서인지 경계하며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신형 노란 플라스틱 통덫을 대여하였습니다.
턱과 입 주변이 매우 더럽고 그루밍을 못한 털이 떡져 있습니다.
덫 근처로는 접근도 안 하려 들어서 보름 넘게 죽도록 고생했습니다.
결국 신형 통덫의 앞문을 빼서 일주일간 먹이만 넣어놓고 급식소로 위장했습니다.
그래서 경계심이 풀렸을 때쯤 함정을 설치해서 잡았습니다. 잡힌 날짜는 7월 2일입니다.
사진상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막 잡혔을 때 사진입니다.
내부 위장용으로 깔아놓은 것들을 죄다 물어뜯고 박살을 내놓았습니다.
케이지로 옮겼습니다. 노란망토 코숏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상한 몰골입니다.
그리고 잡기 전에는 몰랐는데 냄새가 너무너무 지독했습니다.
짐승 비린내 같은 것이 진동해서 케이지를 도저히 실내에 둘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다행히 날씨가 더워서 야외에 케이지를 내놓고 천으로 덮어 두었습니다.
다음날인 7월 3일 유석동물병원로 갔습니다. 이동할 때는 전용 이동장에 넣어서 갔습니다.
이동장을 택시 트렁크에 넣고 20분 정도 걸려서 도착했는데,
그 동안 트렁크에서 뒷자석으로 비린내가 퍼져 코를 찌를 정도로 냄새가 심했습니다.
도착해서 혈액검사를 받고 그날 바로 구내염수술을 하였습니다.
혈액검사 결과 약간의 탈수증 이외에는 빈혈도 없고 건강한 편이었습니다.
비록 구내염 때문에 몰골은 말이 아니지만 그동안 먹을 것은 부드러운 캔 같은 것을 잘 챙겨 줬기 때문에
내부 장기 건강은 이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본래 생명력이 강하고 건강하게 타고난 녀석이기도 합니다.
약간의 탈수증도 포획 후 입원까지 물 한 방울 입에 안 대고 케이지 안에서 난동을 부려서였을 겁니다.
모래 화장실도 다 부숴 놓을 정도였습니다.
송곳니를 남겨 두고 아래 위 턱 어금니를 모두 발치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구내염 때문에 혀 아래 부풀어오른 조직을 레이저로 태우는 시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수술은 아무 문제 없이 잘 끝났다고 합니다. 일주일간 입원절차 들어갔습니다.
아무것도 못 먹기 때문에 수액을 맞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7월 5일 병원 연락 : 붓기가 많이 가라앉음 / 물을 마실 수 있는 상태 / 본래의 사나움을 되찾음
7월 8일 병원 연락 : 캔을 아주 잘 먹는 상태
7월 10일 일주일간의 입원을 마치고 퇴원을 하였습니다.
떡진 털을 미는 것도 고려는 해 보았지만, 큰 수술을 한 뒤 주사마취를 하면 간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하여 일단 그대로 데려오기로 했습니다.
진동하던 비린내가 많이 줄어들어서 참을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퇴원 당일은 비가 너무 많이 왔기 때문에 바로 방사를 할 수 없어서 하루 동안 케이지에서 보호했습니다.
동물용 무자극 세정제와 샤워기를 이용해서 케이지에 넣은 상태에서 어설프게나마 씻겼습니다.
그리고 드라이기로 말려 주었습니다. 케이지 안에서 난동을 부리기는 했지만 어쨌든 건강해 보였습니다.
씻기고 말린 후 사진입니다.
등의 떡진 털덩어리를 제거할 수는 없었지만 본래 털색깔이 조금 드러났습니다.
병원에 입원시켰을 때 안에서 난동을 부렸는지 콧잔등에 상처가 좀 나 있습니다.
큰 상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캔은 잘 먹지만 사료를 먹을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해 보려고 했는데...
사료를 입에 대기는커녕 물그릇도 다 쏟아버리고 난동만 부려대서 그냥 확인 못 하고 풀어줬습니다.
자유로운 야생의 영혼이라 갇혀 있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보였습니다.
입 부분을 확대한 사진입니다.
턱밑에 지저분하게 붙어 있던 검은 덩어리가 다 제거되었고, 침을 흘리지 않습니다.
분홍색 입술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치료가 잘 된 것 같습니다.
콧잔등이 까진 건 금방 회복될 겁니다ㅠㅠ
7월 11일 방사 직전 사진입니다.
처음 잡혔을 때보다 털색깔이 많이 밝아졌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그루밍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등의 떡진 털을 스스로 입과 혀로 제거해서 케이지 여기저기에 떨어져나간 단단한 털뭉치가 보였습니다.
만져 보니 얼마나 떡졌는지 딱딱하게 굳어서 손으로 뜯지도 못할 상태였습니다.
마취주사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결국 털은 안 밀었지만 그래도 눈딱감고 해야했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자기가 알아서 털관리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이제 시간이 지나면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올 것 같습니다.
등의 떡진 털 덩어리 몇 개가 아직 붙어 있습니다만 다른 곳은 예전보다 많이 깨끗해졌습니다.
입 주변이 깔끔해진 게 정말 보기 좋습니다.
잡은 당시와 퇴원 후를 비교해 보면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위가 포획당시, 아래가 방사직전입니다.
이제 방사과정입니다.
문을 열어 주자 쏜살같이 달려나갔습니다. 사진찍기 힘들 것 같아 영상으로 찍어서 캡쳐한 화면입니다.
방사해 준 곳은 자기 영역입니다.
그루밍을 하면서 떡진 털을 자기가 제거하고 있는 도중이라 등 상태가 듬성듬성합니다.
시간이 좀 지나면 털코트도 예쁘게 재생될 것 같습니다.
이건 처음 만났을 무렵 사진입니다. 2013년입니다.
어서 빨리 이때처럼 예쁜 상태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구내염에 걸린 상태에서도 정말 잽싸게 움직이며 생명력을 마구 발산하던 녀석입니다.
아픈 녀석치고는 잘 먹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구내염 걸린 후 많이 말랐습니다...
이제 살도 좀 붙고 털관리도 잘 되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급식소에서 눈에 띄거든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찍어서 상황을 보고하겠습니다.
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저에 대한 원망이 쌓여서 저만 보면 피할지도 모르겠네요...
다 잘되라고 아프지 말라고 한 건데 그걸 이해시킬 방도가 없으니 말입니다.
이제 제발 덧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유석동물병원 의사 선생님 및 관계자분들, 그리고 고보협 담당자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삼대노예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