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정도 마주한 '랑이' 라는 아이입니다.
TNR 포획 실패 이후 저를 극도로 기피해서 제가 주는 밥과 캔을 거부.
그런고로 통덫이 통하지 않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급식소에만 잠깐씩 나타나서 밥을 먹고 간 세월이 몇 년이었죠,
설마 죽었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몇 달에 한 번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다였습니다.
그 사이 새끼들을 낳고 잃고...
기억을 더듬어 보니 구내염을 앓은지 1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 새끼를 잃은 후 상태가 나빠졌던 것 같으니까요.
작년 말에 잠깐 보였다 겨울 내도록 안 보이더니
봄이 지날 무렵 다시 띄엄띄엄 보여서 따로 파우치 먹이면서 돌봤어요.
밥도 잘 먹고 곧잘 뛰어 다녀서 영양제로 관리해주고 있었는데
(아이가 모습을 보이는 게 비정기적이라 약품 사용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장마를 전후로 상태가 극도로 나빠지더군요.
주말 이후엔 이마에 상처도 달고 나타났습니다.
날이 너무 더워서 곪으면 큰일 나겠다 싶어
서둘러 치료지원 신청하고 구조에 나섰습니다.
잡고 보니 상태가 더욱 나빴습니다.
저는 기력 회복, 구내염 치료, 이마 상처 치료 등을 생각했는데
검사 결과 수치가 매우 좋지 않았어요.
몸무게는 2.9kg 정도.
빈혈이 너무 심해서 혈검을 위한 피를 뽑으려는데 피가 안 나왔습니다.
겨우 겨우 피를 뽑고 난 결과,
탈수와 빈혈이 심한 상태라 수혈이 필요하고
신장 수치가 4...
구내염 치료 보다 신장과 빈혈 수치 잡는 게 더욱 급하다는 판단에
당장 내일 수혈 받기로 하고 수액 처치 들어갔습니다.
이 작은 아이에게 필요한 피가 50cc나 된답니다...
왜 전에 나한테 잡히지 않았니...
왜 나한테 진즉 곁을 내주지 않았니...
그저 속상하고 미안합니다.
이마의 상처도 항생제 처치하면서 같이 잡아 나갈 계획이라 하셨어요.
물린 상처면 어쩌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뭘로 찍힌 상처인 것 같다 하시네요.
누가 이 아픈 아이에게 또 상처를 줬니...
사실 돈이 없어서 치료를 포기했다가
다시 마음 먹고 구조하기로 나선 거였어요.
이름을 부르면 비틀비틀 힘없는 걸음으로 냐앙거리면서 오는 애가 돼버렸는데...
요새 온전히 저한테 기대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구조를 포기하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눈물이 멈추질 않더라고요.
사실 이 아이는 저에겐 그렇게 애틋하지도 살갑지도 않은 아이거든요.
그렇다고 덜 챙기고 하는 건 아니었지만 심적으로는요.
그런데 왜 그렇게 미친 것 같이 울어댔는지 모르겠네요.
병원비 견적 뽑아 주셨는데 역시나... 비용이 만만치 않았어요.
상태가 그만큼 나빴으니까요.
빠른 시간 안에 건강 회복하고 수술해서
다시 엄마가 있는 거리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고보협 회비를 내면서 누군가의 도움이 되겠지
아픈 길애들 위해 나서주는 분들에게 다른 건 못 해드려도 이렇게라도 도움이 되자,
하는 마음에 몇 년 째 회비를 냈는데
제가 그 도움을 이렇게 크게 받을 날이 올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네요.
솔직히 고보협의 지원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큰 결심 못했을 것 같아요.
지금도 방구석에 찌그러져 울고 있었겠지요.
지원 승인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우리 랑이... 많이 더럽고 냄새났는데
처치하시는데 전혀 거리낌 없이 대하시는 모습에, 능숙한 손길에
선생님들과 간호사님들께 신뢰가 갔어요.
너무 감사하고요.
아이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