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날.
'흰까미' '이뿐이' '길동이' '순심이' '삐요' '이티' '락스' '설이' '명랑이'
이 아홉 녀석들이,
트리 장식이 있는, 따뜻한 방 안에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선물을 먼저 받고자,
각자의 성격대로,
개성대로,
그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모습으로 담아 보았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내 사랑스러운 길고양이 친구들 아홉 녀석들을
담아 보았습니다.
여기에 담지 못한 다른 친구들도 많지만,
표정과 몸짓이 다양하고 풍부한,
내게 시간을 많이 허락해 준 녀석들이 모델 기준이 될 수밖에 없음에..
또 요즘 알게 된 녀석들은,
주로 밤에만 만나는 녀석들이라,
언젠가부터는,
녀석들의 모습을 주로 내 눈에만 담고 있다 보니..
아쉽지만 이곳에 담지 못하였네요.
실제로는 이 녀석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없지만,
따뜻함과 안락함을 내어줄 수 없지만,
늘 하던 대로..
그 아쉬움.
그림으로나마 달래봅니다.
동네 대장은 아니지만,
내가 알기로는 파수꾼으로서,
다른 많은 녀석들을 편안히 밥 먹게 쓰윽 쳐다보고는 지나갔던..
늘 주변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았던,
'흰까미'
이 날도 밥 먹고,
어딘가를 열심히 바라보는 그 뒤통수를 담아 보았었습니다.
평소에는 눈 좀 보자!고 이야기 하며 눈맞추려 할때는,보지 않더니만,
이 날 따라 밥을 충분히 줬음에도,
먹고 나서 한참을 저러고 잠깐 쉬고 있는 엄마를 그윽하게 바라보던 '이뿐이'
평소같으면 밥 먹은 후,
흰까미랑 저쪽 동산에 가서 놀텐데,
가지 않고 딱 버티고 앉아서 눈빛 보내던 이뿐이와 흰까미.
결국 엄마가 집으로 다시 가서,
간식캔 갖고와서 주니,
밥 처음 먹는 애들처럼 먹었던 날이라,
그래서 엄마랑 무척 많이 웃었던 날이라,
이 날의 기억이 선명하네요.
밥을 다 먹고 난후,
이 날도 역시 엄마가 쉬실 겸, 애들 볼 겸,
길 턱에 앉은 엄마.
나는 언제나처럼 제3의 관람자로,
이 둘을 바라보는데,
평소에 엄마를 잘 쳐다보는 순심이와 달리,
가까이 오는 듯하면서도,
쓰윽 멀리 가버리곤 하는 길동이인데,
이 날 따라,
엄마로부터 1미터가량 떨어진 곳에 앉아서는,
저러고 신비한 생명체를 보듯 엄마를 바라보는 길동이
아무래도 '음.. 엄마가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관찰하는 듯 보였었답니다.
이 날.
가끔 보면 유독 멸치나 조갯살을 좋아하는 녀석들이 있어서,
녀석들 밥자리에 줄 겸,
베란다에서 밖에 있는 순심이를 보고 나간 날이었는데,
처음에 순심이가 홍합살에 킁킁 관심을 보이길래,
"먹을래?" 하고 하나 줘봤더니,
냄새 한번 더 맡고는 흥! 하길래,
원래 늘 먹던 캔과 닭 가슴살을 먹인 후,
벤치에서 쉬고 있는데,
아까는 관심 없던 홍합살에,
갑자기 급 관심이 생겼는지,
새삼스레, 저렇게 서서 벤치에 손을 얹고는,
홍합살이 들어있는 봉지에 눈을 떼지 않는 녀석.
그 모습이 귀여워 찰칵.
저러고는 급기야 못 참고는, 벤치에 뛰어 올라가서 봉지 턴 순심이.
우리 삐요.
삐요를 사랑스럽게 보는 엄마의 모습은 아쉽게도 공개 못하지만,
그런 엄마에게,
"냥!" 작은 소리로 화답하며,
엄마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삐요의 모습.
평소에 내가 "삐요야! 언니 얼굴 좀 보자! 응?" 하고 바라보면,
애들이 눈 마주 보는 게 싸우자는 의미로도 해석하기도 한다는데,
그 땐 그리 생각했는지, 아주 애써 더 내 시선을 외면하곤 하더니만,
가끔 이렇게 엄청 사랑스럽게 엄마나 나를 바라보곤 하는 녀석.
내가 여태껏 녀석들을 만나며 결론 내린 건,
녀석들은 제 녀석이 하면 되는데,
상대가 하면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제 녀석이 먼저 다가가는 건 되는데,
상대가 자기에게 다가오는 건 싫어하는?
대다수가 그래왔던 것 같아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들이,
이렇게 엄마와 눈빛을 나누는 모습이네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진 이티 녀석.
이리 펄쩍 저리 펄쩍 뛰어다니며,
정신없게 했던 녀석이,
서 있는 엄마를 무척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는 뒷모습입니다.
말랐음에도,
여자아이 아니랄까 봐 궁둥이선이 남다르네요.
언젠가부터 편의점에서 늘 머물러서,
(낮잠 잘 때는 조금 떨어진 회양목 사이에서 자거나 풀숲에 가서 잤지만..)
편의점 마스코트가 되어버렸던 락스 녀석.
누군가가 주었던 핫바에 입맛이 들었는지,
한동안은 닭 가슴살도 거부하고 핫바만 고집하던 녀석.
그런데 언젠가부터는 다시 닭 가슴살도 먹어서 다행이다 했는데,
이 날도, 닭 가슴살 2개 먹고는,
또 달라고 탁자에 올려진 닭 가슴살을 열심히 쳐다보던 녀석의 뒷모습입니다.
저러다가 탁자까지 몸을 쭉 늘여서 서서 손으로 낚아채려고 애쓰다가,
나중에는 안되겠는지, 탁자에 휙 뛰어올랐던 락스...
막 전력질주로 우리에게 뛰어온 날.
순심이와 놀면서,
구애의 몸짓인지, 무엇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갑자기 나무를 부비며,
혼자 므흣, 눈웃음치던 '설이'
"간식을 내게 달라옹!" 하며,
엄마 옆에 촥 앉아서는,
언제나처럼 적극적으로 입을 크게 벌리고,
큰 소리로 냥냥 떼를 쓰는 명랑이.
한 발을 들고 있습니다.
저러다가 여차하면 뛰어 오르거나,
두 손을 들어 옷을 붙잡고 늘어지곤 했던 명랑이.
'우는 놈 젖 한번 더 준다!'는
옛말을 실감하게 했던 명랑이었네요.
늘 강력한 자기주장으로 간식을 꼭 먹었던 명랑이.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녀석들을,
실제로는 지금 못 만나는 녀석들이 더 많아,
생각하면 늘 아프고 그리운 녀석들을..
행복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 날에
다 같이 하여 그리면서 내내 녀석들 생각에
아쉬움과 그리움과 행복함이 가득했던 작업이었습니다.
메리크리스마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