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자에게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자기보다 힘 없고 약한 생명에겐 더없이 포악한
일명 '찌질한' 인간이 우리 주위에 적지않은 것 같습니다.
강고(강한 고양이)는 그런 찌질한 사람의 발길질에 횡경막이 찢어지고,
그 사이로 복부에 있던 내장이 흉강으로 쓸려올라가 먹기도 숨쉬기도 곤란한 지경에 있었던 길고양이입니다.
지난 1월 31일.
달리엄마님과 그 친구분께서 대로변에 쓰러져 죽어가는 강고를 발견하여
급히 논현동의 후원병원인 백산동물병원으로 데려가셨고,
발견당시 강고의 모습은 막 응급처치를 마친 위 사진보다 더 처참했다고 합니다.
지금 당장 죽는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비쩍 마르고 기력이 없었던 강고.
피부병에 결막염, 고환도 다쳐있고, 뒷발에도 상처투성이.
무엇보다 횡경막 파열로 산소통 처치가 아니면 호흡도 곤란했던 상태였지요.
수술 전 엑스레이 사진입니다.
가슴과 배를 나누는 횡경막이 보이지 않고,
복부에 있어야 할 장기들이 가슴쪽으로 올라와 있는 것이 확연히 보입니다.
이대로 둔다면 장기들이 그대로 유착되어 녀석의 목숨을 위협하게 됩니다.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바로 수술을 하기엔 녀석의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 수액처치 등으로 기력을 회복시키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백산병원의 선생님들도, 구조자님들도 다 죽어가던 녀석을 보며 애를 태우던 시간들이었죠.
하지만 놀랍게도!
강고는 빠른 속도로 기력을 되찾아갔습니다.
며칠만에 산소통도 떼고, 일어서기까지 하며 밥 달라고 야옹야옹~
구조자님들에게는 물론이고 언제봤다고 저에게도 부비부비, 골골골.... ^ㅡ^
살려는 의지가 매우 강한, 이름 그대로 강한 고양이입니다.
2월 9일 저녁, 병원을 옮겨 또다른 후원병원인 신길동의 유석동물병원에서 대수술이 시작되었어요.
체력도 어느 정도 회복되었고, 밀려올라간 장기들이 그대로 유착될 기미가 보여 수술은 한시가 급했답니다.
자, 수술 후 횡경막이 복원된 모습입니다.
횡경막을 넘어 흉강으로 탈장됐었던 복부장기들이 제위치를 찾아 내려오고
이제 엑스레이는 정상고양이의 그것으로 나옵니다. ^ㅡ^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드려요.ㅠ
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끝났지만 아직 마음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횡경막수술이란 게 수술이 잘 되었어도 이후에 얼마든지 쇼크가 올 수 있고,
강고의 경우 복부장기가 올라와 유착돼 있던 곳에 공간이 비면서 염증이 생기고 물이 찰 수 있기 때문이죠.
다행히 가장 큰 고비였던 수술 후 첫하루 1차 고비를 강고는 무사히 넘겼습니다.
정말 강한 고양이입니다. ^^
이제 2차 고비인 이틀째부터를 잘 견디어가고
월요일(14일)에 엑스레이 검사를 해본 뒤라야 어느정도 안심을 할 수가 있다고 해요.
수술 3일째인 토요일(12일)에 강고 병문안을 가보았습니다.
유석병원 출입문을 여는 순간부터 야옹야옹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립니다.
강고는 수술부위와 다친 뒷발 핥는 것을 막기 위해 넥칼라를 하고있습니다.
마침 강고의 식사시간.
위가 너무 늘어나면 복원된 횡경막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유동식으로 소량만 급여한다는 간호사님의 말씀.
우걱우걱... 아픈 고양이 맞나싶게 순식간에 해치운 우리의 강고.
식탐 많은 강고에겐 너무 적어요. 더 달라고 야옹야옹~ ㅠ
간호사님 : 영차! 강고 이제 다 먹었으니 다시 넥칼라 하고~~
강고 : 싫어싫어~ 더 먹을래!! 밥 더 주세요~~~
사람에게 죽을 고통을 당했지만 그래도 사람이 좋은 길냥이 강고.
구조시부터 지금까지 그저 살아만 달라고,
죽더라도 할 수 있는 것 다 해보고 잠깐이라도 따뜻한 곳에서 보내고 싶다고
최선을 다해 뛰어주신 달리엄마님과 그 친구님께 우선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두분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강고가 있을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언제나 고마우신 능력자 후원병원 선생님들과
든든한 고보협 회원들의 보살핌이 있기에
강고는 남은 고비도 무사히 넘기고 반드시 완쾌될 거라 믿어요.
무엇보다 강고는 강한 고양이니까요.
응원 많이많이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