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 _고경원 칼럼 '청사포 고양이마을'>

by 고보협 posted Nov 3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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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청사포 고양이마을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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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고경원

고양이 전문출판 ‘야옹서가’ 대표. 2002년부터 길고양이의 삶을 기록하며 국내외 애묘문화를 취재해왔다. 저서로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2007),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2010), 작업실의 고양이》(2011),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2013), 《둘이면서 하나인》(2017) 등이 있다. www.instagram.com/catstory_kr

 

 

부산의 작은 어촌마을 청사포를 고양이마을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기획은 원목 고양이 급식소 제작으로 유명한 고양이발자국 유용우 대표가 맡았다. 재원 조성을 위해 와디즈(www.wadiz.kr)에서 12월 2일까지 크라우드펀딩도 진행한다. 펀딩 참여자는 금액에 따라 후드 티셔츠, 핀 버튼, 스티커, 마을지도가 그려진 족자 등의 리워드를 받을 수 있다. 모금액은 고양이마을 지도, 안내 표지판, 고양이 급식소 등 주요 거점에 비치할 설치물과 리워드 제작에 쓰인다. 지난 11월 11일 고양이발자국을 찾아, 유 대표가 계획 중인 고양이마을의 청사진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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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사포 고양이마을 프로젝트를 창안한 유용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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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청사포 고양이마을의 5마리 고양이 캐릭터와 표지판을 핀 버튼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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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양이발자국의 고양이 급식소. 원목을 쓰고 독일산 아우로 방수오일로 마감해 내구성이 높다고. 원하는 문구를 각인할 수도 있다.

 

 

‘청사포 고양이마을 프로젝트’ 기획자인 고양이발자국 유용우 대표는 일본의 고양이 섬 아이노시마, 타이완의 고양이마을 허우퉁을 모델로 삼아, 사람과 고양이가 공존하는 고양이마을을 조성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직은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가게와 몇몇 개인 주택을 거점으로 삼아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고, 해당 공간에 양해를 얻어 표지판을 세우는 단계다.

 

고양이발자국은 원래 고양이 급식소로 널리 알려진 디자인스튜디오다. 유 대표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부산 아쿠아리움에서 마케터로 일했지만, 평소 돌봐주던 길고양이 급식소를 사려다 마땅한 곳이 없어 직접 만들게 됐다고 한다. 2016년 봄부터는 아예 스튜디오를 차리고 주문 제작을 받기 시작했다. 그가 만든 고양이발자국 급식소는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전국 1천여 곳에 보급됐다. 캣맘뿐 아니라 동물보호단체 카라, 대학 길고양이 보호동아리, 부산시청, 해운대구청, 기장군청, 종로구청 등 주문처도 다양하다.

 

유 대표는 지속가능한 고양이마을을 만드는 데 있어 급식소 설치가 중요하다고 봤다. 추진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것도 급식소를 놓을 공간을 찾고 주민과 협의하는 일이었다. 청사포 고양이마을 프로젝트의 초석을 다지는 데는 유 대표의 반려견 폭탄이가 큰 역할을 했다. 폭탄이와 산책하러 매일 오가는 길에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었고, 평소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가게가 어디인지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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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청사포 마을은 한때 벽화마을로 조성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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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카페 ‘청사포와봄’의 식객 호빵이. 지금은 밥그릇과 물그릇뿐이지만, 곧 급식소가 설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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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길고양이 호빵이를 모델로 한 스티커와 엽서.

 

 

사전조사와 협의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5개 거점의 길고양이를 캐릭터로 만드는 작업을 완료했다. 청사포 고양이마을 초입 사무실에 출몰하는 유기묘 히로그레이, 고양이발자국의 식객 낭만이, 캣맘댁 반코, 카페 ‘청사포와봄’의 호빵이, ‘모리구이’집 대장냥이 모리-다섯 마리 길고양이 캐릭터를 바탕으로 핀 버튼과 스티커, 고양이마을 표지판과 지도 등을 제작할 예정이다.

 

12월 2일 와디즈에서 진행 중인 크라우드펀딩이 끝나면, 12월 31일까지 각 거점에 고양이마을 표지판과 급식소를 설치한다. 내년 2월에는 부산지하철 2호선 종점인 장산역과 청사포를 오가는 2번 마을버스에 고양이마을 래핑광고를 시행하는 시즌2 프로젝트도 예정되어 있다. 유 대표는 “마을버스를 타고 청사포 고양이마을에 오신 분들이 길고양이를 돌보는 가게에 들러 차도 한 잔 하시고, 식사도 드시면서 길고양이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갖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고양이발자국을 길고양이 인식 개선을 위한 커뮤니티 센터로 구축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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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고양이발자국 앞에는 늘 식객 고양이들이 출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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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매일 밥 먹으러 오는 히로그레이. 유기묘지만 돌봐주는 사람도 있고 목걸이 인식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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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폭탄이와 산책 가는 유 대표. 동네 사람들과 친해지는 데 폭탄이가 큰 공을 세웠다.

 

 

 

한 지역에 고양이마을을 조성한다는 건, 같은 뜻을 품은 사람을 모으고 반대하는 주민을 설득해가며 오랜 기간 추진해야 하는 일이다. 관 주도의 일회적 지원으로 추진된 프로젝트는 지원금이 끝나면 흐지부지되기 쉽다. 그러나 청사포 고양이마을 프로젝트는 주민이자 길고양이 집사인 기획자가 주체가 되어 진행한다는 점,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가게들과 지역 캣맘, 캣대디의 협조를 얻어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고양이 인식 개선에 지역 풀뿌리 모임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한 지역에 고양이마을을 만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일단 시작이 가장 중요하기에 고양이마을의 조성 과정을 응원하고 지켜보려 한다.

 

청사포 고양이마을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고양이발자국(www.cfprint.co.kr)을 방문하려면, 부산지하철 2호선 종점 장산역에서 마을버스 2번을 타고 새터 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1층 쇼룸에서는 고양이급식소와 밥그릇 등을 비롯한 고양이 굿즈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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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고경원

고양이 전문출판 ‘야옹서가’ 대표. 2002년부터 길고양이의 삶을 기록하며 국내외 애묘문화를 취재해왔다. 저서로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2007),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2010), 작업실의 고양이》(2011),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2013), 《둘이면서 하나인》(2017) 등이 있다. www.instagram.com/catstory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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