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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서 발표한 ‘2017년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인 평균 기대수명은 82.4세다(2017년 출생자 기준). 여자는 평균 85.7세, 남자는 79.7세로 약간 차이가 있지만, 큰 병에 걸리지 않는 이상 남녀 모두 80대 전후까지 생존하는 고령화시대로 접어선 지 오래다. 하지만 마냥 오래 살기만 하는 게 축복일까.

특히 총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이 날로 늘어 28.7%(2017년 기준)에 달하는 요즘은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지금도 1인 가구로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기 때문에. 고독사 관련 뉴스를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가족에게는 “SNS에 며칠간 새 글이 올라오지 않으면 생존확인을 해 달라”고 부탁해 두었다. 가족과 전화통화는 매일 하지 못해도, 우리 집 고양이 사진은 매일 올리다시피 하니까.

실제로 고독사 우려 대상으로 생각되는 고령층보다 50대에서 고독사 비율이 가장 높게 나온다고 한다. 40대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장황하게 고독사 이야기까지 하게 된 것은 ‘내 인생의 마지막 고양이는 언제쯤 데려오는 게 적당할까’ 하는 고민 때문이다.

 

 

사람이 고양이보다 오래 사는 이유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을 때는 고양이 수명이 사람보다 짧은 게 안타깝고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신이 사람보다 고양이의 수명을 짧게 설계한 것은, 사람이 오래 살아서 고양이의 마지막까지 책임지게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한번 고양이와 가족이 된 사람은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행복하게 해줘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으므로.

둘째 하리를 임시보호 끝에 입양하기 전에, 스밀라와 함께 사는 동안 내 인생의 마지막 고양이는 스밀라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2006년 여름 우리 집에 와서 점점 나이 들어가는 스밀라에게도 언젠가 ‘그 날’이 올 것이다. 상상하기 힘든 슬픔을 겪은 뒤에도 다시 고양이와 함께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철모르던 어린 시절 병아리나 금붕어를 사왔다가 그 녀석들이 죽어 묻어준 뒤로는 반려동물과 사별한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스밀라는 입양한 지 2년차 되던 해에 급성신부전 증상을 보였고, 유전질환인 PKD 진단까지 받았다가 가족의 정성어린 보호 덕분에 건강을 많이 회복했지만 여전히 관리가 필요한 상태다. 깨작깨작 먹는 소량의 식사로는 하루 필요 열량이 충족되지 않아, 매일 강제급여로 영양분과 약을 공급받는다. 남들은 학부형이 될 나이에 처음 집에서 독립해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가장 고민한 것도 스밀라를 누가 어떻게 돌볼 것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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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가족이 된 유기묘 스밀라. 올해로 추정 15살의 노묘지만 표정만큼은 아기 같다.

 

 

야근과 출장이 잦은 나와 함께 산다면, 아픈 스밀라를 빈집에 오랜 시간 혼자 둘 게 걱정됐다. 노묘에겐 생활환경이 갑자기 바뀌는 것도 좋지 않다는 말도 마음에 걸렸다. 결국 24시간 스밀라를 지켜볼 사람이 있는 본가에서 스밀라를 계속 키우게 되었지만, 내겐 고양이 없는 삶이 1년 반 정도 이어졌다. 스밀라를 위한 결정이었다곤 해도, 첫째도 내가 직접 키우지 못하면서 둘째를 데려온다는 게 무책임한 일처럼 여겨졌다.

고양이도 없는 빈집에 들어서면, 내가 뭘 위해 돈을 벌고 하루하루 사나 싶었다. 고양이가 있는 삶을 몰랐다면 모르겠지만, 근 10년 가까이 함께 살던 내 고양이가 곁에 없으니 삶이 더 황량해졌다. 그러다 뜻하지 않게 내 집에 눌러앉은 고양이가 하리였다. 둘째 입양까지는 망설여졌지만 임시보호는 가능할 것 같아 맡았지만 “임시보호가 평생보호 된다”는 말처럼 하리는 일주일 만에 마음을 사로잡고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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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임보 끝에 입양한 하리. 언니 스밀라처럼 유기묘였지만, 명랑하고 활발한 성격으로 늘 나를 웃게 한다.

 

 

 

고양이를 책임감 있게 키울 수 있는 데드라인은 언제일까

우리가 함께한 지도 2년이 넘었고, 하리가 올 때의 추정 나이가 2살이니 고양이의 평균 수명이라는 15살 전후까지 살아준다면 앞으로 10년 정도는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내 나이도 50대 중반이 된다. 하리가 세상을 떠나면 다시 고양이를 들일 수 있을까? 요즘도 고독사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연령층이 50대라는데, 내가 죽었을 때 아무도 고양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을 걸 예상하면서도 다시 키울 수 있을까? 차라리 지금 셋째를 들여서 내가 60대 정도까지만 키우는 게 안전할까?

하리에게 다른 고양이 가족이 생기면 지금보다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들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1인 가구의 노년을 생각하면 선뜻 셋째를 들일 수가 없다. 심신이 건강하고 스스로 돈을 벌어 나를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만 고양이를 키워야 고양이도 행복할 텐데, 그 ‘데드라인’이 언제까지일지 알 수 없으니. 사실 그 때를 알고 싶다는 건, 운명을 미리 알고 싶다는 말이나 다름없으니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1인 가구 시대의 고양이 마을과 지역 커뮤니티

자발적 비혼주의자든, 자의반 타의반으로 결혼을 안 한 결혼 포기자든, 한번 결혼했다 ‘돌싱’이 됐거나 배우자와 사별했든, 1인 가구는 앞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그런 1인 가구의 유일한 가족은 반려동물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1인 가구 증가에 대한 사회복지 차원의 연구도 거의 없는 마당에, 남겨지는 동물까지 염두에 둔 사회복지 정책이나 동물복지 정책이 생길 리 만무하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반려동물 인구가 많은 일본에서는 이런 수요를 감안해 고양이 양로원도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공간이 생기기엔 요원하다. 결국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같은 생각을 하는 1인 가구가 모여 한국 사회에 맞는 자구책을 만들어나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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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의 관광명소가 된 허우퉁 고양이 마을. 관광지에 머물지 않고 커뮤니티 속성이 강화된 한국판 고양이 마을이 생기기를 꿈꾼다.

 

 

요즘 생각하는 것도 이런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1인 가구가 조합원이 되어 출자금을 내고 만드는 공동주택. 혹은 집을 새로 짓지는 않더라도, 같은 뜻을 지닌 지역 주민들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서로 돌봄 품앗이를 하는 마을. ‘고양이 마을’ 하면 흔히 그 지역의 길고양이나 고양이 테마 볼거리를 보러 오는 일종의 관광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반려인에게 필요한 고양이 마을은 조금 다른 의미의 커뮤니티가 아닐까 싶다. 혈연으로 얽힌 사이는 아니어도, 고양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은 사람들이 모여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커뮤니티가 잡음 없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이사를 갈 마음이 있다. 고립된 섬처럼 떠돌던 1인 가구들이 서로 단단히 연결된 마을, 그게 애묘인으로서 바라는 이상적인 고양이 마을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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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퉁 역 건물에 있는 역장 고양이 헤이비의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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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고경원

고양이 전문출판 ‘야옹서가’ 대표. 2002년부터 길고양이의 삶을 기록하며 국내외 애묘문화를 취재해왔다. 저서로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2007),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2010), 작업실의 고양이》(2011),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2013), 《둘이면서 하나인》(2017) 등이 있다. www.instagram.com/catstory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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