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경아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알려 드리고 보니
경아와 쪼만이가 세상만사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저 한 없이 뛰어 놀기만 하던 때들이 생각납니다.
불과 열흘 전, 2주 전 일인데도 아득히 먼 옛날 일 같기만 합니다.
불과 20일 전만 해도 경아는 이렇게 잘 뛰어 놀곤 했었답니다...
겨울 한 철 경아의 둥지인 다리 밑에서 쪼만이가 경아 밥을 챙겨 주고 있습니다.
고보협 장터에서 구매한 비타캣스틱을 하나 먹입니다.
반은 감추자 미련이 남는지 빈 케이스에서 코를 떼지 못합니다.
케이스가 비어 있음을 알고는 아쉬운 듯 입맛을 쩍쩍 다십니다.
많이 주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잘 먹는 걸 보니 나머지 반도 마저 줍니다.
녀석은 먹겠다고 한 쪽 눈을 질끈 감고 혹여라도 제 맘 변해서 도로 뺏어갈까봐 악착 같이 먹습니다.
이 때가 2월 18일이라 아직 개울 위에 얼음이 얼어 있을 때입니다.
쪼만이가 먼저 내려가서는 경아를 부릅니다, 빙판 위에서 같이 놀자고.
경아의 때와 장소를 아랑곳 않는 발라당은 알아줘야 합니다. 심지어 빙판 위에서도 합니다.
딴 건 몰라도 발라당 하나 만큼은 대한민국 길고양이들 중 짱을 먹을 자신이 있습니다.
쉬야를 하러 철책 쪽으로 올라간 경아와 그 뒤를 따라간 쪼만이가 말라버린 낙엽과 잡풀들 위에서 놉니다.
다시 빙판 위로 내려오는 경아.
빙판 위라 발이 시릴 텐데도 쪼만이와 둘이 잘도 놉니다.
씩씩하게... 수컷답게...
철책 쪽으로 올라가서 놀다가...
또 다시 빙판 위로 내려와서 놀기도 하고...
잘 놀고 나서는 자기가 캣스틱을 하나 먹이고 싶다는 쪼만이.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안 좋다고 말해 주지만... 간식싸움에서 애들을 이기는 부모는 많지 않습니다.
녀석에게 한 개를 주자 쪼만이가 경아에게 캣스틱을 먹입니다.
2월 18일이니 날 수로 20일이 채 못 됐는데,
이렇게 잘 놀던 경아가 지금은 집중 치료실에서 링겔을 꽂은 채 누워 있습니다.
막상 입원시킬 때는 몰랐는데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고 나니 현실 같지가 않은 게, 실감이 안 납니다.
아주 많은 것들이 순식간에 바뀌어 버렸습니다...
힘을 내야겠지요.
잘 회복하고 다시 전에 누렸던 기쁨들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회원 여러분들과 반려묘, 돌보시는 길고양이들도 모두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일들 많이 생기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