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 _고경원 칼럼 <2주간의 본격 고양이 축제 ‘선유랑괭이랑’>

by 담당관리자 posted Apr 2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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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의 본격 고양이 축제 ‘선유랑괭이랑’

 

4월 15일부터 28일까지 2주간 선유도역 일대에서 제1회 선유마을 고양이 축제 ‘선유랑괭이랑’이 열렸다. 국내에서 고양이 테마 전시나 마켓이 진행된 사례는 흔히 볼 수 있지만, 고양이와 관련 없는 업종의 가게까지 대거 참여해 전시, 강연, 아트마켓 등을 포함한 축제를 장기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축제 기획자인 백원근 대표 인터뷰를 비롯해 선유랑괭이랑 축제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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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발바닥 모양 마카롱을 한정판매하는 ‘프로젝트47'

 

 

 

 

연례행사 성격을 띤 고양이 축제를 시작할 때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다. 축제일을 정한다는 건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들과의 중요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고양이 축제를 위해서는 축제 장소의 지역적 맥락, 기획자의 경험과 고양이에 대한 애정, 협업할 지역 상점들의 확보와 다양한 프로그램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고려되어야 한다. 선유마을 고양이 축제 ‘선유랑괭이랑’은 이제 갓 1회째인 신생 축제이지만, 이런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하여 준비된 축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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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마시멜로우가 든 초콜릿 음료 ‘퐁냥퐁냥’(왼쪽)을 한정판매하는 카페 ‘선유기지’ 지하에서는 고양이 영화를 상시상영한다.

 

 

 

 

축제가 열리는 선유도에는 고양이와 관련한 기록이 전해져 내려온다. 선유도에 지금은 없는 봉우리가 있었고, 그 모양이 고양이처럼 보인다 해서 고양이산, 또는 괭이산이라고 불렸다는 것. 제1회 선유랑괭이랑 축제를 창안한 백원근 대표는 이 점에 착안해 선유도에 2018년 4월 잡화점 ‘선유도고양이’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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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잡화점 ‘선유도고양이’ 앞에 마련된 포토존.

 

 

 

 

 

“5~6년 전부터 일본 네코마츠리들을 탐방하러 다녔어요. 당시엔 고양이 잡화점을 열 생각은 없었는데, 일본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기치조지 네코마츠리가 열린다는 정보를 접하고 찾아갔죠. 그때 느낀 감정은 놀라움 자체였습니다. 고양이를 주제로 한 지역 축제가 한 달이나 진행된다는 사실이 부럽더군요. 그런 고양이 축제를 한국에서도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매년 일본 고양이 축제를 탐방하며 선유도가 위치한 양평2동 로컬 크리에이터 모임 ‘선유랑’에서 활동하던 백 대표는 올해 초 선유마을의 지역 프로젝트로 고양이 축제를 제안했다. 지역은근 상점을 돌아다니며 축제 취지를 설명했고, 총 22곳의 업체를 섭외해 올해 축제가 시작됐다. 백 대표가 축제의 밑그림을 그렸고, 홍보와 예산 확보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와디즈를 통해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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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디즈를 통해 펀딩한 사람에게 증정된 축제 이용권.

 

 

 

 

“22개 업체 대표 전부가 축제 진행을 위해 움직이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어요. 그래서 와디즈 펀딩 진행은 선유기지, 홍보는 이지앤북스, 플리마켓은 프레센트14 대표님이 맡아주셨고, 저는 22곳 업체들의 스탬프 투어 내용과 전시회, 강좌, 모임 등을 준비했죠.”

펀딩 금액에 따라 수공예 체험프로그램이나 강연회 등에 참여할 수 있고, 기념 굿즈도 함께 증정했다. 축제 기간 동안 참여업체 22개소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이용권도 만들어 펀딩 참여자에게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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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파는 서점 ‘프레센트14’에서 설명을 듣고 스탬프 투어를 시작하면 편하다.

 

 

 

물론 펀딩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자유롭게 축제 관람이 가능하고, 현장에서 북토크 및 강좌,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도자기 접시(그림그린그릇), 실크스크린 에코백(프링크앤드링크), 자수 가랜드(선유예술상점), 홍동 키링(펑키허스크), 펠트 키링(포밍슈가)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그 외 고양이 네일(재니네일), 고양이 클라이밍 체험(서종국클라이밍)도 가능하다.

 

 

“1회 축제는 조직위원회 없이 일부 대표들의 ‘열정페이’로만 준비하다 보니 여러 모로 한계가 있었다”며 아쉬워하던 백 대표는 “선유랑괭이랑 축제가 선유마을을 연고로 하는 주민, 상인, 행정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밀착형 축제로 자리매김하여, 고양이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선유랑괭이랑 축제의 꽃은 ‘스탬프 투어’다. 22개 업체를 돌며 물건을 사면 스탬프를 찍어주는데, 스탬프를 모을 때마다 한정 제작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스탬프 3개는 축제 기념 스티커, 6개는 기념 배지, 9개는 에코백, 15개 이상은 선유도고양이에서 준비한 스페셜 굿즈(북마크 2종과 데꼴 고양이 볼펜 2개)를 증정한다. 스탬프 투어 기념품 증정은 프레센트14 서점, 늘 라운지 2곳에 제공하며, 15개 이상 투어를 성공한 방문자에게 증정되는 스페셜 굿즈는 선유도고양이에서 배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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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센트14에서 마련한 블라인드북(왼쪽)과 축제 한정 스탬프 투어 기념품.

 

 

 

 

축제 기간 중 개인적으로 이틀간 스탬프 투어에 참여해, 총 22곳 중 16곳의 가게를 돌아보았다.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스탬프 투어 용지를 들고 22개 업체를 찾아다니며 각 상점에서 준비한 고양이 테마 상품이나 체험 프로그램, 전시를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선유도고양이 앞에서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고, 주말에는 프레센트14 앞 도로변에서 열리는 플리마켓 ‘괭이랑 마켓’에서 고양이 작가들의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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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4일간 열리는 ‘괭이랑 마켓’에서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살 수 있다.

 

 

 

 

각 상점들이 전시장으로 변신한 것도 이채롭다. 리소프린팅 카페 ‘프링크앤드링크’에서는 온느씨 도자공예, 선유예술상점에서는 김하연 사진전, 향기 파는 책방 ‘프레센트14’에서는 카툰작가 마르스의 카툰과 인형, 카페 ‘엘디아’에서는 꿈꾸는 지니 그림전, 베이커리 ‘파니피카’에서는 오빵이네 전시회, 와인바 ‘공간 이순’에서는 플라이웨이 그림전, 가정식 전문 ‘내일식당’에서는 <캔따개들은 고양이 확대범이다> 사진전 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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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소프린팅 카페 ‘프링크앤드링크’에 전시된 온느씨 도자작품.

 

 

 

무엇보다 이번 축제는 고양이에 대한 지역 주민의 인식을 제고할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평소 고양이를 잘 몰랐거나 관심이 없었던 가게에서도 축제를 계기로 고양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축제 참여가 신규 방문자로 인한 수익 증대로 이어지면서 고양이 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동기 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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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사진 갤러리로 변신한 가정식 식당 ‘내일식당’.

 

 

 

 

 

다만 관람자의 입장에서 보면 소소한 불편함도 있었다. 스탬프 투어 지도에 각 점포의 영업시간과 휴무일이 기재되지 않아 동선을 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주말에 쉬는 상점이 많아 아쉬웠다. 포스터 외에, 축제 참여 업체임을 확인할 수 있는 엑스배너 등 외부 설치물이 작게라도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축제 첫해의 경험을 거울삼아 매년 알차고 뜻깊은 행사로 애묘인을 맞이할 선유랑괭이랑 축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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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고경원

고양이 전문출판 ‘야옹서가’ 대표. 2002년부터 길고양이의 삶을 기록하며 국내외 애묘문화를 취재해왔다. 저서로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2007),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2010), 작업실의 고양이》(2011),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2013), 《둘이면서 하나인》(2017) 등이 있다. www.instagram.com/catstory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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