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금요일 오후에 하니동물병원 홍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그 날 혈액검사를 다시 해 봤더니 정상이고, 신장수치도 좋아졌답니다.
카테터를 보통 5일만에 제거하는데 경아는 조금 빨리 제거했고,
다시 막히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소변을 제대로 볼 수 있답니다.
방광에 염증이 아직 남아 있지만 일주일 정도 약을 먹으면 큰 지장 없을 것 같고,
호흡기 질환과 구강내 염증도 많이 좋아졌답니다.
처방식 사료를 한 2, 3개월 정도 먹으면 앞으로 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으니
퇴원해도 좋답니다...
딱 일주일 전에 그 날 밤을 넘기지 못 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던 경아가
하니동물병원 선생님들의 정성 어린 치료와
고보협회원님들의 사랑과 걱정 그리고 관심으로 빠르게 회복되더니
결국 퇴원해도 좋다는 o.k 사인을 받는 순간입니다.
일주일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12일 토요일 오전, 경아의 퇴원수속을 위해 쪼만이와 함께 하니동물병원으로 갑니다.
여전히 인큐베이터에 있는 걸 보고 조금은 놀랐지만 큰 의미는 없다는 선생님 말씀입니다.
홍 선생님으로부터 경아의 상태에 대한 최종적인 진단을 듣습니다.
요로에 결석성분이 있어서 그것이 방광에 염증을 일으키면서 요도가 막혔고
따라서 신장이 안 좋아진 경우이기 때문에 Feline SD 라는 처방식 사료를 한 2, 3개월 정도 먹어야 한답니다.
처방식 사료가 스테로바이드라는 결석성분을 녹여준다고 합니다.
그리고 약간 남아 있는 방광염과 호흡기 질환을 다스리기 위해 일주일 정도 아침, 저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한답니다.
물을 많이 먹고, 소변을 많이 보는 것이 좋답니다.
이런 저런 주의사항을 다 듣고는 퇴원을 하기 위해 천랑님께 빌린 이동장으로 옮깁니다.
인큐베이터에서 경아를 꺼내면서 홍 선생님이 무심결에 중얼거리십니다. "어이구, 무거워~~" (ㅎ..)
병실에서 나와 이동장으로 옮기니 옆에 있던 여자분이 그러십니다.
"어, 얘 고보협에서 봤던 아이네~"
인사를 하고 닉을 물으니 너굴구리님이십니다.
아버님이신 듯한 분과 함께 거의 외출냥이 비슷하게 댁을 드나드는 고등어 한 아이의 TNR 을 위해 내원하셨습니다.
약배가 함부로 언급하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만 아버님, 참 선하신 분 같았습니다.
위의 고등어는 한 번 출산을 경험했고, 새끼들을 지인들께 분양한 바 있는데
또 발정이 와서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중성화수술을 하려고 데려오셨노라 말씀 하시는데
참 자상하시고. 푸근하시고,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인정을 베푸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잠시나마 두 분과 같이 얘기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하니병원에 있는 다른 아이들 사진입니다.
여러분들이 관심을 갖고 계신 후크입니다. 지금 당장 퇴원해도 좋을 정도로 보여집니다.
양평이입니다. 지난 6일 일요일에 봤을 때와 조금 달랐는데, 알고 보니 털을 밀었더군요. 치료를 위한 것 같습니다.
이 아이는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두 다리가 다 골절이랍니다... 안됐습니다, 이쁜 젖소무늬...
얘는 며칠 전에 아톰네님이 노원구에서 구조해 오신 씩씩이입니다.
몰골이 말이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밥을 잘 먹는다고 하십니다.
얘는 참... 말이 안 나오는데... 3개월령이나 될까 말까 한 어린 것이 횡경막에 큰 부상이 있답니다.
원장 선생님 말씀이 횡경막 수술은 큰 병원에서나 가능하고 성공률이 50% 이하라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_-
홍 선생님뿐 아니라 원장 선생님도 참 자상하고, 동물에 대한 애정이 깊으신 분이라고 느껴집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고보협 회원님들께 소식을 알려 드리기 위해 입원중인 아이들 사진 좀 찍겠다고 말씀 드렸더니
한 아이, 한 아이 소개해 주시면서 상태가 이렇다, 저렇다 일일히 설명해 주십니다.
의사는 사람에 대한, 수의사는 동물에 대한 애정이 선천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근본이 되어야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아서 안타깝습니다. 하니동물병원 선생님들만 같다면 참 좋을 텐데...
경아를 태우고 용산으로 갑니다.
이 녀석을 다시 길로 내보내기에는 마음이 안 놓여서 미야초키맘님께 당분간 care 를 부탁 드렸습니다.
그 분이 운영하시는 용산구의 애견샵에 당분간 있게 합니다.
쵸키맘님을 만나 뵈려 했지만 잠시 길이 엇갈렸고, 그 사이 점심을 좀 먹어야겠습니다.
점심 사주려고 일부러 데리고 나온 건 아니지만 어쨌든 맛있는 것 사주겠다고 쪼만이를 데리고 돌아다니는데,
일식집 돈까스도 맛있게 생겼고, 피자나 다른 먹거리들이 꽤 많지만
쪼만이 녀석은 굳이 편의점 컵라면을 드시겠다고 졸라댑니다.
너 데리고 밖에 나와서 컵라면을 먹이면 엄마한테 혼도 나고,
무엇보다 야, 그림이 안 되지 않냐며 다른 것 먹자고 종용하지만 녀석은 막무가내로 컵라면을 먹겠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아, 얼굴 팔립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저 사람은 얼마나 돈이 궁하길래 애한테 컵라면을 멕이나, 라고 생각할 것 같은...
나 돈 없는 거 아님! 애가 원해서 먹이는 거임!! 이라고 현수막에 써붙여 걸어 놓고 싶습니다... -_-)
점심을 먹고 나서 쵸키맘님을 만나 뵙고 경아를 부탁 드립니다.
쵸키맘님이 운영하시는 미야그루밍 애견샵에서 생활하게 된 경아...
경아의 옆방 친구들...
여기서 당분간 잘 지내라, 이 녀석아...
그리고 쪼만이를 데리고 나비야쉼터에도 방문했지만 그 얘기는 다음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길고양이 경아는 거의 죽을 뻔 하다가 일주일만에 어느 정도 회복해 새 삶을 살게 됩니다.
무엇보다 고보협 여러분들의 사랑과 관심, 응원과 격려 덕분입니다.
처음 경아가 아픈 것을 발견하고는 그저 대책 없이 전화 드렸을 때
이동장을 빌려 주시고 하니동물병원을 연결해 주신 천랑님께 감사 드립니다.
불철주야 하니동물병원에 다니며 연약하고 불쌍한 아이들의 안위를 위해 힘쓰시는 감자칩님께 감사 드립니다.
경아와 다른 고양이들의 치료를 위해 따로 신경을 써 주신 kit님께 감사 드립니다.
경아의 신장을 걱정하시며 레날파우치와 주식캔을 택배로 보내주신 졸리님께 감사 드립니다.
답답할 때 상담자가 돼 주시고 미야네 그루밍으로 연결해 주신 은이맘님께 감사 드리고,
늦은 시각에도 전화해서 이것 저것 말씀해 주신 네코맘님께 감사 드리고,
퇴원한 경아의 care 를 허락해 주신 미야쵸키맘님께도 감사 드리고...
그리고 일일히 열거하지만 못 할뿐,
경아의 상태에 대해서 같이 걱정해 주시고, 회복을 응원해 주시고,
사랑과 동정으로 같이 아파해 주신 고보협 회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저와 경아가 지금 이런 사랑을 받았는데,
앞으로는 우리가 받은 사랑을 우리보다 더 열악한 상황의 다른 분들/길냥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되돌려 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경아는 길고양이로 계속 살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고, 입양을 알아 봐야겠습니다.
나이가 많고 병력이 있어 어찌 될 지는 모르겠지만 하는 데까지는 해 보려고 합니다.
그 다음은 그 다음의 대책이 또 있어야겠지요...
하니동물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이들의 조속한 회복을 기원하며,
그 동안 경아에게 관심 가져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