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기고
이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고 있는 경아의 근황을 전해 드립니다.
고양이 치고는 나이도 꽤 많은 편이고 병력까지 있어서
저 자신도 반신반의하면서 지난 주 중에 입양신청글을 올렸습니다만
한 분께서 올린 지 하루만에 관심을 나타내 주셔서
이메일로 나름 소상히 경아의 최근 상태와 습성, 환경의 변화 등에 대해서 말씀 드렸고,
지난 주 토요일 (3월 19일)에는 그 분 가족들께서 모두 오셔서 경아를 직접 보기도 하셨습니다.
의뢰하신 분은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시고,
남편 되시는 분은 대학교수시고, 중학생인 아들 한 명이 있는 가족인데,
집안 분위기상 똥꼬발랄, 폭풍 우다다에 까불까불하는 아깽이 보다는
조용하면서도 정감 있고, 몸집도 나름 풍성하고, 여유 있게 느긋한 성격의 고양이를 찾으셨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경아하고 딱~! 인지... ^^)
토요일 저녁에 현재 임보처에서 경아를 직접 보셨고
경아의 치료상태 및 현재 상황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다 말씀 드렸습니다.
세 분의 가족회의를 통한 결론은 경아를 키우기로 결정하셨다고 하고
이번 주 중에 경아를 데려가실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세 분 모두 경아를 보고 난 후 알러지 증세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데려가셔서 한 번 같이 지내본다고 하십니다.
그 후 알러지 때문에 견디기 힘든 경우가 되면
그 때 가서 저와 다시 상의해서 좋다고 생각되는 쪽으로 결정키로 하였습니다.
(알러지에 대한 팁을 주실 수 있는 분들은 댓글이나 쪽지로 부탁 드립니다.)
나중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현재로서는 원하던 대로 됐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분들을 만나 뵈니 교양과 사고방식, 남을 대하는 태도 등
많은 것들이 타에 모범이 될 만한 분들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지난 토요일 저녁에 만나 본 경아의 모습입니다.
일주일 전에 퇴원한 경아는 불과 일주일만에 아주 보기 좋은 모습이 되어
자신을 보러 온 입양희망자 분의 발밑에서 뒹굴고 있습니다.
처방식 사료도 아주 잘 먹고 있습니다.
이 분들은 누구신가? 날 보러 오신 분들인가? 라고 생각하는 듯 눈을 똥그랗게 뜨고 주위를 살피고 있습니다.
같이 있던 고양이들 중 두 마리가 잠깐 서로 하악거리자, 퍼져 앉아 아랫배 쪽을 그루밍하던 경아가 쳐다봅니다.
"왜들 그래? 무슨 일 있어?" 라고 묻는 듯한 표정에 입양희망자분 가족들이 웃으십니다.
경아의 특기인 발라당과 뒹굴거리기로 입양희망자분 가족의 마음을 사로 잡습니다.
(사진이 조금 흔들렸네요~~ -_-)
입양희망자분 가족이 가시고 난 후 제가 다시 들어오며 문을 열자 급작스런 소리에 싱크대 밑으로 피하는 경아.
(살짝 서운해집니다... 얌마, 내가 너한테 바친 정성이 얼만데 날 피하냐? 취사한 녀석... -_-)
하지만 경아는 경아입니다. 경아야~ 하고 부르자 바리 의심을 풀고 나와서 제 무릎 사이를 파고 듭니다.
이 녀석은 경아와 함께 지내는 노랑둥이 고양이인데, 얘도 한 애교 떱니다.
제 앞으로 바싹 다가오더니 두 앞발을 동시에 들어 제 손 위에 얹으며 야옹~합니다. 친근감의 표시라는 걸 압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녀석이 얼굴을 돌려 버립니다... -_-)
이 두 녀석들은 경아의 옆방에 사는데, 다른 냥이들은 (경아 포함 넷 정도) 나와 있지만 아직 방 속에 있습니다.
병마를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아서 기특합니다. 몇 번 더 쓰담해주고, 잘 있으라고 얘기해 줍니다.
입양희망자분은 기본적인 고양이 용품들이 마련되면 이번 주 중에 경아를 데려가겠다고 하십니다.
위치는 현재 임보 중인 곳과 그리 멀지 않은 용산구 동부 이촌동입니다.
그동안 경아에게 베풀어 주신 고보협 회원 여러분들의 사랑과 관심에 감사 드립니다.
나중에 또 소식을 전해 드릴 수 있게 될 지 어쩔 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일이 잘 되는 것을 전제로 해야겠지만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경아는 이제 길었던 길고양이 생활을 마감하고
병마와 싸워 이겨낸 끝에 집고양이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과 동정이 없었다면 도저히 얻을 수 없는 행복입니다.
다시 한 번 경아를 대신해서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겠습니다...
재크와 경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