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검사받은 후, 중성화 수술하고 나온 타이거입니다.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은 상태였어요. 다리 외상은 생각보다
심각하진 않은데 사고 나면서 간에 타격이 갔고, 골반뼈 한쪽이 부러져서 장기 입원이 불가피하다고 원장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작년 10월부터 동네 고양이들 돌보미를 자처하고 나선 amande라고 합니다.
아버지의 반대를 피해 집 앞마당에 구석진 곳에 상자를 만들어 그 안에 비밀 무료 급식소를 차려놓고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1마리였던 아이들이 하나,둘 소문을 듣고 찾아와 현재는 4~5마리의 동네냥이들이 다녀가는 걸로 추정하고 있어요.
알록이(무지개 다리를 건넜는지 2달째 보지 못 했습니다), 달록이,흰양이(검은바탕에 흰양말 야옹이),노형(노랑둥이 형님),
그리고 오늘 하니병원에 입원시키고 온 타이거(애칭:타이가)가 제가 돌보는 아이들입니다.
타이거는 그 중 형님격으로 제가 본 햇수로만 따져도 3~4년은 이 동네를 묵직하게 지키고 있었어요.
타이거는 왕형님이긴 해도 절대 자기보다 먼저 와서 밥 먹는 아이들을 내쫓지 않고 다 먹고 갈 때까지 앞에서 조용히
기다렸다가 자기 순서가 되면 먹곤 했어요.
사람에 대한 경계가 무척 심해서 이제껏 3미터 안쪽에서 본 적도 없을 정도였고요.
어제도 흰양이가 밥을 먼저 먹고 있으니까 기다리다가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오려는지 뒤로 돌아 옆 빌라로 가더군요.
그 때만 해도 튼튼하고 아무 이상 없었어요.
그런데 오늘 오후 먹이를 주러 내려갔더니 평소 먹이 그릇만 덩그러이 놓여있던 상자 안에 뭔가 시꺼먼 물체가
보이더군요.
타이거 였어요..
처음에는 꼼짝도 안 해서 죽은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말을 시켜보니 야옹하고 대답했어요. 다행히, 천만다행히도 살아있더군요.
물을 입에 대주니까 무척 맛있게 마셨습니다.
평소 자기 가까이에 사람을 못 오게 했었는데 전혀 미동도 않고 상자 구석에 있는 걸보니 어딘가 많이 아픈 것 같았어요.
다리에 상처도 있고요.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하는데, 제일 처음 고보협이 생각났습니다.
평소 길냥이를 돌보며 많은 정보와 힘을 얻었던 고보협에 글을 올리고 기다리던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요..
곧이어 감자칩님의 덧글이 달렸고, 어머니께 도움을 요청하여 타이거가 든 상자를 남색 보자기로 가리고 통째로 옮겨 차에 싣고 하니병원을 향해 달렸습니다.
타이거가 많이 지쳤는지 낯설어서 조금 운 것 빼고는 얌전히 자동차 타고 잘 갔고요.
병원 가서도 얌전했어요.
원장 선생님께서 무척 착한 아이같다고 하시는데...그 말에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처음에는 수컷끼리 싸우다 다리를 다친 것 같다고 하셔서 겸사겸사 중성화 수술을 했는데,
원장 선생님께서 아무래도 뭔가 석연치 않으시다며 여러가지 검사를 다시 하셨고,
교통 사고라는 최종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교통 사고 당시 충격으로 간에 손상이 갔는지 간 수치가 너무 높아서 장기 입원이 불가피 하다시네요.
골반뼈 한쪽도 나가서 붙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요.
예상 외로 여러 군데가 좋지 않았어요...치아를 보시더니 나이가 꽤 있는 아이같다고도 하시고요.
나이도 있고, 여러군데 안 좋은데 괜히 한꺼번에 중성화 수술까지 시킨건 아닌지 나중에 시킬걸 괜히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tnr이 꼭 필요하단 건 알지만 수치가 너무 높아 걱정이 되어서요..
그래도 원장 선생님께서 고양이를 좋아하시고 정말 친절하셔서 믿음이 가 한결 마음이 놓였습니다.
우리 타이거 꼭 건강해져서 다시 이 동네를 씩씩하게 뛰어다녔으면 좋겠어요.
영양식으로 캔 사서 간호사님 드리고 나오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그래도 감자칩님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정말이지 감사합니다.
타이거 꼭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도록 기도하고...소식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