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동네에서 알게된 길냥이 가족들(어미냥과 새끼냥 세마리 형제)인데 버려진 낡고 깨진 스티로폼 박스에서 살아가는 것을 보고 가끔 물과 먹이를 챙겨주며 지켜보았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지켜보다가 더 추워질 날씨를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에 스티로폼 박스를 주어다가 집에 있던 단열재와 시트지, 신문지 등으로 난생처음 길냥이 집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집을 놓아주기 하루 전까지만 해도 보이던 새끼들이 집을 놓아주러 가니까 어미, 새끼 모두 하루 종일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 전날 눈발이 날리고 새끼를 보호하려는 어미의 경계심이 높아 거주지를 옮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틀이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날에 새끼들은 온데 간데 없이 어미냥만 그 자리에 나타나 울고 있더군요. 고양이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울음 소리가 마치 새끼들을 부르며 찾는 소리 같이 들렸습니다. 그 이후로 새끼냥 형제 세마리는 아직까지 보이질 않습니다. 제가 만들어 준 새집도 처음에는 사람냄새 때문인지 경계심 때문인지 들어가지 않다가 그나마 다행히도 집에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9월에 16년을 함께하던 말티즈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매우 상심이 깊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 길냥이 가족들을 알게 되었고 새끼냥들의 귀여운 모습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고 있었구요.
그냥 이건 제 생각인데, 요즘 유튜브에 보면 무슨 유행처럼 '냥줍했어요' 하면서 영상 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누군가 제가 길냥이 가족 주위를 서성대는 것을 보고 길냥이 가족의 존재를 알아채고 어미가 먹이 구하러 간 사이에 새끼만 훔쳐간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머리 속을 맴돌며 '내가 괜한 짓을 한 것은 아닌가', '하루 이틀만이라도 좀 더 빨리 집을 만들어 주었다면 이런 일이 있지 않았을텐데'하는 후회가 드네요.
반려견을 떠나보내면서 속으로 '다시는 동물에게 깊은 정 주지말자'며 다짐했는데, 매일 그 자리에서 울고 있는 어미냥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네요. 얼마남지 않은 2019년 한 해, 회원님 모두 잘 마무리 하시고 새해 건강하고 동물들과 함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비오는거리님. 길아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마음으로 하신거라 아마 아이들도 잘 알거예요. 2019년 마무리 잘 하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