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상황

강남역 고양이 ("봄"이) 구조되었습니다.

by KuVet posted Apr 16, 201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대상묘 발견 정보
대상묘 치료
대상묘 향후 계획

고보협 운영진님, 회원님들 안녕하세요.

어제 <강남역 고양이> 를 구조한 KuVet, 인사드립니다.

(봄이소식을 길냥이 쉼터에 올려야 하는지, 여기에 올려야하는지 잘 몰라서요. 우선 여기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글 위치가 잘못되었으면 글 삭제하고 이동하겠습니다.)

 

제가 강남역 길고양이를 만난 것은 4월 13일 아침 10시경 강남역 6번출구 뉴욕제과 옆 길바닥에서였습니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려고 길을 바쁜걸음으로 가는데, 길 가에서 어떤 노란 덩어리를 보았는데요.

처음에는 고양이 인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뭐지?"하고 봤는데, ...!!!!! 고양이 인 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랬습니다.

 

옆으로 누워있는 자세로 그 사람 많은 강남역 인도 건물 앞에 누워있는데, 처음에는 죽은 길냥이인 줄 알고 다가갔어요.

학교도 가야하고, 바쁜 아침이었지만, 가여운 죽은길냥이를 그렇게 두고 갈 수 없어서, 근처 빵집에서 봉투라도 사서 수습이라도 해줘야겠다하고 다가간게 처음 한 행동이었는데, 코앞까지 다가가니, 냥이가 고개를 움직이는 거에요.

 

그래서, 아... 아직 살아는 있구나 하고, 쥐약을 먹었어서 누워있나... 별 생각을 다하며 외상이 있나 보았습니다. 다행이 피가나고 다친데는 없어보여서, 탈진하지 않게 물이든 뭐든 뭔가 먹여야 겠다 생각이 들어,  주변에 고양이 사료나 캔 파는 곳을 찾아다니다가 서초동 이마트에가서 고양이 캔을 사서, 일회용그릇에 쏟아, 냥이 앞에 내려주고, 고개를 들어 혀를 조금씩 내미는 모습을 보고, 저는 수업때문에 걸음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와서, 냥이 생각에,

고양이 습성상 완전 번화가인 강남역 대도로변에 그렇게 누워있을리가 없는데, 왜 그랬을까... 하고 신경이 계속 쓰이는거에요. 길가에 그러고 있다가 사람들 발에 채이거나 해코지당하면, 지금은 살아있지만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까 제가 지켜볼때, 오고가는 행인들이 누워있는 고양이를 핸드폰카메라로 찍어갔던 것이 기억나서, 이 고양이에 대한 글들이 인터넷에 있을 것 같아서,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트위터에서 강남역 고양이로 검색하다가, 제가 본 고양이를 걱정하는 글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리고는 그 분께, 고양이 소식 아시는 것,, 저에게도 알려달라고, 저는 아침에 고양이를 봤는데, 오후인 지금은 고양이 구조되었냐고, 멘션을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트위터로 어떤 분께 이동가방을 사서 구조하러 갔는데, 가방에 거의 들어갔다가 빠져나왔다는 말씀을 들을 수가 있었어요.  이런 내용들으로 그 고양이가 오후에도 그 자리에 계속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구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고보협에 첫 구조관련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글을 올리고 난 직 후, <피자>님께서 구조를 도와주시겠다고 임보도 해주시겠다고 통덫도 밀려주시겠다는 감사한 말씀을 먼저 해주셔서, 연락처를 주고 받고, 전화통화를 해서 상황을 알려드리고, 상의를 하고, 그래서 다음날 아침 새벽에 구조하러 가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강남역이 워낙 번화가라서 유동인구도 너무 많고, 그리고 집근처도 아니라서 새벽 첫차를 타고 피자님을 만나서 아침 5시 반에 구조를 시작하기로 하였구요. 통덫은 뉴욕제과와 은행 사이 (쓰레기를 보관하는) 철문 앞에 놓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첫번째 구조 시도는 시작되었는데. 아침에 가보니, 냥이가 저희의 움직임을 수상하게 여기고 알아챘는지,  누워있는자세에서 움직여 건물사이로 피했는데, 그 와중에 캔을 넣어둔 통덫에 다른 새로운 길냥이가 들어가 포획되게 되었습니다, 

 

피자님께서 포획된 아이는 중성화라도 시키는게 어떻겠냐고 하셔서, 잡힌 아이를 이동가방으로 옮기고 통덫을 다시 놓으려고 했는데,  이동가방으로 옮기다가 포획된 아이가 틈사이로 비집고 탈출하는바람에, 놓치게 되었는데요....

그렇게 포획되었던 아이가 달아나고 나니,  강남역에 누워있던 냥이도 건물 틈으로 숨어버리고... 통덫을 계속 놓아두어도  저희가 있으니,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첫날은 그렇게 포획계획을 접어야 했습니다.

 

 

 

 

2011-04-14 07.09.30.jpg 2011-04-14 07.11.32.jpg

 

<사진설명> 첫날 포획 실패하고, 찍은 사진이에요. 하얀타원으로 표시한 곳이 고양이가 죽은듯이 누워있던 부분입니다.

장소는 뉴욕제과 옆, 전봇대같은 설치물 아래였구요. 누워있던 기간은 주변분들 이야기를 들어 추측해보면 약 5일정도로 추정합니다. 항상 그 자리에 있던 아이였으면 원래 그 자리에서 사나보다 라고 생각하고, 구조까지는 시도 안했을텐데, 갑자기 며칠전부터 길가에 누워있더라고 하셔서, 집근처가 아니고, 장소도 보는 눈도 너무 많고 통덫설치도 너무 불리한 곳이었지만, 피자님 덕분에 힘입어, 구조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으로 살짝 나와서 보실 수 있는데, 사진을 아침 7시쯤 찍은 것인데, 정말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원 앞에 노란 쓰레기 같은 것이, 사람들이 준 빵조각 과자조각 같은 것이구요.  옆에,  사람들 소변같은 오물에.. 담배꽁초, 침..ㅜㅜ 트위터분 말씀으로는 앞에 구두방 어떤 남자분은 누워있는 고양이에게 담배피우다가 뜨거운 담뱃재도 털고 튕기셨다 하시고..ㅜㅜ  저런 자리에 왜 그 아이가 누워이었는지... 고양이 습성상 이해가 전혀 안되는 부분이었고, 누워있는 장소 위치가 해코지 당하기에 너무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피자님께서 빵집에 알아보신 걸로는 고양이 잡아달라고 신고가 들어갔는지, 경찰들도 고양이를 찾으러 다녔다고 하고, 잘못했다가는 엄한데에 구조되서 안락사 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둘째날.)

 

강남역에에서 아침 5시 반 다시 통덫을 놓게 되었어요.

경비아저씨께서 고양이가 어제밤에는 길가가 아닌 건물사이(뉴욕제과와 은행사이 공간)에 누워있는 것 같았다고, 통덫 놓는 걸 아는지, 며칠간은 길가에 드러내놓고 누워있었는데, 어제밤에는 길가에서는 모습을 못보았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말씀에 지금 있는 장소가 위험해도 괜히 구조신호를 보내서, 고양이만 놀래켰나.. 만감이 교차했는데,  아무리봐도 이런곳에 고양이가 누워있는것은 목숨 내놓고 있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통덫을 설치하게 되었어요.

 

통덫을 놓고, 근처에서 완전히 벗어나, 한 30분쯤 뒤에 와보자 해서 피자님과 자리를 피했는데, 그리고 난 뒤, 6시 반쯤경? 와보니 통덫이 들썩거리는거에요. 보니... 포획하려던 냥이가 잡혀있었습니다. 가까이 가니까, 캔도 다시 다 토해놓고, 잡혀서 얼마나 놀랬으면 그랬는지...ㅜㅜ 강남역이 떠나가라 울고 불고..  피자님과 저랑, 포획이 처음이라 당황해서 보자기로 통덫 덮어놓고,  어떻게 하지 고민하다가,  피자님께서 신사역에 24시 동물병원 아신다고 하셔서, 택시를 타고, 고양이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신사역 병원에 도착, 그 병원에서 검사가 가능했으면 뭔가 해보려 했는데, 그 병원에서는 길고양이 진찰이 불가능하다고 하시더라구요. 길고양이에게 우호적인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수업끝나는 10시 반까지만 고양이 맡아주시면 안되겠냐고,, 사정사정해서, 허락을 구한뒤에, 잠시 맡겨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강남역에 와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당장 포획된 아이를 받아 줄 수 있는 병원을 알아야해서, 고보협에 세번째 글을 다급하게 올리게 되었습니다.

홈페이지를 보니, 신논현역 근방에 연계병원이 있어서, 그 곳을 담당해주시는 운영자님, 달고양이님을 게시판을 통해 찾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달고양이님께서 (달고양이님 정말 감사합니다.) 근무 사이 점심시간때 시간내서 와주셔서,  논현역 연계병원은 tnr만 되는 곳이라,,, 냥이를 데리고 택시를 타고 목동하니병원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구조후에 피자님께서도 회사출근때문에 가보셨어야 해서,  의지가 되었던 피자님께서 안계시니... 마음속으로 조마조마 두근두근, 겁도 나고 무서운 기분이 들어서,  심지어는 모른척 할걸 구조한것을 후회하는 기분도 들기까지 했는데... 피자님도 아침에 도와주시고,  달고양이님도 도와주시고... 정말... 귀한 개인시간 내서 도와주시러 와주셔서 제가 얼마나 감사한지... 이 마음 글로 표현이 안됩니다.

 

이런 과정으로 목동하니병원에 도착한 강남역고양이는,  기본적인 검사와 엑스레이 피검사 등을 받게 되었구요.  하니병원은 고보협을 통해, 익히 너무 감사한 곳이란 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마음이 훨씬 놓였습니다 .

 

검사결과, 다행이 길고양이 치고는 빈혈이 있고 높은 당수치는 있었지만,  진드기, 피부병도 심하지 않고,  건강상태가 임보나 입양가기에 괜찮은 상태라 하셔서, 너무 다행이었습니다. 범백같은 전염성 강한 무서운 병도 다행이 없었구요.

검사결과나온 것 보니,  "너 왜 강남역 길가에 누워있었어?"하고 꾸중?하며 ^^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강남역 고양이,,, 마지막 본 모습은 마취에서 덜 깨어서 비몽사몽한 냥이의 모습이었습니다. ^-^

 

지금 강남역길고양이는 <봄>이라는 이름으로 하니병원에 입원중이구요. 건강상태가 완전히 증명이 되면, 피자님께서 임보해주신다고 하셔서, 피자님댁으로 가서 우선은 입양처를 알아보며 지내게 될 것 같습니다.

 

 병원에 입원시키고 냥이 구조되었던 자리를 확인하려고 다시 강남역 뉴욕제과 앞에 와 보았는데, 냥이가 누워있던 자리에 빵조각도 없고,  빈자리로 있어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병원에서 검사결과 들으면서 고보협에서 구조되는 아이들 사진을 보면, 정말 너무 심하게 외상을 입고 아픈 아이들이어서, 특별한 건강상의 문제가 없는 길냥이를,  강남역 길가가 아무리 위험하다해도,  내가 내 감정에 휩쓸려 구조한 걸까...  냥이 친구들도 아직 근처에 있는데, 그들의 친구 한 아이를 내가 떼어놓은 걸까... 혼란스럽기도 했는데...

뉴욕제과 앞, 금요일 오후, 그 많은 사람들을 보며, 이런 곳에 한 고양이가 누워있었을생각을 하니 끔찍해서, 구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비아저씨께서도 너무 위험했는데, 구조되서 다행이라고 하셨구요. 트위터에 고양이 소식을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구조소식에 안도하셨고,  저를 도와주신 피자님께서도 한 생명, 너무 위험한 곳에서 구해서 얼마나 다행이냐고 해주시고, 달고양이님께서도 건강상에 큰 문제가 있는 아이는 아니지만, 구조된 장소가 그냥 또 내버려두기엔 위험한 장소였으니 구조한게 잘했다고 말씀해주시고,,,,  

구조하고 보니 약을 먹거나,  내부 주요 장기에 부전이 있어서 생명이 위독한 아이는 아니었지만...  잘 구조했다고 생각하려 합니다.

 

----------------------------------------------------------------------------------------------------------------- 

 

이번 구조를 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 근처에서 길냥이 15마리 정도에게 밥을 주고 있지만,  직접 구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차도 없고, 경제적으로 자립이 안된 상태에서 얼마나 신중하게 구조를 결정해야 하는지, 여러 분들게 감사의 도움을 얼마나 많이 받아야 하는지.... 느낀점도 있구요.

강남역 고양이 구조에.. 회사일에  없는 시간들 쪼개고 쪼개셔서 최대한 내 주시고, 새벽 아침 잠 설치며 나와주시고 이동가방이랑 통덫... 구조할 수 있는 용기까지 모두 도와주신 피자님,  그리고 봄이를 신사에서 목동으로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점심시간 식사도 못하시고 저 학생이라고 택시비에 점심때 식사까지...ㅠㅠ 너무 두려울때 옆에서 도움주신 달고양이님,, 정말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통덫에 잡혀서 공포감 가득 서럽게 우는 고양이를 데리고 아침시간에 홀로 낯선 동네 강남 주변에 있으면서, 두려운 생각도 들었는데,  정말 도와주신, 피자님, 달고양이님께  정말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현재 수의학을 전공하고 있는 본1학생입니다. 

동물을 너무 좋아하는 마음에, 유기동물 보호 센터 같은 곳에 봉사하러 다니다가,  미용이나 청소 이런 것 말고, 직접 치료할 수 있는 봉사를 하고 싶어서, 전공 공부하고 있는데요.  

어제 달고양이님께도 식사중에 잠깐 말씀드렸었는데,  수의학 공부하면서 수의사로서 생명에게 어떤 사명감을 가져야 할지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또한 이번일에도 그 많은 강남역 행인들 중에 누군가 냥이를 위한 도움의 손길이 뻗어 주지 않는다면,  다른 전공도 아니고 수의학 공부하는 내가 그냥 지나쳐서는 안되겠다... 했었구요...

 오늘  강남역 고양이 구조하면서 정말 느낀점도 많고,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피자님과 달고양이님께 큰 도움 받으면서, 그리고 구조되는 냥이를 보면서, 트위터로 걱정해주시는 분들과 소통하면서,  느꼈던 모든 것과, 그 감사함은, 제가 몇년뒤에 수의사가 되었을때 제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직업관에 중심을 잡는데,  꼭 그 바탕으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감사하다는 말씀도 꼭 드려야 하지만,  그 감사함을 앞으로 어떻게 보답해야 하는지도 잊지 않겠습니다.

 

 

 

왜 그렇게 사람 많은데에 무방비상태로 누워있었는지... 아직도 의문스러운 강남역 고양이 봄이 모습...

그래도 구조한 것이 잘 한 일이겠지요...? 

 

<봄>이의 새로운 소식은 제가 어제는 경황이 없어서,  구조된 모습을 찍지 못하였는데, 병문안가서 봄이도 보고 사진도 올려서 봄이 모습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 예쁘장해서 여아일줄 알았는데, 남아였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는데,  그 말씀은 꽃미남?이라는 뜻이겠지요? ㅎㅎㅎ 

 

 

2011년 4월 16일

 

강남역 6번출구 뉴욕제과 앞 길고양이>>> 봄이 누나 드림.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