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될 지 모르겠어요.
고보협에 글을 올리시거나 이곳을 찾는 분들 중에 어떤 계기가 있어
길아이들 밥을 챙겨주게 되셨는 지, 문득 궁금하기도 하고-
몇 달 전이었나요?
부모님이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를 내다버리셨다고, 어떻게 하면 좋냐는 글을
올리셨던 분이 생각이 나는데,
작년 4월, 서른을 훌쩍 넘고도 늘 비실비실 대는 딸래미가 더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한 게
순전히 고양이 털 때문이라 믿는, 저희 어머니에 의해 제 생에 첫 반려묘이자 저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특별하고 소중한 쁘니,라는 고양이가 동네도 아닌 차를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경기도 외곽에 버려졌던 일이 있었어요.
그깟 고양이, 길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보다 더 못난 (제 반려묘가 카오스 냥이,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분이 보면 호감이 안 가는 외형일 수도 있겠지요) 고양이보다 당신 딸이
더 소중하다며 우시는 어머니께 정말 죄송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 하나 제대로 숨을 쉬자고
살아있는 생명을, 단 한번도 밖에 나가본 적이 없는 그 순한 아이를 포기할 수가 없어서
한번도 가보지 않은, 경기도 외곽 그곳으로 만 5일동안 잠 한 숨 제대로 못 자고
찾으러 다녔더랬어요. 그리고 기적처럼 우리 쁘니를 다시 찾게 되었고
그 때부터 길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대요.
우리 쁘니도 그 때 찾지 못 했더라면 이 아이들처럼 힘든 길생활을 했을 테지, 언젠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먼지처럼 사라져 버렸겠지 싶으니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유독 눈에 들어오고, 마음이 가는 냥이 식구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더불어 그 냥이가족과
한 영역안에 있는 냥이들이 보이고-
그렇게 눈이 오면 등산화를 신고, 비가 오면 비를 맞은 채 길아이들 밥을 챙겨주다 보니
네, 모든 사람들이 다 제 마음 같지는 않대요.
캣맘, 캣대디 분들이 무수히 겪었을 일들, 나라고 다를까, 글로 옮기기도 몸서리 쳐지는 일들-
여튼 일전에 이런 고비를 겪고, 시작은 짧은 생을 사는 가여운 이 녀석들, 단 하루라도 배불리
먹게 하자 했던 마음이.... 점점 더 자신이 없어져 언젠가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이 아이들을
외면해야지, 내 마음이 더는 못 견디겠다 할 즈음
다른 냥이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니, 근 일년동안 제가 주는 사료를 제대로 다 먹는 걸
본 게 손에 꼽을 정도인, 저 혼자 순딩이 삼색이라 부르는 작고 작은 체구의 삼색이가
6월 28일, 한눈에 보기에도 이거 심각한 게 아닌가 싶은 모습으로 왼발을 절뚝 거리면서 나타났어요.
그 전날 봤을 때도
이번에 첫 출산을 한 새끼들을 건사하며 건강한 모습이었는데,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쳤는 지,
그 히스토리를 전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왼발 민며느리 발톱이 붙어있는 게 신기하다 싶을 만치
하얀 뼈마디가 드러난 모습에.....
네, 솔직히 말을 하면 너무나 놀랍기도 하고, 마음이 아파 미칠 지경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복잡한 심경이었어요.
이래저래 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였고, 다음주면 직장을 더 이상 나가지 않는데
이를 어쩌면 좋을까 하는....
복잡한 심경으로 곧장 집으로 들어와 고보협에 치료지원신청서를 내고
사진조차 올리지 못 했는데, 그 다음 날 고맙게도 고보협 운영진이신 감자칩님께서 연락을 주셔서
그 날 바로 삼색이를 포획해서 유석동물 병원으로 데리고 갔어요.
포획이란 말이 무색하게 삼색이 녀석, 자기 발로 이동가방안에 들어선 거지만
약 두 달령 정도 되어보이는 새끼들을 떼놓고, 어미묘인 삼색이만 데리고 병원에 가려니까 마음이... ㅠㅠ
이리저리 치이던 삼색이에게 처음으로 제대로 된 가족이 생긴건데....
제발 크게 다친 게 아니고, 간단한 드레싱과 후처치 만으로도 괜찮은 거길 바랐더니
상처부위는 크지 않지만 이미 그 부분이 썩었다고 해서 많이 놀랐어요.
첫날 병원에 가서 마취를 하고, 삼색이 녀석 상태를 살펴보는 모습이에요. ㅠㅠ
2차감염이 안 되게 그래도 그 다음 날로 곧장 데리고 간건데,
이미 저 부위가 썩었다니... 그 동안 제가 이 녀석, 그리고 이 녀석의 새끼들을
눈 뜬 장님마냥 봐 왔던 게 아닌가 싶어 자책도 하게 됐구요.
수의사 선생님께선 수술을 하게 되면 삼색이나 저에게 부담이 되는 일이니, 3
일 정도 더 지켜본 뒤 연락을 주시겠다 하셨는데,
토요일 오후 연락을 드려보니, 새 살이 올라올 것 같지 않아서 인공피부이식을 하고
중성화수술을 마쳤다 하셨어요.
한순간 어미와 떨어진 삼색이의 새끼들이, 그 동네 주민분에 의해 위험한 상황에
처한 지라 새끼들을 포획한다고 정신이 없던 와중에 삼색이의 소식을 들으니
왜 이리 미안하고 또 미안하던 지요.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우리 삼색이를 보니, 언제나 순하기만 해서 바보같다
싶었던 이 녀석이, 상당히 힘이 좋은 냥이로 평이 났더군요. ^^
저를 알아보지도 못한 채 겁에 질려 하악 대는 게 내심 서운한 게 아니라
그래도 이 녀석이 어떻게든 살아내겠다는, 의지로 보여 마음이 놓였어요.
왼발을 인공피부이식을 한 건데, 이 녀석이 부디... 저를 힘들게 하지 않고
가까운 시일내에 퇴원을 할 수 있을 만큼 빠른 쾌유를 보였음 좋겠어요.
그래서 새끼들과 다시 똘똘 뭉쳐, 더 이상 외롭지 않게
살 수 있게 되기를...
웃을 일은 아니지만 다음 주부터는 실업자가 되니-_-
이 녀석이 혼자 낯선 곳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끔 자주 병원에 가 볼 생각이에요.
이 녀석 새끼들을 전부 안전하게 포획을 해서 다시 꼭 만나게 해줄 날이
올 수 있게 되길,
너무 길고 긴 글이라 읽기에 불편하셨을 텐데,
마음속으로라도 빌어주세요.
그리고 주중에 유석동물병원에 가는 분이 계시면 우리 삼색이도 한번 꼭 들여다 봐주세요.
세 마리의 새끼중 두 마리는 좋은 분 댁에서 보호중이고,
남은 한 녀석도 마저 꼭 데려올 수 있게 노력하겠다는 말도 전해주세요.
제가 너무 많은 걸 바라나요? ^^;;
길 한가운데서 수유를 하는 삼색이 모습에 기겁;;을 했지만
우리 삼색이가 처음으로 외롭지 않게... 새끼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사진인듯 싶어요.
현재 새끼들은.... 사진에서 보이는 저 집 주인분에 의해 별별 일을 다 당하다가
(고양이에게 관심이 없는 이 동네 주민분도 저 집 사람들이 싸이코가 아니냐 할 정도로
새끼냥이들에게 정말 심한 행태를 보이네요 ㅠㅠ)
두 마리는 겨우 포획에 성공을 해서 데리고 왔고
남은 아이 한 녀석은 아직 이 비를 맞으며 밖에 있는데, 오늘 꼭 포획에 성공을 했음 좋겠어요.
그리고 힘든 상황, 한번에 토해내듯 두서없이 하는 제 말에
끝까지 귀 기울여 주신 유석동물병원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고,
사진도 찍어 올리지 못했는데, 그 다음 날로 연락을 주신 감자칩님께도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