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영진이의 부고 소식을 전합니다.
사람들의 잘못된 미신으로 인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건강원에서 버젓이 판매하던 ‘나비탕’. 영진이는 가족들과 함께 나비탕의 재료로 재래시장 건강원에 갇혀 있던 아이였습니다. 제보를 받고 협회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영진이와 함께 포획되었던 영진이의 가족들, 친구들은 이미 모두 도살되어 있었고, 가족과 친구들이 도살되는 현장을 목격한 영진이는 철장 안에서 두려움에 떨며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영진이는 구조 후에도 극심한 분리불안장애를 앓게 되었습니다.
구조 후 영진이가 평생 가족을 만나 안정을 찾길 바라며 입양을 추진했지만, 분리불안장애로 인해 결국 2012년 협회 쉼터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협회 쉼터로 돌아온 후 영진이의 만성 구내염이 확인되어 바로 발치 치료를 진행했고, 3~4주 간격으로 주기적인 레이저 치료와 주사 치료를 병행하였습니다. 만성 구내염이라 컨디션이 안 좋으면 통증이 재발해 아파하기도 했지만, 해당 치료법이 잘 맞았는지 치료를 받고 오면 밥도 잘 먹고 살도 다시 찌는 모습에 안도하곤 했습니다.
많은 아픔을 겪었지만 영진이는 활동가에게는 다정했고, 고양이 친구들에게는 그 누구보다 든든한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입이 아프지 않아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활동가 앞에 앉아 만져달라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쳐다보던 영진이. 활동가가 쓰다듬어주면 기분이 좋아 졸졸 쫓아다니며 애정을 표현했습니다. 사교성이 좋고 다정한 모습에 영진이 주변에는 늘 고양이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겁이 많아 사람을 피하는 토끼나 노노도 영진이와 꼭 붙어 잠에 들곤 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사이에서 구조되어 복막염에 걸렸던 아기 고양이가 밥을 먹지 않자, 뒷목을 물어 밥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던 상냥한 친구였습니다.
만성 구내염으로 늘 고생하던 영진이. 작년, 검진을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오른쪽 앞발에 물혹이 발견되어 조직 검사를 진행한 결과, 비만세포종 종양이라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결국 비만세포종 제거 수술을 받았고, 다행히 영진이는 씩씩하게 수술을 이겨내 주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초, 갑작스럽게 비만세포종이 다시 재발하였습니다. 크기는 더 커졌고, 그 밑에 작은 비만세포종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게다가 재발한 영진이의 비만세포종은 high grade(고등급)으로 진단되어, 수술만으로는 완전한 제거가 어렵고 항암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힘겨운 치료도, 상황도 이겨내 주었던 영진이였기에 이번 비만세포종 재수술과 항암 치료도 버텨 주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치료를 통해 호전되길 바랐지만 이번 치료는 너무 고단했는지, 영진이는 결국 항암 치료 중 우리 곁을 떠나 고양이별로 돌아갔습니다. 사랑하는 영진이가 고양이별에서는 부디 아픔 없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영진이의 묘생을 응원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7월 11일, 오늘은 초복입니다. ‘보신’이라는 이름 속에 매년 여름 희생되는 동물들. 개, 고양이 외에도 닭, 흑염소, 돼지, 소 등 많은 동물들이 복날 음식으로 희생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사회 속에 악습으로 남아 있는 보신 문화가 완전히 사라져 더 이상 영진이와 같은 아이들의 피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또한 복날이 더 이상 보신이라는 이름으로 동물들을 희생시키는 날이 되지 않도록, 보신 문화 근절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