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0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이하 SFTS)에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가 나왔습니다. 이 사례는 아직 서귀포보건소에서 역학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감염된 A씨의 경우 SFTS 감염 나흘 전 길고양이와 접촉하였고, 이외의 특별한 야외활동은 하지 않았기에 서귀포보건소에서는 A씨가 고양이의 털에 붙은 진드기에 감염되었을 것으로 보고 역학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아직 SFTS 감염의 매개가 길고양이일 수 있다는 추정 단계일 뿐, 역학 조사가 진행 중이기에 확실한 감염 경로 등이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각종 언론에서는 사건이 발생한 날부터 지속적으로 ‘길고양이를 만진 것만으로 SFTS에 감염되었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SFTS는 인수공통감염병입니다.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한 작은소피참진드기에 물린 사람 및 동물이 감염될 수 있는 질병으로, 최근에는 질병관리청 및 대한수의사회 등이 진행한 ‘사람-동물 간 SFTS 전파사례 감시체계 사업’을 통해 특히 산책 및 외부활동을 자주 하는 강아지들이 SFTS에 감염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즉, 참진드기에 물릴 수 있는 사람, 반려동물, 야생동물, 가축, 조류 등 다양한 대상이 해당 질병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SFTS에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의 체액, 분비물, 배설물 등을 통해 동물 <-> 사람, 혹은 동물 <-> 동물간의 2차 감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SFTS를 비롯한 진드기 매개 질병의 주 감염 경로는 여전히 바이러스를 보유한 진드기에(바이러스가 없는 진드기에 물릴 경우 전염되지 않습니다) 직접 물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질병관리청에서도 진드기 매개 감염병의 예방책은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각종 기사는 이번 사례를 ‘길고양이 만졌을 뿐인데 살인진드기 감염’, ‘길고양이 함부로 만지지 마세요’ 등의 자극적인 제목을 통해 길고양이와 접촉하는 것만으로 SFTS에 감염될 수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길고양이를 이용한 조회 수 늘리기에 지나지 않으며, 이러한 기사가 각종 혐오사이트로 일파만파 퍼지면 길고양이에 대한 혐오를 더욱 부추겨 수많은 길고양이를 희생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미 관련 내용은 각종 혐오 사이트에 공유된 상태이며, 이에 따른 혐오 발언 역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길고양이 혐오 범죄로 얼룩진 현 시점에서 다시 한 번 해당 이슈로 길고양이에게 혐오 프레임을 씌우는 기사들. 그리고 이러한 기사를 바탕으로 길고양이에 대한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각종 혐오 사이트들. 이에 협회에서는 길고양이를 만지면 감염될 수 있다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쏟아내 혐오를 부추긴 각종 언론사에게 강력히 항의합니다. 진정한 언론이라면 자극적인 기사로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 아닌 올바른 정보를 통해 국민들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한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아닌, ‘정보 전달’이라는 언론의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해주십시오.
길고양이는 약자입니다. 언론과 그에 따른 여론에 큰 영향을 받으며, 그로 인해 밥자리를 잃거나 영역을 잃고, 학대의 대상이 되는 일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길고양이 혐오를 부추길 수 있는 기사는 길고양이의 생명을 위협하는 태풍이 되어 돌아오곤 합니다.
협회에서는 ‘고양이와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SFTS에 감염될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가 일파만파 퍼져나가지 않도록 SFTS에 대한 정보를 담은 포스터를 제작하였습니다. 길고양이 혐오 범죄가 만연한 지금 길고양이의 삶이 더 각박해지지 않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협회에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하며 내부적으로 대응 방법을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