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의 보호소에서 고양이들의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이하 AI) 감염이 확인되면서 각 지자체 및 농림부에서는 전국의 고양이 쉼터와 보호소에 전수 조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호소 및 쉼터에 전수 검사를 통보하고, 강제적으로 조사를 진행한 끝에 8월 1일, 충남 보령의 한 고양이 쉼터에서 3개월령의 허피스를 앓고 있었던 자묘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광명의 한 쉼터에서는 사지마비를 앓고 있던 4개월령 환묘가 검사를 받고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전염병 발생 시 원인 파악을 위한 전수 조사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나 감염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었던 상황에서 곧바로 전국 각지의 보호소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시행한 것이 올바른 대처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쉼터와 보호소에는 특성상 수많은 환묘가 함께하고 있어, 대부분의 쉼터와 보호소는 외부인의 방문은 물론 외부와의 접근을 최소화합니다. 또한 보호소 간의 교류도 극히 적습니다. 이러한 쉼터와 보호소의 특성을 이해했다면, 보호소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행하기 전 AI 감염 사례가 나온 두 곳의 보호소에서 먼저 정확한 검사와 원인 파악을 마쳤어야 합니다.
특히 이번 검수 조사는 동물단체 및 기타 사설 보호소를 대상으로만 진행되어 더욱 의문입니다. 외부자의 방문이 잦고 환경이 청결하지 못한 번식장, 경매장, 동물 전시 체험 시설 등은 배제된 채 오직 동물단체 및 민간 보호소에만 진행된 이번 전수 조사를 보면, 빠른 시일 내에 형식적인 조사를 마치기 위해 비교적 조사를 요청하기 쉬운 보호소만을 대상으로 무리하게 전수 조사를 진행한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원인 파악도 마치기 전 진행된 전수 조사로 인해 수많은 환묘를 돌보고 있는 전국의 보호소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으며, 일부 동물병원의 경우 AI의 확산을 우려하며 보호소나 길고양이들의 진료를 거부하기도 해 생명이 위태로운 환묘가 검진을 받지 못하는 상황마저 발생했습니다. 환묘에 대한 배려 없이 무리하게 진행된 조사로 결국 환묘가 세상을 떠나는 일까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AI에 빠르게 대처하여 더 이상의 희생을 낳지 않는 것도 중요하나, 조사 과정에서 소중한 생명이 목숨을 잃는 일 또한 없어야 할 것입니다. 각 지자체와 농림부는 무리한 전수조사를 멈추고, 쉼터 및 보호소가 안전히 대처할 수 있도록 강압적인 조사를 시정하여 주십시오. 고양이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생명이며, 간호가 필요한 환묘나 장애묘의 경우 더더욱 스트레스에 취약합니다. 이 점을 고려하여 더 이상 전수 조사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즉각 시정하여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이번 일로 수없이 마음을 졸이셨을 보호소 및 쉼터 관계자분들께 위로를 전합니다. 전수 조사가 결정되었을 경우 되도록 안전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검사 과정을 살피며 면역력이 약한 환묘나 노묘의 경우 코를 찌르는 방법 외에 사용하던 식기를 통해 채취하는 방법이나, 코 밑을 닦아 채취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안전하게 검사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 주십시오. 협회 또한 이번 사건을 지속적으로 지켜보며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