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 문화재청은 지난 13일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인 을숙도에 무단으로 설치된 시설물을 철거하고 원상 복구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부산시, 사하구청, 낙동강관리본부에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사람에 의해 을숙도에 버려진 고양이들이 빠르게 번식하여, 결국 을숙도가 ‘고양이의 섬’이 되었다는 화제는 2016년부터 꾸준히 논란이 되었습니다. 고양이들은 주로 을숙도 자동차 극장과 인근 체육공원 등지에서 먹이를 찾아다니거나 사람이 주는 먹이를 먹지만, 먹이가 부족한 겨울이 되면 을숙도를 찾는 철새를 공격하거나 새끼를 잡아먹어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에 고양이의 철새 공격 예방 및 개체수 증가 방지 차원에서 사하구와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2016년부터 특정 시간마다 고양이 급식을 해 충분한 먹이를 제공했고, 수의사 협회와 함께 을숙도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TNR을 진행했습니다. TNR로 인해 개체 수가 150여 마리에서 70여 마리로 감소했고, 배부른 고양이들이 철새가 있는 보호지구까지 이동하는 일이 줄어들며 초기에는 성공적으로 개체수를 조절하여 철새를 보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을숙도에 고양이를 유기하는 사례는 빈번히 발생하였습니다. 그 결과 70여마리로 줄어든 을숙도 고양이 개체수가 100여 마리로 증가하며 다시 한 번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지자체 지원을 늘려 개체 수를 줄이면 공존이 가능하다는 의견과, 철새 보호를 위해 고양이들의 서식지를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는 가운데, 문화재청은 결국 길고양이 급식소와 겨울집 등을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문화재청은 급식소가 무단으로 설치된 시설물이라 판단하여 90일 이내에 철거를 명령하였고, 고양이들은 겨울을 앞두고 급식소를 빼앗길 위기에 처했습니다.
우선, 협회는 급식소를 철거하는 것이 철새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발상에 회의적입니다. TNR을 진행하는 길고양이 시민 및 단체는 급식소를 운영하며 중성화 된 개체와 그렇지 않은 개체를 파악합니다. 이후 중성화 되지 않은 개체에 대한 TNR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개체 수를 관리하고, 한 지역의 TNR을 모두 마친 후에도 새롭게 나타난 개체는 없는지, 경계가 심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중성화를 받지 못한 고양이는 없는지 확인합니다.
이처럼 급식소의 운영은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과 맞닿아 있습니다. 급식소를 철거하면 오히려 길고양이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기 쉽지 않으며, 유기 등으로 인해 유입되는 개체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이에 협회에서는 길고양이로부터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 급식소를 철거하고자 한다는 문화재청의 결정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을숙도는 많은 겨울 철새들이 도래하는 철새 도래지입니다. 본격적으로 겨울 철새들이 을숙도에 찾아오는 이 시기에 급식소를 철거한다면, 먹을 것이 부족한 겨울철에 안정된 밥자리를 잃은 고양이들은 먹이를 찾기 위해 더욱 사냥에 매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급식소 철거는 결코 철새 보호를 위한 방안이 아니며, 오히려 철새가 더 공격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쥐를 잡기 위해 데려온 고양이들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마라도, 그리고 유기된 고양이들이 번식하며 개체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 을숙도. 모두 사람에 의해 시작된 문제들이지만, 문화재청은 마라도에서는 고양이들을 쫓아내는 방법으로, 을숙도에서는 급식소를 철거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왜 항상 사람이 시작한 문제에 고양이들의 생존권이 위협받아야 하는 걸까요. 문화재청의 결정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급식소 철거는 고양이 개체 수 관리 및 철새 보호에 있어 답이 될 수 없습니다. 급식소를 운영하고 집중 TNR을 진행하되, 추후 유기 등 개체 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요소를 차단하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을숙도는 고양이 개체수가 자체적으로 늘어난 곳이 아닙니다. 유기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개체 수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곳입니다. 문화재청은 단순 민원 해결을 위한 보여주기식 대응이 아닌 실질적인 해결책을 위해 노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을숙도 고양이 급식소 철거 문제가 많은 분들께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을숙도 고양이 급식소 철거 문제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며, 올해 초 마라도에서 쫓겨나 임시 보호 센터에서 가족을 찾고 있는 마라도 고양이들에게도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