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깡통이의 부고 소식을 전합니다.
2010년 4월, 부슬비가 내리던 어느 날 구조된 깡통이. 사람에 의해 번식묘로 길러지다가 길거리로 내몰렸고, 배가 고파 꽁치캔에 남은 찌꺼기를 먹으려다가 머리가 끼인 채 발견되었습니다.
꽁치조차 먹지 못하고 얼굴이 짓눌린 채 돌아다니던 깡통이는 캔을 제거하자 이빨과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왔을 정도로 많은 고통을 겪어온 아이였습니다.
순하고 착한 깡통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입양신청서를 받을 만큼 인기가 많았지만, 귀엽게 굴지 않는다는 이유로 2번의 파양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이는 마음을 열어가던 깡통이에게 큰 상처가 되었고, 사람을 보면 피하고 도망가 버리는 성격으로 변한 계기가 되었답니다. 하지만 협회와 함께한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깡통이는 천천히 활동가들에게 마음을 열어가며, 장난감을 흔들면 관심을 가져주고 간식이 먹고 싶을 땐 조심스럽게 다가와 작게 울어주는 귀엽고 조심스러운 고양이였답니다.
그런 깡통이가 최근 협회를 떠나 고양이별로 새로운 여정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올해 4월, 식욕이 눈에 띄게 줄고 배뇨 실수를 하는 등 깡통이의 상태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져만 갔습니다. 신부전을 시작으로 심각한 요독증을 앓게 되어 긴급히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통원 치료를 진행하였습니다. 하루에 다양한 종류의 약을 먹고 각종 검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독소가 배출되지 못하니 작은 몸에 겨우 담겨있는 간과 췌장이 붓고 종양이 세 개나 발견돼 하루하루가 고비의 연속이었습니다. 수액 한 팩도 하루에 두 번 나누어 맞아야할 만큼 몸이 약해진 깡통이었지만, 깡통이는 절대 삶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꾸준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밥을 먹을 기력까지 잃은 깡통이는 결국 식도관을 삽입해야만 했습니다. 온몸이 산성화가 진행되어 몸속 혈구들이 깨져 혈뇨를 보았고, 몸을 일으키지 못해 누워서 대소변을 보아야만 했습니다. 활동가들은 깡통이의 마지막이 다가왔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어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병원에서는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몇 번을 얘기하였지만, 깡통이는 놀랍게도 3개월이라는 기간을 버텨내었습니다. 사람이 다가서면 피하기도 하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던 깡통이는, 활동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어도 조용히 눈을 감으며 받아주기만 하였습니다. 그게 마지막 인사였던 걸까요? 복슬복슬 탐스러운 털을 가진, 간식을 달라고 조를 때조차 조용했던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깡통이는 평소처럼 조용히 우리의 곁을 떠났습니다.
14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깡통이와 함께하면서 활동가들은 정말 많이 웃고 많은 사랑을 느꼈습니다. 다가오길 망설이다가도 장난감을 흔들어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신나 하는 모습, 표현이 서투르지만 애써 좋아하는 고양이 친구들 주변을 맴도는 모습, 입에 다 묻히며 간식 먹는 모습, 햇볕이 좋은 날 솔솔 부는 바람 냄새를 만끽하는 모습…. 이런 깡통이의 사랑스러움을 다시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그립기만 합니다. 깡통이가 새로 시작한 여정에서는 여태까지 겪어온 상처와 힘듦보다는, 우리가 챙겨준 사랑을 좀 더 오래 기억하고 추억하며 편안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많은 분들의 따뜻한 응원과 사랑으로 깡통이가 삶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치료를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 깡통이를 아껴주시고 깡통이의 일상을 보고 함께 웃으며 행복함을 공유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 깡통이를 정성껏 치료해주시고 마지막까지 보살펴주신 병원 선생님들과 원장님께도, 무엇보다 늘 깡통이를 먼저 생각하고 곁을 끝까지 지켜준 우리 쉼터 활동가 선생님들께 감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