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에 하니동물병원에서 신세를 졌다가 그 달 말에 입양간 경아, 최근 소식을 전해 드릴까요?
혹시 궁금해 하시는 분들 계실까 싶어서… (안 계시나요? ^^)
더 이상이 없을 정도로 사랑 받으며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한 눈에 보실 수 있도록 before / after 사진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한 데서 그나마 낙엽이라도 있는 자리를 찾아 웅크리고 지내야 했던 녀석이
지금은 고급 가죽소파에서 반려인과 함께 한 없이 여유롭고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자기만의 자리도 있고요…
뭘 째려, 임마!
요즘 쫌 잘 나간다고 너 배고프던 시절에 밥 챙겨줬던 과거 아빠한테 쌩을 깐다 이거야, 지끔??!!
현재 반려인께서 경아를 입양하자 마자 바로 인근 동물병원을 지정하고 그 곳 수의사 선생님으로 하여금
하니 동물병원과 연락을 취하게 하셔서 경아의 상태에 대해서 소상히 알 수 있도록 조치하셨습니다.
그리고 계속 건강상태를 체크해 왔었는데,
지난 7월 중순에 신장을 비롯한 모든 건강검진에서 대부분 모범적인 수치가 나와서
경아가 앓았던 병에 대해서 완전 정상으로 회복됐고, 더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는 게 저보다 나아요, 제게는 없는 주치의도 있고… ㅎ..)
유일한 걱정은 [비만]이라고 합니다… (여기도 그런 분들 쫌 계시나요? ^^)
전에 하니 동물병원에서 제가 홍선생님께 여쭤봤을 때도
경아는 몸이 부었다기 보다는 살 자체가 많은 편이라고 하셨던 게 생각납니다.
그래서 현재 라이트 사료로 식이요법을 하고 있는데, 특별히 말썽 부리지 않고 잘 따라오는 편이라고 합니다.
반려인 가족분들은 경아와 같이 지내게 된 것을 [운명적]이라고 생각할 만큼 경아를 한 식구로 생각하고 계시고
경아 자신도 입양 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댁을 [내 집]이라고 생각하며 편하게 지내는 모습입니다.
어찌 생각해 보면 정말 운명 같은 만남이 맞지요.
오랜 동안 길냥이로 지내다, 갑작스레 병을 얻어 구조된 그 날 밤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들었지만,
일주일 만에 병마와 싸워 이기고 또 곧바로 좋은 분 만나 입양을 가서 아주 잘 살고 있으니
잘 좀 각색하면 한 편의 묘생 드라마로도 별로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일전에 제가 반려인께도 말씀 드린 바 있지만, 사람으로 치자면 녀석은 로또를 맞은 거죠… ^^
경아가 가고 난 후에는 같이 지내던 고등어 한 마리가 외롭게 남아 있습니다.
로빈… 경아보다는 많이 어린 길고양이고요, 그래서인지 까망이에게는 튑상과 텃세를 꽤 부렸던 경아도
로빈에게는 살갑게 이것 저것 잘 챙겨 주고 그랬었습니다. 심지어 자기 먹을 것도 양보하곤 했었습니다.
食神 경아에게는 상상의 범주 안에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실제로 본 저도 제 눈을 의심했었습니다.
이렇게 둘이 잘 지냈었는데…
경아가 떠나고 난 철책 뒤에 홀로 외로이 앉아 있습니다.
이 녀석이 어릴 때부터 돌봐 주셨던 윗동네 캣맘님은 그래서 이 녀석을 볼 때마다 가엾어 죽겠다고 하십니다.
길고양이로 태어났을 게 거의 틀림 없는 로빈은 그래서 그런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보통이 아니라서
잘 해 주려고 다가가도 바리 도망칠 준비를 해버리기 일쑤입니다.
그런 걸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한데다가 그나마 녀석이 의지하며 같이 지내던 경아가 떠나 버리니
적잖이 외로워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헌데 최근에 새로운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젖소무늬 길냥이인데, 로빈보다는 덩치가 조금 큰 것 같습니다. 이 녀석입니다.
로빈과 대면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이 녀석과 로빈이 어떻게 지내게 될 지 잘 지켜봐야 되겠습니다.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일전 추석 연휴 때 집사람과 좀 멀리까지 산책을 나갔었는데,
한 건물 옆을 지날 때 고양이 한 마리가 냐옹하며 따라 붙습니다.
이 녀석입니다. 이쁘게 생겼죠?
한 눈에 보기에도 밥 좀 달라고 그러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잠시 지나니 또 한 마리가 나오는데, 둘이 친한지 서로 부비부비도 잘 합니다.
나중에 알아 보니 그 건물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현관 앞에 그릇을 놓아 두고
이 두 마리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말이나 연휴 때는 녀석들이 배를 곯는다는 거지요,
휴일이라 사람들이 회사에 나오지 않으니 녀석들 밥을 챙겨 줄 사람도 없어서…
그래서 주말에는 제가 밥을 챙겨 주기로 했습니다.
지난 주말에 가서 밥을 줬더니 잘들 먹더군요, 이렇게…
어차피 현관 앞에 놓여 있던 밥그릇에 주는 거니 오픈된 장소지만 뭐 꺼릴 게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녀석들은 모두 중성화가 되어 있었습니다. 귀를 보니 컷팅된 자국이 얕게나마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 녀석들과도 잘 지내게 될 것 같습니다.
태비녀석을 비니, 젖소녀석을 바니라고 이름 짓습니다.
사진은 없지만 또 다른 소식 한 토막 전해 드릴까요?
분당 수내동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 아저씨들이 교대로 길고양이 한 마리를 잘 돌보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 집사람의 친구가 사는 아파트인데, 고양이가 하도 예쁘다고 해서 한 번 보러 갔었습니다… 만,
보지는 못 했습니다. 마침 녀석이 골절부상을 입었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느냐고 여쭸더니 경비원 아저씨 하시는 말씀이,
그렇게 이쁘고 착한 게 다쳤는데 어떻게 가만 있을 수 있겠냐고, 동물병원에 입원시켰다고,
아이고, 근데 치료비가 장난이 아니라고, 80만원이나 나온다 하더라고,
하지만 그래도 아파트 내의 이 사람, 저 사람이 십시일반 추렴해서 치료비는 다 된다고…
따뜻한 얘기죠?
그 분들이 경비 서고 몇 푼이나 받는다고 사료에, 치료비에…
차에 싣고 갔던 사료 한 포대와 캔, 간식들 모두 드렸습니다.
많지도 않은데 뭘 이렇게 많이 주느냐며 고마워서 어쩔 줄 몰라 하시는 모습을 보니
없는 사람들끼리 더 나누며 산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올리다 보니 두서 없이 길어졌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