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인 10월 23일 아침, 며칠전부터 새로이 고양이 사료를 배식하던 장소에 놔뒀던 물그릇을 사람들 눈에 안보이게
치우려고 나갔는데 주택가 쓰레기를 모아둔 곳에 고등학교 여자아이들 둘이 우두커니 서서 뭔가를 지켜보고있더군요.
직감적으로 차를 세우고 왜그러냐고 물었더니 새끼고양이가 있다고하는겁니다.
바로 그자리 골목길 한가운데 차를 세우고 나와보니 온몸에 시커먼 뭔가가 엉겨붙은 주먹만한 아깽이가 쓰레기장 옆
트럭밑에 있었습니다. 그순간 차에있던 배변패드와 간식캔을 꺼내 지켜보고있던 그 여학생들이 일러주는 방향의 차밑으로
달려갔죠. 캔을 담은 그릇으로 아깽이를 유인해서 단숨에 콱 움켜쥐고 바로 배변패드에싸서 안고 차에 탔습니다.
바로 감자칩님께 연락해서 목동 하니동물병원에 예약하고 갔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우선 키트검사로 범백이 있는지 확인하신후에 아깽이를 두고가라고했고 저녁때 전화주셨어요.
처음에는 아스팔트 콜타르인줄 알았는데 쥐 끈끈이에 먼지랑 흙이 엉겨붙은거라고 하시며 90%이상 제거했는데 온몸에
기름발라서 떼어냈다고 하시네요.
그 다음날 병원에 들렸더니 역시 제가 기대한데로 밥도 잘먹고 의젓하고 낙천적이라고 의사선생님, 간호원 선생님 모두
칭찬하시네요. (잡히던 날 제가 배변패드에 싸안아 눈꼽떼고 얼굴 닦아주니바로 골골송을 부르던 아이입니다.)
우리집에 4개월된 어린냥들이랑 그 엄마냥이 있으니 집에오면 같이 생활할 수있고 애들 엄마냥이 젖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의사선생님 말씀으로는 범백잠복기인 일주일에서 열흘정도 병원에서 지켜본뒤에 데려가는게 집에있는 아이들에게
안전하다고 하십니다. 좀 더 지켜보면서 살도 좀 오르고 예뻐지면 근황과함께 입양사진을 좀 올릴께요.
지금도 요 아깽이 눈빛이나 표정생각하면 웃음이나요. 정말 깜찍하고 당찬 아이입니다.
병원 입원실에서 유리창 넘어 눈말똥거리며 진료실을 빤히 구경한다며 의사선생님도 귀여워서 사진찍으셨더군요. ㅎㅎ
병원 진료실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털상태가 말이 아닌데도 제 손을 자근자근물어주는 여유만만입니다...
그 다음날인 월요일밤에 가서 찍은 사진인데요 온몸에 콩기름을 뒤집어쓴 요다를 닮은 모습으로 저를 빤히 쳐다보고있어요.
눈빛이 침착하고 또렷한게 아주 영리합니다. 처음부터도 사람들이 자기를 도와주려는건지 잘아는듯 친근하게 대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