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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길냥이사진관

내사랑길냥이
2011.11.07 09:53

길고양이와 너구리의 대치...

조회 수 4578 추천 수 0 댓글 17

 

어제 저녁에 길고양이들 밥을 챙겨주러 집을 나섭니다.

차돌이와 로빈이 먹을 수 있도록 플라스틱 용기에 캔을 하나 따서 사료 위에 얹어 놓습니다.

 

잠시 기다리니 철책 뒤로부터 차돌이가 내려와서 입에 댑니다.

PB060006.JPG

 

 

하지만 뒤에 뭐가 있는지 녀석은 급히 피하듯이 잠시 몇 걸음 물러났다가 철책 뒤를 경계하며 조심스레 다시 옵니다.

PB060021.JPG

 

 

그리고는 별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한 후 중단했던 쳐묵을 재개합니다.

 PB060022.JPG

 

 

하지만 그래도 뭔가 찜찜한 것처럼 철책 뒤에 대한 경계를 감추지 못 합니다.

 PB060026.JPG

 

 

방향을 바꿔 사진을 찍느라 제가 이동하며 가까이 가도 녀석의 정신은 철책 뒤의 무엇엔가에 쏠려 있습니다.

 PB060037.JPG

 

 

이쯤에서 저도 대충 감을 잡습니다.

얼마 전부터 윗동네 사시는 캣맘 한 분이 그러시길 커다란 회색 고양이가 왔다갔다 하는 게 보이더랍니다.

저도 며칠 전에는 애들 밥 주다가 기척을 느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계가 대단해서 캄캄한 밤중에 녀석의 뒷모습밖에 보지 못했고, 일반적으로 털 무늬로 구분되는

삼색이, 노랑둥이, 고등어, 턱시도 뭐 이런 애들하고는 많이 다르고, 굳이 분류하라면 카오스에 가깝지 않을까...

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녀석이 왔구나 싶습니다.

숨을 죽이고 동작을 멈춘 채 조용히 기다립니다.

 

약간의 기척이 느껴지자 그 쯤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으로 렌즈를 맞춘 후 셔터를 누릅니다. 이게 그... 회색 고양이...??!! 

 PB060039.JPG

 

 

좀 더 숨을 죽인 후 녀석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 때다 싶을 때 한 방 더 찍습니다.

찍고 보니.... 오 마이 갓, 이건 고양이가 아니라.... 너구리입니다...!!

 PB060017.JPG

 

 

제가 나무 뒤에 몸을 숨긴 채 미동도 않으니 녀석은 인기척은 없다고 판단한 듯 바위 위로 몸을 드러냅니다. 

연방 터지는 디카의 플래시는 그저 자연현상 정도로 인식하는 모양입니다.

PB060048.JPG

 

 

이제는 실체를 완전히 드러낸 너구리... 길고양이 차돌이와 먹이를 사이에 두고 대치 중입니다.

너구리의 출현과 위협적인 움직임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듯, 차돌이는 물러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리를 쭉 뻗고 등을 굽혀 자신의 본래 몸보다 크게 보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위협을 느꼈을 때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본능적인 동작입니다.

 PB060054.JPG

 

 

너구리도 차돌이의 동작이 만만치 않음을 느끼고는 어쩔까 고민 중인 모습이 역력합니다.

연신 셔터를 누르며 지켜보는 제 손에도 땀이 맺힙니다. 과연 이 두 녀석이 한 판 붙게 될 것인가...

 PB060061.JPG

 

 

하지만 야생의 녀석들은 한 끼의 식사에 목숨을 걸 정도로 무모하진 않습니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포기한 채 올인하지는 않습니다.

한참을 을르던 너구리는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등을 돌려 떠나고 

제 몫 지키기에 혼신의 힘을 다 하던 차돌이도 긴장한 탓에 입맛을 잃었는지 사료 한 그릇을 다 못 비우고 떠납니다.

 

잠시 뒤, 그 자리에 힘 없고 약해서 맨날 천덕꾸러기를 벗어나지 못하던 로빈이 은근슬쩍 다가옵니다. 

 PB060075.JPG

 

 

그리고는 차돌이가 먹다 남긴 밥을 맛있게 먹습니다. 어부지리... ^^ 

 PB060087.JPG

 

 

이 날, 캣맘도 사료를 주러 나오십니다.

만난 김에 회색고양이인 줄 아셨던 게 너구리라고 말씀드리고 사진을 보여 드립니다.

놀라서 입을 못 다무십니다.

동물원에서나 볼 줄 알았던 너구리가 우리 동네에 서식한다니...

 

고양이와 너구리...

공존할 수 있을까요?

싸우게 되면 누가 이길까요?

발톱은 고양이가 날카롭지만 이빨의 크기나 무는 힘은 너구리가 더 셀 것 같은데...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너구리가 있다며 사진을 보여줬지만 아내는 그닥 놀라지 않습니다.

녀석이 바위동산을 산으로 알고 사는 모양이라고,

앞에 개울도 있고 하니 녀석이 살기에는 뭐 그리 나쁜 환경이 아니지 않겠냐고...

그러면서 그럽니다,

걔들도 잘 먹고 잘 살게 사료나 넉넉히 갖다 주라고...             

  • ?
    윤회 2011.11.07 10:18

    와~~차돌이 대단해요^^ 덩치큰 너구리에게도 굴하지않는 당당함~~

    근데 넘긴장했나봐요^^: 어부지리 로빈^^

    차돌이는 너구리와 구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

  • ?
    시우마미 2011.11.07 10:27

    저희동네는 단독주택가인데 족제비님 사셔요..

    냐옹이들과 숨박꼭질도 종종하시고..(완전..혈투를 벌이지만 피흘린 넘은 아직 없어요~)

    그래서 사료를 좀 넉넉히 놓아주고있어요~족제비도 먹으라고요~

  • ?
    미카엘라 2011.11.07 10:32

    재크님 아내분도 참 마음 따뜻한 분이세요.  쪼만이도 보고 싶네요. 많이 컸죠?   재크님 오늘부터는 사료보따리가 조금더 늘어나게 생기셨어요~ 

  • ?
    까미엄마 2011.11.07 11:36

    분명 로빈은 모든 상황을 멀찌기서 아님 어쩜 근처에서 몽조리 지켜보았을 것입니다.

  • ?
    재크 2011.11.07 13:32

    몽조리... 이 말 참 오랫만에 듣네요~~ ^^

  • ?
    캐시 2011.11.07 16:18

    차돌이 등굽은모습으로  너구리한테 밀리지 않고 물리치네요..ㅎㅎ 멋쩌부러...차돌이!

    우리집 막내삼식이는 낯선사람보면, 숨기바쁜데....

  • ?
    우보 2011.11.07 18:13

    음 .. 정말 쓸데없는 기우라는 건 알지만..

    야생너구리는 조심하셔야합니다.  언젠가 너구리에 물려 광견병으로 사망한 농부 기사가 나오더군요.

    개인적으로 도심으로 내려오는 멧돼지나 너구리보면 너무 안돼보여 마음이 안좋지만  그래도 조심할땐 조심해야합니다.

  • ?
    재크 2011.11.07 19:20

    네, 아닌게 아니라 무섭더라구요~~ ^^  조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소 현 2011.11.07 19:33

    정말 야생에서 살아가는 너구리 보면 무서울듯하네요.

    조심이 최고에요.

    냥이들 밥먹는데못오게 사료 뭉치 보이면 한개쯤 만들어 던져 주세요.

    사모님 말슴처럼요.~

  • ?
    경희 2011.11.07 21:24

    너구리 짱이네요!! ㅎㅎ 전 제가 밥주는 냥이가 뱀을 앞발로 톡톡 치면서 약올리는거에 식겁해서 얼른 쫓아버렸습니다.ㅠ 고양이와 뱀, 비록 쬐끄만 새끼뱀이었지만 누가 이길까요?

  • ?
    모모타로 2011.11.08 11:34

    저 너구리는 어디서 왔을까요~ 와아~ 신기해요~

  • ?
    아멜리 2011.11.08 22:08

    길을 잃고 차돌이 몸 부풀리는거 보며 읽어내리는 순간 저도 모르게 ...... 같이 긴장했다는 ㅋㅋㅋ

  • ?
    호관이 2011.11.09 00:12

    그... 웹툰작가 강풀님 있잖아요? 그분도 길냥이들한테 밥을 주시는데... 어느 새벽에 찍은 사진에 혹시 너구리냐고 올리셨더라구요... 헐... 빌라 마당에 있는 테이블에 밥을 두셨던데, 거길 와서 먹고 있더라는... ㅡ_ㅡ;;; 많이 두니 유혈사태는 없는 모양이긴 한데... 하지만 고양이가 너구리랑 붙으면... 어찌될까요....?

  • ?
    우보 2011.11.09 21:14

    아마 고양이가 불리할겁니다.

    고양이가 워낙 날렵하고 앞발을 번개같이 날리는 솜씨가 있긴하지만  너구리의 강한 이빨과 힘이

    고양이보단 우위에 있으니까요. 

  • ?
    찐냥 2011.11.09 14:26

    엄마야 저거 진짜 너구리에요??? 아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냥이도 너구리도 행복해라~ 꺅 ㅋㅋㅋㅋㅋ

  • ?
    블랙키 2011.12.02 18:00

    우와~~~ 어떻게 너구리가....

  • ?
    까미여왕언니 2012.06.11 16:30

    저희까미는 너구린지 오소린지 한테 어릴 때 귀가 뜯겼어요 ㅠ.ㅠ 피가 맺혀와서는 반갑다고 인사하는데 어찌나 맘이 아프던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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