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가 옥상을 종종 방문하면서
당연하겠지만, 따라오는 애들이 있어요.
이러다 옥상에 냥이들이 바글거릴까봐 좀 겁도 나는데 ㅎㅎ
그 중 자주 보이는 이 녀석-
레이와 안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라
처음에 이 녀석이 레이인지 알았거든요.
비슷한 고등어 무늬에 앞발에 흰무늬도 비슷한 것 같았고
무엇보다 다가가도 피하지 않아서 분명 아는 고양이라 생각!
사료도 먹고 물도 마시고
햇볕도 쬐다가 돌아갔어요.
그런데 들어와서 사진을 확인해보니 얘는 레이가 아닌거 있죠.
얼굴도 좀 더 통통하고 체격도 더 크고 코에 얼룩도 있고-
처음 보는 애가 태연하게 아는 고양이 마냥 능글능글 밥 먹고 간 게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ㅎㅎ
우연히 남의 집 옥상에 올라왔다가 한끼 해결하고 봉 잡았다고-_-
이름을 '봉이'라 지었어요. 크큭.
-
이 날 이후로도 종종 올라오던 봉이는
우연히 레이랑 같은 시간대에 오기도 하는데
둘이 사이가 안 좋더라구요.
으르렁 거리기도 하고, 밥그릇을 따로 줘도 레이 밥을 뺏어 먹기도 하고
덩치가 작은 레이는 봉이가 밥그릇을 차지하고 있으면 멀찍이서 기다리기만 하고 ㅠ
심지어 레이 잠자리까지 뺏어서 레이 이불에 쏙 들어가는 거예요. 아이쿠.
사실 이 녀석이라고 왜 눈에 안 밟히겠어요. 똑같은 길냥이인데.
그래도 이 녀석은 어쩐지... 가까이 가서 밥을 줘도 피하지 않고 잘 먹고 그러는데
애가 좀 무뚝뚝한지 친한 척도 안 하고
무엇보다 레이가 워낙 애교스러워서, 비교가 되는 몹쓸 상황인거에요! ㅎㅎ
그런 봉이의 모습은... 어쩐지 제 성격과 비슷합니다.
사랑받는 방법을 아는 레이, 그래서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것 같은 레이보다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낯가리고 무뚝뚝하고- 봉이는 그런 제 모습을 보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더 봉이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어요.
이 녀석도 뭐, 밥만 먹고 훅 가버린다든지,
아님 레이 집에 누워서 레이 못 오게 으르렁 거린다든지 하지만
저한텐 딱히 감정이 없어 보여요 ㅎㅎ 친해질 생각도 없어 보이고.
아니면 그 자리를 이미 레이가 차지해서 다가오지 못하는 걸까요?
그래도 봉이랑도 자주 마주치는터라
조금씩 친해지겠죠. 봉이 녀석도 저를 기억하긴 하니까요.
아까도 작업하다가 밖에 나가보니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봉이가 계단에 앉아 있더라구요.
비가 와서 옥상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그나마 비를 피할 수 있는 계단에서.
거기도 바람이 불어서 비가 들이치긴 하지만요.
간사한 제 마음은 그 순간에도
레이도 왔나~ 싶어서 먼저 둘러본 후에 ㅎㅎ (레이는 안 왔더라구요)
사료를 줬더니 와구와구 먹네요.
저거 우리 토끼 밥그릇인데 냥이들한테 내줬어요 ㅎㅎ 관대한 달이. 크큭.
봉이도 귀여워요. 앞발 좀 보세요. 오동통. ㅎㅎ 사랑스러운 목덜미의 하얀털하며.
이렇게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어도 피하지 않는 걸 보면,
많이 경계하는 것 같진 않은데. 그쵸-
얘가 요즘 제 마음을 훅, 가져가 버린 레이에요.
닮았죠? 요즘은 잘 구별한답니다.
일단 레이는 저를 보면 냐옹거려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