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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길냥이들

by 묘리 posted Feb 0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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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04004.JPG

 

나무에 가려져 있는 노랑둥이를(달이) 포획하려고 처음에 나무 통덫을 빌렸어요..

치료지원 신청하려던 달이, 나무 통덫 문을 깨뜨리고 도망갔어요

그 뒤에 대여한 노란 통덫

밥을 두면 맨 먼저 달려와 시식하는 달이가

치킨, 캔, 생선, 닭고기..

아무리 맛있는 걸 두어도 먼저 까만 애(벼리)를 들어가도록 시키는지 저는 안 들어가고

뒤에서 꼭 이렇게 망을 보네요..

몇 번이나 벼리가 다 먹도록 두어도 통덫 근처만 가고 한 번도 들어가지를 않아요

그래서 통덫을 급식소 삼아 밥을 통덫 안에 두었어요

 

어느 날 노란 통덫 안에 들어가 밥을 기다리고 있는 달이를 목격!!

이때다 닭고기를 넣어줬어요..

감자칩 님이 일러주신 젓가락에 끈을 묶어 놓고 

그런데 달이 녀석이 얼마나 용의주도한지 사람이 보이면 들어가지를 않아요

통덫을 관목 사이에 두었을 때죠..

끈을 잡고 있는 곳에선 아이가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초등학생한테 수신호로 알려달라고 일러주었죠..

드디어 달이가 들어갔다는 신호로 멀찌감치 있는 초등학생이 손을 들어요

1초도 망설임없이 끈을 당기는 순간 문이 닫히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냅다 달이가 튀어나가네요!!

그 소리에 저도 놀랐는데 달이는 오죽 놀랐겠어요..

이 날 또 달이 찾아다니느라 몇 바퀴를 돌았어요

결국 차 밑에서 달이가 울어주네요.. ㅠㅠ

초등학생한테 어떻게 된 거냐 물었더니 제가 다가가자마자 달이는 이미 바깥으로 내뺐다네요..

수신호가 안 맞아 결국 포획을 못했어요

그 뒤로는 아예 통덫 안에 들어가지를 않아요

굶기는 것도 아니다싶어 바깥에 밥을 주고는 했습니다..

 

그랬던 달이가 지난 일요일을 마지막으로 눈이 오는 월요일부터 보이지를 않네요..

날씨는 55년만에 온 추위다뭐다

잠깐만 밖에 있어도 손이 얼고 추위는 가시처럼 파고드는데..

보이지를 않네요.. 늘 같이 와서 엉덩이 부비고는 했던 벼리만 와서

제가 보이면 평소에는 아옹거리고 뛰쳐나와 목청껏 울어주는데

어찌된 일인지 급식소를 등에 두고 고대로 앉아 낮게 울기만 해요..

마치 달이를 기다리는 것처럼요..

 

며칠동안 미안함에 가슴 쓰리고, 휑해진 급식소에 생각만나면 눈탱이 밤탱이 되어서 드나들었어요.......

그래도 몇몇 분들이 위로해주시고 힘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랬던 달이가 어제 아침에 왔습니다!!!

잘못 본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른거리는 황토빛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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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두 아이는 엉덩이를 부비고 반기고 있었고요..

눈만 먹고 지냈는지 홀쭉하게 살이 빠져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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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꼬리, 긴 꼬리가 밥을 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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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스크래치한 자국입니다

주변에 다른 나무들도 있는데 유독 이 나무만 아이들 키높이에 자국이 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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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가 먼저 먹고 얼굴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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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가 남긴 몫까지 벼리가 다 먹었는지 한참만에 벼리도 몸을 쭈욱 뻗어며 나왔어요..

달이는 쉰 목소리를 몇 번 가다듬더니 예의 그 청아한 음성으로 길게 울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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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은 통덫 주변에 한참을 머물다 가는 달이를 따라가 봤어요

아파트 한 동을 돌고 양지바른 곳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저를 보더니 쫄랑쫄랑 뛰어갑니다

저도 따라서 뛰었죠 그렇게 가다가 햇볕드는 길목에서 발라당 누워 

바닥에 등을 이리저리 부빕니다

제가 따라가고 있는 걸 알면서도 말이죠.. 달이가 그러는 걸 처음 본 지라 멍하니 보기만 했어요 

그러다 일어나 천천히 걷다가 뛰어가다가

이것저것 다 구경하고 풀숲으로 들어가더니 나뭇가지에 뒷목이며 앞목이며 부벼댑니다

제 손으로 만져주고싶어 빈 손만 움찔움찔.....

그러다 정신차리고 보니 바로 통덫이 보이는 자리로 돌아온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