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길냥이

길고양이 나비. 담벼락 그 위에서 겨울을 얘기하다

by 주근깨 posted Jan 0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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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빼꼼히 고개 내밀고 발자국만 콩콩 찍으며 들리는

주근깨 예요! 예전에도 한 번 하빈이라는 길냥이 얘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오늘은 추운 겨울날 만난 나비에 대해 얘기해드리려 왔어요^^

 

조금 길어질지 모르지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버스를 타고선 그 날은 다른 길로 돌아서 집으로 가고 싶어져

집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곳에서 몸을 내려, 골목길에 접어들었어요.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터덜터덜 걸으니 담벽 앞까지 다다랐는데,

다른 담벼락들과는 다르다면 그 위에는 턱시도 입은 고양이 2마리가 다정히 놀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커다란 고양이 한마리는 절 빤히 내려다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3마리 모두 사람에게 경계심이 없네요?

혹시 먹을까 해서 가방에 챙겨두었던 사료 한 조막을 내주니

옹기종기 맛있게 멋었어요.

그게 기뻐서 이제 매일 챙겨줄까 했더니, 담벼락 위에는 이미 밥그릇 3개가 놓여있었어요.

아마 다른 캣맘이 있었나 봐요.^^

다음날 그 담벼락 쪽으로 아이들을 보러 가보니까

왜 초등학생 여자아이 3명이 어제 본 가장 작은 고양이를 따라 이리저리 뛰어다녔어요.

괴롭히는 거 같아 "얘들아! 고양이 괴롭히면 안돼!" 라고 하니까,

바짝 겁먹은 애들이 손에 있던 사료들은 보여주며 밥주려고 했던거라고 말했어요.

전날 생각한 캣맘이 이 작은 아이들이였던 거죠.

 

애들이 길고양이를 챙기는 것을 한 참이나 바라보고 나선

아이들이 정말로 고양이를 사랑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한 참 뒤 그 중 한명이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더니,

그 위에 있었던 하얀 스티로폴 박스 안에서 검고 차가운 것을 소중히 안고선 내려왔어요.

 

어제 본 제일 큰 고양이. 두 형제의 어미였어요.

차갑게 굳어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실로 불쌍하고 가엾었는데 저라면 저렇게 높은곳 까지 올라 안고 내려올 수 없었을 꺼 같았어요.

 

"괜찮아?"

"전 괜찮아요. 근데 얘가 너무 불쌍해요. 추워서 이렇게 됐어요."

 

아이들 두명은 어미를 묻을 곳을 찾아보겠다고 하며 자리를 잠시 떴어요.

 

이게 그 사진이예요. 다시 보니까 어미가 그리 큰 아이도 아녔네요.

 

어린아이가 길위에 작은 생명을 사랑스럽게, 가엽게 여기는 모습에 감동받아

그 아이에게 제 번호를 알려주면서 고양이를 돌보면서 사료나 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 해달라고 전해주고는

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이 날 이후로 연락이 닿게 되어서 같이 나머지 두마리에게 밥을 챙겨주고 있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인가 가장작은 고양이가 보이지가 않아 걱정이 되네요...

작은 아이는 담벼락을 뛰어오르내리고를 잘해서 자주 돌아다녀서요.

 그에 비해 형인 거 같은 조금 큰 아이는 어릴적에 다친적이 있었는지 절대 내려올 생각을 못해요.

 

거의 아이들과 만난지 한달에 접어들고 있는데, 여전히 작은 아이는 안 보이고

형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어요.

 

첫만남만 썼는데도 얘기가 길어지고 말았네요^^;

제가 글을 쓰는게 서툰 것도 있지만 저 초등학생 아이에게 무엇보다 많이 배운 거 같아,

길어진거 같아요.

아이들 말로는 작은 아이는 꼬미, 큰 아이는 나비라네요!

 

그럼 다음글에서는 나비의 근황을 전해드리러 올께요!

 

고보협 여러분들도, 여러분들이 보듬어주시는 고양이들도 모두

MERRY NEW YREA!!

                        

                                                                                          ▲나비                                           ▲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