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비 얘기 들고 온 주근깨 입니다.
나비 얘기에 관심을 가져주신 감사하신 분들에게 나비의 근황을 얘기드리려
이렇게 다시 찾아 뵈었습니다.
그럼 나비 두번째 이야기! 들려드릴께요.
첫번째 이야기와 이어가자면, 나비의 어미는 차가운 무지개 다리를 먼저 건넜고,
나비를 잘 따르던 작은 턱시도 도련님인 꼬미도 어미가 떠난 이후엔 좀 처럼 볼 수 가 없었어요.
이젠 그 담벼락에는 3식구가 아닌 두 자리가 빈 나비만이 담벼락에서 누군가를 항상 기다리고 있어요.
기다림의 대상이 먼저 가버린, 사라진 엄마와 동생일지,
드물게 따뜻한 주름 사이로 비져나오는 할머니들의 온기일지,
겨울이여도 해가 가장 높게 뜰 때의 따뜻함일지,
간혹 던져지는 먹이뿐 일지는
그 아무도 모르지만. 혹은 이 모든 것을 기다릴 수 있는 곳 이 이 붉은 담벼락일지는 모르지만.
나비는 언제나 이 곳 에서 기다립니다.
어쩌면... 그 무엇도 기다리는 것 이 아닌,
행여나 자기를 기다려주는 모두를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한 가지 분명 한건 이 곳은 나비의 집이 아닌 점.
맨날 그 자리에 불상 같은 자태로 앉아있던 나비가 없었을 때가 있었어요.
그 때가 어미가 무지개를 건넌지 3일쯤 지난 날, 꼬미가 사라진지 이틀 뒤 쯤 이였을테니,
불안한 마음에 불렀습니다.
"나비야?"
"나비야, 어딨어?나비야??"
'먀아~먀아~'
두 서번 쯤 이름을 되뇌었을 때 쯤 담벼락 너머 파랑 지붕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여오네요.
마치.
'저 여깄어요! 지금가요! 기다려요!'
하듯이. 기다렸다는 듯이,반갑다는 듯이 지붕 너머로 폴짝 폴짝 뛰어오네요.
그 달려오는 모습이,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방긋방긋 웃는 표정 처럼 보이는 밝은 모습으로
뛰어오는 모습은 길고양이라고 볼 수 없었어요.
늦은 저녁에 퇴근한 엄마 치마폭에 안기려 달려오는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같았어요.
'왜 이제 오세요! 기다렸어요~' 라며 말하듯이 말이죠.
그 후로도 몇번이나 그런 모습을 보았지만 찍은 사진은 한 장도 없는게 아쉽네요.
그도 그런것이 뒤뚱 거리며 지붕 넘어 달려오는 모습이 가관이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감동이랄까요?
내가 오는 걸 반가워 해주는 구나. 나를 기억해주는 구나.
나를 좋아해주는 구나
하는 살짝 이기적인 생각에 살폿 젖어들어버리니까요.
셔터를 누를 생각도 미처 못하고 눈 깜빡이는 것도 아까운 장면이죠.
처음 만남부터 느낀 점인데, 나비는 전혀 길고양이 답지않아요.
캣카페의 대접냥이들 보다 애교가 많고 사람 손을 좋아해요.
처음엔 하도 몸이 차서 본능적으로 사람 손을 찾는가보다 했는데,
나비 사진을 실컷 찍고나서 벌겋게 얼어버린 손인데도
애옹애옹 울면서 '그만찍고 만져줘요~' 하네요.
이 사진도 늘상 있는 이쪽 만져주는게 좋아~하는 자세예요.^^
이렇게 말하면 난해 할지 모르지만 정말로 손을 살짝 나비 주변에 띄어놓으면
만져주길 바라는 머리나 등을 제 손에 부비다가 가만히 멈춥니다.
이건 "여기 이렇게- 만져주세요!" 하는거죠.
괜한 심술로 그래도 가만히 손만 대고 있으면 재촉하듯이 애옹 애옹 울어댑니다.
정말 사람을 좋아하고 애교가 넘치는 아이죠?
고양이를 찍는 분들은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고양이는 정말 찍지 않을 때 가장 기묘하고 신기한 자세로 저흴 매혹시켜버리죠?
그 순간을 남긴답시고, 네모난 것들을 얼른 주머니에 꺼내보면!
이미 그 자세는 끝났고.
"무슨일이라도?" 하는 듯한 도도한 표정으로 보곤하죠.
으휴! 이럴땐 얼마나 속상한지 모르겠네요.
그러던 어느날! 사진을 찍고나서 확인해보다가 발견한 이 사진!
이런 나비의 엽사가 뙇!
이럴수가요... 카메라의 문제였는지, 앵글의 문제 였는지는 모르지만...
살짝 얼굴이 꾸깃! 해보이는 나비가 카메라에 담겼네요.
살짝 얼빵해보이는 모습도 귀여울 뿐입니다.
기묘한 자세의 요가는 냥이들의 필수죠?
감히 놀랍다 싶을정도의 유연성을 자랑하네요!^^;
오늘의 마지막 나비의 사진입니다!
길고양이의 겨울나기는 한 해중 가장 힘든 고비죠.
나비가 어미와 같은 다리를 건너지 않게 해주고 싶어서
첫번째 이야기에서 만난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고심한 끝에,
못쓰는 담요와 패딩옷들, 스티로폴 박스 등을 담벼락 위에 올려 주었습니다.
더불어서 잠시뿐이겠지만은, 살짝 따뜻한 물을 병에 담아 나비에게 줘봤습니다.
따뜻하면 품고선 체온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주었더니
저렇게 뚜껑을 이로 물어뜯고 있네요.^^;
병을 눕혀서 배 가까이 두니, 다행이 따뜻한지 품었답니다.
며칠 전에 정말 기묘한 일이 일어났어요!
나비를 닮은 턱시도 큰 고양이가 담벼락 위에 있는 나비를 한 동안 바라보는게 아니겠어요?
다음엔 이 커다란 고양이 둥이와 나비에 대해 얘기드리러 올께요!
그럼 편안한 밤 되시길!
▲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