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였어요

고양이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답니다.

by 삽짝 posted Jan 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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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을 만나기 전 까지는 고양이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농장에 하도 쥐가 많아 가끔 고양이 한 마리 정도 키워볼까 하는 정도이었지요.....

 

농장에 들리면 주변 길을 통해 자주 산책을 합니다.

가끔 카메라를 메고 촬영도 하였고요.

산책길은 포장된 윗길이 있고 호수가 주변으로 해서 아랫길이 있는데 거의 아랫길을 다닙니다.

어느 날 산책길에 어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길레 보니 길가에 어린고양이 세 마리가 나란히 앉아 절 빤히 쳐다보고 있더군요.

마침 카메라를 메고 있어서 사진만 몇장 찍었습니다.

주위의 길냥이가 새끼를 낳았나 하는 정도의 관심이었습니다.

돌아오는 산책길에 그 자리 그대로 셋이 모여 마치 날 기다리 듯 엥~엥 울고 있네요.

이상하다 싶어 다가가니 요 녀석들이 슬금슬금 도망을 가고 있는데 조금 따라 가보니 아주 좁은 박스 같은데 쏙 들어가 버립니다.

 

사본 -DSC_6462.jpg

 

자주 다니는 길이라 전에는 없던 박스였습니다.

그 안을 들여 보니 어미가 있었는데 죽어 있네요.

아마 누군가 돌보다 어미가 죽어 통째로 버리고 간듯합니다.

작년 한참 장맛비가 내리는 그런 날이라 그냥 두고 가면 스스로 살아가기 힘들 것 같아 보였습니다.

이 녀석들 다 체포해 오는데 거의 두어 시간 걸렸을 겁니다.

산속이고 가시덤불이 많은 곳이라 이리저리 어찌 잘도 피하던지...

 DSC_6471.jpg

근데 참 신기했던 것이 잡기를 포기하려고 하면 어느 샌가 가까이서 날 보고 야옹하고 신호를 보냈답니다.

사실 스스로 살아 갈 때 까지만 맡아 줄까 생각했습니다.

농장 관리는 저 말고도 몇 분의 어른들이 계셔서 쥐 핑계를 대며 설득도 했지요.^^

DSCF1624.jpg DSC_83342011-06-27.jpg

 

이 녀석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정착할 때쯤에 어느 날 농장 밖 아저씨 한분이 철문을 두드리며 문 좀 열어달라기에 뭔 일인가 보니 생김새도 엉망이고 때자국이 자질한 어린 고양이 한 마리를 발로 쑥 밀어 넣고 갑니다.

 

DSCF2676.jpg 

DSC_9787.jpg DSC_9857.jpg

어딘가 부터 자기를 따라와서 떨어지지 않아 난감하던 차에 농장에 사람이 보이니 그냥 떠밀어 넣었나 봅니다.

세 녀석 겨우 챙기고 있었던 터라 영 달갑지도 않고, 일정 거리를 두고 생활하는 기존 세 녀석들과 달리 밭일도 제대로 못하게 사람한테 매달리다시피 해서 귀찮고 밉기까지 했답니다.

일단 하루만 보살피고 옆 농장에 살짝 갖다 놓던지 뭐 어떻게 할 예정이었답니다.

하루 이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결국 오늘 저의 가족이 되어있네요.

 

DSCF3633.jpg DSCF21882011-11-24.jpg

'''''최근 요 녀석 모습입니다.

 

제가 처음 돌보는 냥이지만 결정적으로 많은 도움 주신 분이 계셔서 이분에게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사진 클럽에 이 녀석들 만남에서부터 사진을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조언을 주셨습니다.

그 중에 닉네임(고보협 동일) ‘twoSeason’이라는 분이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심지어 고양이 상식이 담긴 책, 고양이 다큐씨디, 병이 났을 때 간호기록등을 정리한 자료를 우편으로 보내 주셨고,

왜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하는지,

특히 수컷 수술을 해 주지 않으면 밖에서 새끼를 낳아 줄줄이 달고 온다고,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는 협박 수준의(?) 조언도 주셨습니다.

요즘도 클럽에 사진 올리면 댓글과 쪽지로 많은 도움 주신답니다.

마치 아이 키우는 어린 엄마한테 하는 시어머니 잔소리 같기고 하고...

그 분은 20대총각인데 5학년 할배가 굽신거리며 네~네~ 하고 있답니다.

 

twoSeason님은 고양이를 통해 제게 소중함을 일깨워 주셨고 큰 행복을 얻게 해 주셨습니다.

이 자릴 빌어 거듭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특별한 코너가 없어서 이 곳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