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였어요

우리집 고양이 단풍이

by 행복한야옹씨나에게와요 posted Feb 1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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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0012288 (2).jpg 어제 출장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단풍이가 있는 남친집으로 날라갔습니다.

침대방 구석에 숨어있더군요..

안녕 단풍아..잘부탁해....하고 인사를 건냈는데

큰 눈만 멀뚱멀뚱거리고 답은 안해주더군요 ㅎㅎ

풍이 아빠는 단풍이가 주눅이 들어있다고 하네요

침대에 올라가서 혼난적이 있는지 새 집을 탐색하면서 소리 안내면서 몰래몰래 다녀도

침대위는 한번도 올라온적이 없답니다.

제가 손을 뻗어 만지려 들때 하악질을 하긴했지만

하악질을 할때도 눈에 두려움이 가득하더군요..

어찌해야좋을지 모르는 두려움과 걱정이 한가득..

강제로 안기로 결심했습니다.

꼭 안아줘서 이곳에서는 아무도 널 때리지 않을꺼라는거

침대에 올라와서 마구 털을 흩날려도 괜찮다는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혹 풍이가 날 깨물지 않을까 날 할퀴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구석에 숨은 풍이에게 조심조심 다가가서 다른곳으로 도망가기전에 냉큼 안아버렸습니다.

잠깐 발톱을 세우긴했지만

냐옹하는 짧은 울음 소리 한번 내더니 내손에 몸을 맡기더군요

그대로 침대로 쏙 들어가서 이불을 덮어주고

토다 토닥 해줬습니다.

토닥토닥...우리 단풍이 토닥토닥..

곧 단풍이는 힘찬 골골골송과 아주 강도높은 꾹꾹이로 답을 해주었어요

오늘 아침에도 제 팔을 베고 골골송을 들려주더군요..

얼마나 이러고 싶었을까요...

겨우 몇번 턱 긁어주고 쓰담쓰담 두어번 해준것에 이렇게 큰 꾹꾹이와 골골송을 들려주다니..

이제 좀 안심이 되었던것일까요

이곳이 자신을 해치지않을꺼란 생각이 좀 들었을까요..

아빠등에 얼굴도 한번 부비부비해부고

제 겨드랑이와 가슴에 얼굴을 뭍고 애교도 부립니다.

숲으로님은 단풍이가 모성애가 강한 냥이라고 하셨어요

근데 어쩜 단풍이는 자신이 보살핌을 받고싶어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가냥이처럼 굴더군요

아직 풍이는 겁에 질려있습니다

어떤 트라우마가 있는건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고하면 깜짝 깜짝 놀랍니다.

머리를 맞은 기억이 있는건 아닐까 생각해봐요..

머리 쪽에 손그림자가 다가가면 풍이가 아주 깜짝 놀라거든요

지금도 눈만 마추지면 도망을 갑니다

구석에 숨어서 나오지 않습니다.

장난감을 흔들어주면 소심하게 침대밑에서 앞다리만 쏙쏙 나왔다 들어갑니다

놀고싶은데...혹 놀아도되는것인지 아직 확신이 없는듯해요

풍이 나이때 우리집 애들이 얼마나 똥꼬발랄한 박쥐들이었는지를 생각하면

풍이의 소심함이 좀 맘이 아프네요..

이렇게 겁많고 소심한 단풍이가 사나운 야생고양이라고 비난을 받았다는게 믿어지지 않아요

손가락 한개만 갖다대도 골골송을 들려주는걸요..

꼭 안아주면 딱 붙어서 안떨어질려는 아이인데...

아직 친하다고 할순없지만 매일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