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길냥이

여행길에서 만난 평화롭고 나른한 길냥이들

by 야옹언니 posted Mar 2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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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간 대만에 잠시 여행을 하고 돌아왔는데요.. 여행길에 만난 친구들을 소개하고 싶어서 처음으로 글을 써봅니다. 개인 블로그에 쓴 글인데 살짝만 고쳐서 가져왔어요. 맨날 눈팅만 하고 가끔 댓글만 달다가,, 참 큰 발전입니다. -_-"  

 

아래에 소개할 녀석들은 제가 사는 동네 친구들에게서는 보기 어려운 평화로움과 나른함 그리고 당당함을 가지고 있던 녀석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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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국립 고궁박물관 입구 옆 정원에 누워 쉬고 있던 두 녀석.
대만에서 처음 만난 고양이들인데 이 모습이 바로 대만 고양이들을 대표하여 보여준다고 하면 맞을 것 같아요.
평화로움과 나른함을 온 몸 가득 품은 모습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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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곳은 '진과스'라는 곳인데요.

한때는 금 채굴이 활발이 이루어졌던 곳인데 이제는 폐광이 되어 버렸지만 관광지로 다시 태어난 곳이라고 합니다.
제가 만난 고요하고 평화로운 진과스는 어쩐지 고양이의 모습과 닮아 있었습니다.

바다가 보이던 길의 끝을 찾아가던 길에 만난 녀석입니다.
사람도 차도 오토바이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지요. 차도 한복판에 한참을 자리잡고 앉아 있던 녀석과 20여분은 놀아보려 애썼던것 같습니다. 그런데 뭐 거의 무시 당했다고 봐야 맞아요. 오히려 '너 뭐니 귀찮으니 저리 가라'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더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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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펀'의 고양이들.
이 곳은 진과스와 함께 영화 '비정성시'의 촬영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곳에서 바라본 바다의 풍경은 영화에서 보았던 그 것과 꼭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고 야경은 잊지 못할 만큼 아름다웠어요. 그리고 이곳은 고양이들은 한없이 고양이다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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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펀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가 한 민박집 앞에서 만난 녀석들.
왜들 저렇게 옹기 종기 앉아 있나 했더니,, 아주 조금 후에 집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고 녀석들은 서럽게 울어 대기 시작했습니다. '할아버지.. 빨리 밥줘요~~' 하고 불러댄 것이지요. 인심 좋은 민박집 할아버지는 생선을 얹은 밥을 한가득 비벼서 들고 나오셨고 녀석들은 신나게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서열에 따른 순서대로 말이죠.
밥먹을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아래 사진의 꼬맹이는 정말이지 호주머니에 쏙 집어 넣어 오고 싶었다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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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 였던 단수이에서 만난 모델 고양이.
이 녀석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았는데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가며 포즈를 취해 주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경계가 전혀 없는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동네 친구들이 떠올랐습니다.
사람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밥을 먹다 흠칫 놀라고는 하는 녀석들이 안쓰러웠기 때문이겠지요.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대만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는데,, 다녀와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들이 가진 슬픈 역사, 옛것을 버리지 않고 잘 보존해서 더 멋지게 사용할 줄 아는 지혜, 화려함을 쫓기 보다는 실용적이고 소박한 것을 추구하는 모습, 타인에 대한 배려의 자세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잘 알고 있는것 같습니다. 길위의 생명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는 바로 그곳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겠지요.

얘들아,, 내가 또 그 곳을 찾아가 너희들을 다시 만나게 될 일이야 있겠냐만은..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금처럼 평화롭고 나른하게 너희들에게 주어진 묘생을 잘 살다 가려므나.

만나서 정말로 반가웠다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