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한파로 날이 갈수록 기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설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더욱 떨어져 사람은 물론, 고양이들도 살아가기 힘겨운 혹독한 겨울 날씨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반려묘들은 따뜻한 쿠션과 전기장판을 찾아 겨울철을 나지만, 따뜻한 장소와 먹을 것, 마실 것 마저 부족한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길고양이들은 매일 따뜻한 안식처를 찾아 위험한 주차장을 헤매고, 얼지 않은 물과 사료를 찾아 추운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길고양이를 돌보고 계신 한국고양이보호협회의 회원 분들은 물론, 협회 밖에서 길고양이를 돌보시고 계실 모든 캣돌봄시민 분들이 우려하는 길고양이들의 겨울. 추운 날씨에도 길 생활을 버틸 수 있도록 고영양의 사료를 챙겨주고, 겨울집을 마련하고, 급식소의 물이 얼지 않도록 관리해 주어도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아이들에 대한 걱정은 끊이지 않습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급식소마저 두기 힘든 곳은 더더욱 길고양이들의 겨울나기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길고양이가 사람들의 눈에 조금이라도 덜 띄게 하고,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등 궂은 날씨에도 젖지 않은 양질의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택하는 밥 주기 방법이 바로 '봉지밥'입니다. 봉지밥이란 비닐봉지에 고양이들이 먹을 수 있는 사료를 포장하여 주는 방식으로, 고양이들이 비닐 채 먹이를 물어가서 봉지를 찢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급여 방법입니다. 고양이가 구조가 필요한 특정 장소에 갇혀 있을 때 굶지 않고 구조될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봉지밥을 던져주기도 하고, 새끼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는 수유묘가 편한 장소에서 먹을 수 있도록 봉지밥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봉지밥을 통한 사료 급여는 고양이의 건강과 환경을 고려했을 때 괜찮은 방법일까요? 봉지밥은 보통 불가피한 상황에서 선택하는 방법이지만, 봉지밥에는 환경은 물론, 고양이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봉지밥 급여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고, 봉지밥을 대체할 방법은 없을지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봉지밥 급여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지속적인 비닐봉지 섭취는 장 폐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봉지밥은 우선, 고양이의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큰 단점이 있습니다. 고양이가 비닐봉지를 뜯고 내부에 있는 사료만 먹을 거라는 생각으로 봉지밥을 급여하지만, 간혹 비닐봉지를 뜯으면서 사료와 함께 봉지를 삼키는 사고가 발생하곤 합니다. 이렇게 고양이가 비닐봉지를 계속 섭취할 경우 '장 폐색'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장 폐색은 보통 먹이 이외의 이물질을 삼켜 발생하기 때문에, 비닐봉지의 지속적인 섭취도 장 폐색으로 이어질 수 있답니다.
장 폐색은 이물질로 인해 장이 부분적으로 막혀 소화된 음식물이나 소화액이 장관을 지나가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질병으로, 장내에 가스와 액체가 가득 차서 배가 빵빵하게 부풀거나, 혈액 순환이 어려워지고, 구토와 설사를 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장 폐색이 발생하면 장이 파열되거나 복막염이 발생하는 등 다양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고양이에게 위험할 수 있습니다.
봉지밥의 잔해는 청소가 쉽지 않습니다
봉지밥을 급여하면 고양이들이 물고 가서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심한 고양이들은 보통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봉지밥을 뜯어 먹기 때문에 곳곳으로 흩어진 비닐봉지와 사료 잔해 등을 청소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남은 사료가 비닐봉지 안에 방치될 경우 상할 수 있고, 그릇에 사료를 급여할 때와 달리 봉지밥에 남은 사료는 수시로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는 상해버린 사료를 고양이가 먹을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특히 여름에는 비닐 안에 방치된 사료가 바깥에 오래 노출될 경우 더운 날씨와 습기로 사료가 상할 뿐만 아니라, 곰팡이가 피거나 개미, 파리 등의 벌레와 비둘기가 꼬여 청결하지 못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습니다. 또한, 사료를 다 먹고 남은 비닐봉지는 바람에 날려 더욱 흩어져 버립니다. 최대한 깨끗하게 청소한다고 해도 흩어져 버린 비닐을 모두 수거하기란 쉽지 않으며, 남은 비닐봉지는 하수구 등으로 흘러들어가 하수구 막힘 현상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버려진 비닐봉지들은 환경에도 큰 악영향을 미칩니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은 주민과의 마찰을 일으키고, 길고양이에 대한 민원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밥을 주기 위해 봉지밥을 거리에 던지는 행위가 쓰레기 투척으로 신고 되어 벌금을 문 사례도 있기 때문에, 더더욱 봉지밥을 대체할 급여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 봉지밥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우선, 고양이 봉지밥을 대체하는 방법으로는 다양한 일회용 그릇을 이용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있습니다. 특히 급식소를 설치하거나 고정 밥그릇으로 밥을 주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일회용 그릇을 사용해 밥과 물을 주신 후, 고양이가 먹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치워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길고양이가 경계심이 많아 사람의 눈치를 보며 잘 먹지 못하는 것 같다면, 1~2시간 정도 자리를 비운 후 돌아와서 먹은 자리를 깨끗하게 치워주시면 됩니다.
이렇게 고정 밥그릇 없이 밥을 주는 경우에는 사료가 남지 않도록 너무 많이 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한 마리 당 종이컵 1개 분량의 사료가 적당합니다. 딱 고양이가 먹을 만큼만 답아 급여하시고, 남은 사료와 그릇은 반드시 회수해 주세요.
사료와 물을 제공할 장소를 선택하실 때에는 길고양이들이 다니면서도 인적이 드문 곳이 적합합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은 길고양이들이 불안해서 밥을 먹지 않을 수도 있고, 길고양이들이 사람의 눈에 많이 띄어 관련 민원이 늘어나는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길고양이에 대한 민원이 잦은 곳이라면 밥자리를 더욱 신중하게 선택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양이는 야행성 동물이기 때문에 고정 급식소가 없이 길고양이를 만날 때마다 밥을 주신다면 되도록 저녁, 일정한 시간대에 사료와 물을 급여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사료와 물을 주신 후 고양이가 떠난 자리는 깨끗하게 청소해 주세요.
서열이 약하고 소심해서 다른 고양이에게 밀리거나 밥을 잘 받아먹지 못하는 고양이, 새끼 고양이들에게 수유 중이라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높은 어미 고양이, 궂은 날씨 등 다양한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봉지밥을 택하는 캣돌봄시민분들이 있습니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갇혀 구조 전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봉지밥을 주기도 하고, 민원으로 인해 아예 밥을 주기가 힘든 경우에도 봉지밥으로 고양이에게 급여하기를 택하시곤 합니다.
봉지밥은 이렇게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선택하게 되는 방법이지만, 봉지밥을 통한 급여는 장기적으로 보면 고양이에게도, 사람과 환경에도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봉지밥으로 계속 급여한다면 고양이가 장 폐색, 상한 사료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저분한 밥자리, 남은 비닐들로 인해 주민과의 갈등 역시 더욱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고양이가 봉지밥을 통한 급여 방식에 익숙해져 버리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봉지밥만 받아먹게 되어, 후에 급여 방법을 바꾸려고 해도 그 과정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구조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되도록 봉지밥을 통한 급여는 지양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과 길고양이의 안전한 공생을 위해서, 길고양이를 돌볼 때에는 늘 고양이뿐만 아니라 사람이 받게 될 피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다양한 피해와 길고양이에 대한 민원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조금 더 길고양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따뜻한 마음들이 모이면 길고양이에 대한 사회의 시선도 점차 따뜻하게 바뀌어 나갈 수 있답니다. 길고양이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은 더 나아가 지역에서 공동 관리하는 고양이 급식소 설치, 겨울집 설치 등 보다 본격적인 고양이 복지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늘 길고양이를 위해 애써주시는 시민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길고양이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주시길 바라며, 한국고양이보호협회도 언제나 돌봄 활동에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