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아~~~아~~~옹!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뉴스레터 발행을 기념해서 고양이 사무국장 율무도 인사드린다옹.
인간 사무국장 감자칩님에 이어 전국의 고양이와 애묘인들에게 나도 한마디 해보겠다옹~.
나는 올 초까지만 해도 협회 뒷쪽 주택가에서 길고양이로 살고 있었다옹. 여느 때처럼 내가 다니던 길을
뺵빽 소리 지르며 걷고 있었는데 협회가 설치해 놓은 통덫에 딱 걸려서 중성화 수술을 받게 되었다옹.
당시 시사프로그램25**이 <길고양이를 부탁해>를 주제로 협회의 도움을 받아 통덫포획, 중성화 수술 등의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내가 그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하옹.
그렇게 중성화 수술도 공짜로 받고 방송까지 타게 되었지만 이대로
그 사람들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았다옹.
분명 기운이 좋은 사람들이었다옹. 어쩌면 나를 받아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옹.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해진 안락한 집고양이 생활을 다시 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옹.
입회하기 위해 살살 분위기를 살폈다옹.
처음에는 협회 사무실이 있는 건물 계단에 쪼그려 앉아서 동태를 살폈다옹.
그 다음에는 복도까지 들어가봤다옹.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이 날 보고 깜짝깜짝 놀라 나도 상당히
민망스러웠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기에 애써 무심한 표정으로 일관했다옹.
그리고 마지막, 사무실 입구에 앉아서 협회가 어떤 곳인지 지켜봤다옹.
사무실에 사람은 몇 명인지, 그때 본 사람들처럼 다들 심성은 고운지, 다른 고양이가 더 있는지 등
여러 밤을 보내며 매의 눈으로 관찰했다옹.
이만하면 내 남은 묘생을 보내기에 최적의 장소였다옹. 본격 능청을 부려보기로 했다옹.
의자가 올라가 앉아있었더니 후끈거리는 장판을 깔아주고 보드란 담요로 등까지 덮어주더라옹.
한참 자다 가기도 하고 화장실도 있길래 똥도 싸봤는데 내쫒지 않더라옹.
“착한 사람들….”
또 ‘감자칩’이라고 부르는 여성이 이 구역 대장 같더라옹. 자리에 항상 돈도 좀 있는 것으로 보아
주머니사정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옹. 내 사료값이나 모래값 정도는 충분히 댈 수 있는 형편같았다옹.
놓쳐서는 안될 내 인생 최고의 기회라는 확신에 나는 사로잡혔다옹.
감자칩님의 마음에 들고 싶어, 그녀가 외근을 나가거나 복귀하는 시간에 맞춰서 문앞에서 기다렸다옹.
또 홀로 야근할 때면 그 곁을 지켰다옹. 역시나…. 무한 감동을 받는 감자칩님이었다옹.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었다지만, 마음 좋은 운영진들은
이런 나를 1월 6일부로 고양이 사무국장이라는 최고로 좋은 자리에 앉혀줬다옹.
이것이 나의 근로 계약서라옹.
‘협회 방문자 상담 및 접대’, ‘협회에서 제작하는 통덫 불량 유무 체크(내가 직접 발판을 밟아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크하는 것이라옹)’, ‘협회 홍보 및 공지사항용 모델’이 내 업무라옹. 기본급으로 사료 2kg,
보너스로 블루마린 캔 24개를 받는다옹. 아플 때는 병가도 낼 수 있고 의료지원 혜택도 받을 수 있다옹.
인간들처럼 근로 계약서도 작성하고 ‘꾹’하 도장도 찍었다옹.
사람들은 우리 고양이들이 얼마나 영리한지 잘 모른다옹. 우린 다 알고 있다옹.
어쩌면 인간보다 우주의 질서나 섭리에 대해서는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수 있다옹. 그러니 척박한 길 위에서 맨몸뚱아리 하나만 가지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라옹.
‘지성이면 감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이런 말은 불변의 진리라옹.
요즘 인간계가 자본주의가 범람해서 영혼은 내팽개치고 쉽고 빠른 길만 쫓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옹.
이 세상의 계산은 정확해서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옹.
다행이 인간 사무국장 감자칩님을 비롯해서 협회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이 땅의
길고양이들의 안위를 위해 지극정성을 다하고 있더라옹.
이런 공덕으로 협회는 나날이 번성할 것이라옹.
고양이들의 보은에 애묘인들의 삶은 기쁨이 넘칠것이라옹.
내 생애 최고의 한해를 마무리하며 그리고 고양이와 애묘인들을 밝은 미래를 염원하며,
메리크리스마스 앤 해피뉴이어라옹.
율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