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제11회 한국고양이의 날 기념전
“1년에 하루만이라도 고양이의 생명을 생각하는 날을 만들자”는 취지로 2009년 9월 9일 시작한 한국고양이의 날이 어느덧 11주년을 맞이했다. 올해 전시는 9월 5일부터 15일까지 연남동 일대에서 열리며, 10명의 작가들이 함께한 단체전 <원 플러스 원>, 성묘입양 캠페인 시즌2 <고양이 순살탱> 사진전, 고양이를 사랑하는 연남동 일대 가게 5곳에서 열릴 스탬프 투어까지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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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세계 고양이 문화를 취재하기 시작하면서, 각국에 고양이를 기리는 특별한 기념일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계 고양이의 날은 8월 8일, 일본 고양이의 날은 2월 22일이며, 검은 고양이의 날은 국가별로 달라 미국에선 8월 17일, 영국에선 10월 27일로 기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마네키네코의 날(9월 29일)도 있는데, 행운을 불러다주는 것으로 전해지는 고양이 인형에게 감사를 표하는 날이다. 이 날을 전후로 이세 시, 도코나메 시 등 일본 소도시에서는 마네키네코 축제를 연다.
한반도에 고양이가 유입된 것으로 전해지는 삼국시대 이래 오랜 시간 고양이와 함께해온 한국에도 고양이의 날이 하루쯤 있을 법한데, 해외 취재를 하면서 ‘왜 한국고양이의 날은 없을까’ 하는 점이 늘 의문이었다. 길이 없는 곳에서 누군가 먼저 걸어가면 그 발걸음을 따라 새로운 길이 나듯, 우리나라 고양이를 위한 날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한국고양이의 날은 그렇게 시작됐다. “1년에 하루만이라도 우리 곁에 있는 고양이의 생명을 생각하는 날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국고양이의 날을 굳이 9월 9일로 정한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라는 민간 속담에서 착안한 아홉 구(九), 고양이가 주어진 생명을 오래도록 누리다가 천수를 다하고 고양이별로 갔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오랠 구(久)-두 동음이의어가 모여 ‘구할 구(求)’의 뜻을 담길 바란 것이다.
동물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데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매일의 실천으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며 생명을 지키는 방법, 동물운동가로서 잘못된 법제를 개선하는 데 앞장서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고양이 사진을 찍고 고양이 문화를 취재해 온 내게는 문화행사를 통해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방법이 좀 더 익숙했다. 일방적인 계몽보다는, 전시와 출판을 통한 인식 개선이 애묘인에게 좀 더 친숙하게 와 닿으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렇게 이 행사의 뜻에 마음을 같이해준 작가들과 함께 올해도 전시와 행사를 준비한다.
11주년을 맞이한 올해 기획전 주제는 <원 플러스 원>. 혼자였던 사람(1)과 혼자였던 고양이(1)가 함께하면서(+) 둘(2)이 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에게 예상치 못한 큰 기쁨과 위로(11)가 되어준다는 뜻에서 잡은 주제다. 한 마리의 고양이(1)는 또 다른 고양이(1)를 불러온다(+)는 중의적인 뜻도 있다. 10명의 작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올해 전시 주제 <원 플러스 원>을 해석한 다채로운 작품 20점을 미리 살펴본다.
고경원 | 2002년 고양이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첫 책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를 시작으로 여행기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 인터뷰집 《작업실의 고양이》, 사진에세이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둘이면서 하나인》을 썼다. 2009년 9월 9일 한국고양이의 날을 창안했고, 2017년 고양이 출판사 야옹서가를 창립해 고양이의 행복에 도움이 될 책을 만들고 있다.
박경란 | 20여 년 전 동생이 모란시장에서 구조해 온 니코, 미국 유학 시절 입양한 보코를 시작으로 수많은 고양이들과의 인연이 시작되면서, 고양이가 등장하는 작업들을 자연스럽게 시도하게 되었다. 현재 열두 마리 입양묘의 집사로 살면서, 힐링 그 자체인 고양이와 만다라를 결합하여 컬러링북을 비롯한 여러 가지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안난초 | 털이 긴 장모종 고양이 안나와 살고 있는 만화가. 아침에 일어나 부드러운 털의 고양이를 안아 어깨에 올리고 창문 밖을 같이 구경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밖에서 들어오는 냄새를 맡는 동안 고양이의 발을 만지작거리고 뺨에 닿는 털의 감촉을 느낀다.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유진희 | 고양이 ‘향’을 입양하면서 고양이가 준 사랑을 그림에 담게 된 민화 작가. “혼자였던 사람(1)과 고양이(1)를 더하면, 둘(2)이 아니라 더 큰 기쁨(11)이 된다”는 뜻의 한국고양이의 날 기획전 <원 플러스 원> 표지 작품을 그렸다. 작업한 책으로 《아빠! 머리 묶어주세요》, 《엄마》, 《내 의자》 등이 있다. 현재 ‘향’ 민화화실을 운영하면서 NC백화점 강서점 문화센터에 출강하고 있다.
윤예지 | 상상의 여지가 있는 이야기를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출판, 포스터,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땅콩나라 오이제국》, 《Is this my home?》, 《당신은 나를 열어 바닥까지 휘젓고》 등의 그림책과 단행본을 작업했다. 한때 작업실에서 같이 지낸 고양이 마무의 시간을 잡아 그린 독립출판물 《Round Hours》 (2018) 속 몇 장면을 한국고양이의 날에 선보이게 되어 영광이다.
이강훈 | 일러스트레이터. 오랜 시간 함께 지내온 앤디(16세, 메인쿤)는 11년 전 가로수길에서 구조한 다시마(11세, 코숏)가 처음 집에 왔을 때부터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 11년이나 지난 지금, 주먹 한줌이던 다시마가 앤디보다 더 거대해졌지만 둘은 참 데면데면하다. 그래도 종종 침대나 소파에서 서로 엉덩이를 맞대고 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쩔 도리 없이 사랑스럽다.
장보영 | 3년 전 공유사무실에서 만난 벵갈 고양이 폴리와 하니. 두 고양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받은 영감 덕분에 디자인에 대한 오랜 방황을 끝냈고, ‘고양이는 신이 인간에게 보낸 선물’임을 체감했다. 이 보물들은 작년부터 반려묘가 되어 작업실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브랜드 ‘오이스터’의 디자인에도 자연스레 두 고양이의 모습을 녹여내고 있다.
조현정 | 살아있는 듯 생생한 고양이의 모습을 담는 세밀화가. 대학에서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전공한 후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했으나, 본래 꿈이었던 화가로 전향했다. 부드럽고 섬세한 수채화로 고양이 고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 한다. 현재 몽이, 몽삼이 두 마리 고양이와 함께 산다.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녀석들의 모습에 매일 웃을 일이 생겨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유리 | 미술을 전공했지만 오랫동안 손을 놓고 지내다, 첫 반려묘를 입양하면서 그 사랑스러움을 담고 싶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초상화로 시작한 고양이 그림이지만, 앞으로 귀여운 아이들의 이야기가 있는 그림도 그려보고 싶다. 내 그림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느낌으로 와 닿기를, 아울러 작은 생명들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이 되기를 빈다.
허지영 | 첫 그림책 《파란 고양이》 작업을 할 때쯤 주변 친구들이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한 마리를 키우던 친구들 모두 지금은 두 마리와 산다. 각자의 위치에서 무심한 듯 있다가도 좁은 쿠션 위 세상 다정한 포즈로 껴안은 고양이들 사진을 친구들이 보내오면, 고양이 이모의 마음은 사르르 녹는다. 이런 마음으로 고양이 두 마리가 있는 풍경을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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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전과 더불어 성묘입양 캠페인 #고양이는클수록좋다 시즌 2도 함께 준비했다. 올해 캠페인 전시의 주인공은 <고양이 순살탱>. 인스타그램 7.9만 팔로워에게 사랑받는 고양이 삼형제 순구, 살구, 탱구와 호구집사 이야기를 통해 성묘 입양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 한쪽 눈이 없는 둘째 살구, 두 눈이 선천적으로 안 보이는 셋째 탱구처럼 장애가 있는 고양이도 반려인의 배려와 사랑만 있다면 행복할 수 있음을 전하고자 했다. 전시된 사진은 9월 중순 사진에세이 <고양이 순살탱>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회사를 다니며 짬짬이 남는 시간에 고양이 책 작가로 활동하기만 하면 됐던 직장인 시절에는, 회사를 그만두면 내 일도 자유롭게 할 줄 알았다. 막상 고양이책 출판사를 시작하고 보니 편집자와 기획자, 회계담당자와 마케터, 가끔 디자이너 역할까지 도맡느라 더 정신이 없어졌다. 그래도 ‘고양이가 버려지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기획한 전시와 책이, 단단한 만듦새로 완성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꾸준히 성묘입양 에세이 출간과 사진전을 함께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분들의 마음속에 잠시나마 치유와 웃음을 드리는 행사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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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고양이의 날 기획전 및 부대행사 안내
일시: 2019. 9. 5 ~ 9. 15
장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30길 21, 살롱드마르잔 2층
(홍대입구역 3번 출구, 도보 3분)
관람 시간: 14:00~20:00, 전시 중 무휴)
▶ 스탬프 투어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인근, 고양이를 사랑하는 5개 업체에서 스탬프 투어를 해보세요.
다양한 공간에서 고양이 굿즈를 구입하거나 고양이 테마 식음료를 맛보며
고양이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합니다. 또한 성묘입양 캠페인,
길고양이 인식개선 엽서 배포 등 업체별 행사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스탬프 5개를 다 찍으면 기념품 배포처(헬로인디북스)에서 한정판 선물을 드립니다.
<스탬프 투어 참여업체 및 투어 시간>
*복합문화공간 ‘앨리스인래빗홀’ (14:00~20:00, 전시 중 무휴)
마포구 동교로30길 21, 2층 (문의 02-332-2423)
*잡화점 ‘고양이가 있는 액자가게’(14:00~21:00, 월요일 휴무)
마포구 연희로1길 46 (문의 010-7102-0787)
*마카롱 가게 ‘메리마카롱’ (12:00~20:00, 월요일/추석 당일 휴무)
마포구 동교로38길 33-6 (문의 02-6053-2018)
*카페 ‘바람커피’(13:00~23:00, 전시 중 무휴)
마포구 동교로38길 26-7, (문의 010-5804-2604)
*독립출판서점 ‘헬로인디북스’(15:00~21:00, 전시 중 무휴)
마포구 동교로46길 33(문의 010-4563-7830)
▶ ‘고양이 책자랑’ 번개(9월 6일 오후 8시, 헬로인디북스)
나만의 특별한 고양이책을 가져와서 이야기를 나누는 번개 모임입니다.
헬로인디북스 인스타그램(@helloindiebooks)으로 DM 보내주세요!
▶ <고양이 순살탱> 북토크(9월 9일 오후 7시, 헬로인디북스)
야옹서가 고경원 대표 진행으로 <고양이 순살탱> 제작 뒷이야기와 함께
) 신청 마감.(를 책으로 만드는 법에 대해 들려드립니다’내 고양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