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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물에겐 먹이를 주지 마세요

 

굶주린 동물은 먹여야 한다는 게 지론이지만, 먹이를 주지 말아야 하는 종도 있다. ‘관종이라는 동물이다. 이 종이 단순히 관심만 먹고 살 때는 비교적 무해했다. 그러나 SNS의 발달과 함께 관심이 돈으로 환산되는 세상이 도래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동물학대 영상이나 사진을 버젓이 올려놓고 반응을 즐기는, 이른바 어그로 관종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길고양이에게 안전한 밥 주기를 배워야 할 필요성만큼, 위험한 관종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 법에 대해서도 배워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내게 관심을 좀 가져달라고 세상에 말을 거는 것 자체야 나쁠 게 없다. 적절한 인정욕구는 인생의 윤활유가 된다. 관심을 주고받을 대상이 있다는 건, 팍팍한 세상에서 작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구조나 치료가 필요한 고양이를 향해 긍정적인 관심이 모이면, 선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을 향해 나를 좀 봐 달라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많아지자, 이 인정욕구를 그릇된 방향으로 표출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게 목격된다.

 

 

 

 

위험한 죽음의 놀이

 

한때 SNS의 반려동물 계정 사이에 유행처럼 번졌던 하늘 배경 사진찍기가 있었다. 맑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반려동물이 공중 부양하듯 홀로 허공에 떠 있는 사진이다. 귀가 펄럭이는 순간을 포착해 마치 아기코끼리 담보처럼 귀로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장면을 포착한 사진도 있다.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라 확실히 시선을 끈다. 그런데 이런 사진을 찍으려면 일단 하늘을 향해 반려동물을 높이 던져야 하고, 반려동물이 떨어지는 순간 잽싸게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 한 번에 성공하기 어렵다면 이 과정을 수차례 반복해야 할 수도 있다.

이 사진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첫 번째 문제는 촬영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동물이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형견을 하늘로 던질 수는 없으니 소형견이나 고양이, 어린 동물이 희생양이 되는데 그만큼 작고 약하기에 추락사고가 발생할 때 타격도 크다. 게다가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균형을 잡아서 착지할 수 있으니 괜찮을 거야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아서, 특히 고양이가 이런 공중 부양 사진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 두 번째 문제는 이런 유형의 사진에 붙는 찬사 댓글이 모방심리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 사진이 공포스러운 게 아니라 귀엽게 보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해당 게시물에 귀엽고 신기하다는 댓글이 달릴수록 나도 한 번 찍어볼까?’라는 마음을 갖는 사람이 늘어난다.

 

 

 

어그로 끄는 관종에겐 무관심이 답

 

유튜브 구독자 수와 조회 수가 수익으로 연결되면서, 최근에는 동물학대의 증거가 되는데도 반려동물을 괴롭히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사례가 종종 보인다. 대부분 이런 경우를 발견하면 분개하며 해당 계정 소유자에게 분노 섞인 댓글을 달거나, 혹은 영상 링크를 공유하며 함께 욕해달라고 주변에 요청하거나, 혹은 신고 버튼을 누르게 되는데, 항의 댓글을 달러 오는 사람에 의해서도 조회 수는 올라가니 뜻하지 않게 화제의 영상을 만들어주는 꼴이 되어 버린다. 해당 계정에 항의해봤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데, 게시물을 올린 자가 원했던 것이 그런 뜨거운 반응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런 경우 욕 댓글을 달기보다는, 해당 유튜버가 게시물을 삭제하기 전에 증거 보전이 필요하다. 영상 속에 학대범의 신분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있을 수도 있고 영상 자체가 범죄의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심각한데 본인이 직접 대처하기 어렵다면 신속하게 동물단체에 신속히 제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문제는 현행 동물보호법에서 인정하는 학대의 범위가 너무 좁아, 학대 사례가 발견되어도 실제로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사실이다. 동물보호법 제8조에서는 동물학대를 여러 가지 유형으로 설명하지만, 한 줄로 요약하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에 국한된다. 반려동물이 괴로워하는 모습이 명확해도 상해를 입힌 게 아니라면, 혹은 정신적 학대 정황만으로는 처벌이 쉽지 않다.

 

 

 

소극적 학대에 대한 인식 확산 필요해

 

문제가 된 사진이나 영상을 올렸다가 논란이 된 사람 중 대부분은 이게 왜 학대냐? 내가 굶겼냐? 때리기를 했냐, 죽이기를 했냐?”라고 대응하거나 내 동물 내 맘대로 한다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나오기 쉽다. 그런 소리를 듣고 있으면 화가 치밀지만, 어쩌면 그들의 대답에 동물학대를 막을 정답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임감 있는 반려인이라면 굶기거나 때리거나 죽이는 것만이 학대가 아님을 안다. 그러나 소극적 학대에 대해서는 특별히 개념이 없는 사람도 세상에 분명 존재한다. 비인도적 상황에서 방치하거나 정신적인 괴롭힘 등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소극적 학대에 대해서도 제도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초석으로 소극적 학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 반려동물이 학대로 심하게 다치거나 죽고 나서 처벌한다면, 이미 그 일을 당한 동물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반려동물에게는 사유재산 이상의 지위를 넘어선 가족으로서의 지위가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이 지위를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꾸준한 노력 역시 필요하다. 반려동물은 소유물이 아니라, 인간과 종이 다른 생명일 뿐이다. 다만 이 지구에서는 반려동물이 돈을 벌 수 없으니, 인간 세상에서 살아남는 데 특화된 우리가 부양자 역할을 할 뿐이다. 어차피 이번 생에서 반려인의 역할은 돈을 쓰는 쪽이고, 그건 반려동물을 데려올 때 다 알고 시작한 것 아닌가. 반려동물을 먹이고 돌보는 데 내 돈이 든다 한들, 그들의 생명과 행복을 좌우할 수 있는 권리까지 돈으로 산 것은 아니다. 그걸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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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고경원

고양이 전문출판 ‘야옹서가’ 대표. 2002년부터 길고양이의 삶을 기록하며 국내외 애묘문화를 취재해왔다. 저서로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2007),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2010), 작업실의 고양이》(2011),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2013), 《둘이면서 하나인》(2017) 등이 있다. www.instagram.com/catstory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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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롱팡팡 2019.10.01 13:09

    하루 속히, 허울, 껍데기 뿐인 동물복지보호법이 아닌, 제대로 기능을 하는, 아주 초강력 기능을 하는

    엄격,엄혹한 동물복지보호법이 속히 제정.시행되기를 빌고 빕니다. 자나 깨나 빌고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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