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철에는 강수량은 역대 1위로 많았으며 평균 기온은 역대 2위라고 할 만큼 길 위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는 정말 힘겨웠을 시기였습니다. 차가운 바람은 아이들의 호흡기를 괴롭히는 허피스를 불러일으켰고, 먹을 것 없는 길거리는 아이들의 탈수와 영양실조를 앓게 했습니다. 가을까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 아이는 겨울 내내 몸 속의 염증으로 고생을 해야하기도 했습니다. 험난했던 겨울을 잘 이겨낸 4마리의 아이들을 소개드리고자합니다.

 

 

 

위험한 길 위에서 구조된 튼실이

 

작년 12월, 튼실이는 아주 추운 날씨에 고속도로에서 구조된 아이입니다. 미동도 없이 도로에 누워있어 로드킬을 당한 사체인 줄 알았으나, 가까이 다가가니 미약하게나마 숨이 붙어있는 걸 확인해 빠르게 구조하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추위 속에서 떠돌며 도로에 방치되어 있던 튼실이는 심각한 영양실조와 허피스를 진단 받았습니다. 심한 눈곱으로 눈을 뜨지 못하고 코와 입 주변이 콧물로 더러워져 호흡조차 편안하게 할 수 없었습니다. 튼실이는 동물병원에 입원하여 약물 치료를 시작하였고 꾸준한 항생제 급여와 네블라이저를 통해 눈은 떴지만 아직까지도 만성으로 자리잡은 허피스로 인해 조금이라도 기온이나 습도가 낮아지면 눈물과 콧물을 흘립니다.

 

하지만 힘든 시기를 겪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튼실이는 활발하고 기운 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같이 지내는 형제 고양이들에게 덤벼 장난을 치기도 하고, 사람들이 다가오면 작은 두 발로 손가락을 잡아보겠다며 배를 보여줍니다. 신이 나면 골골송을 부르며 캣타워 위를 재빠르게 뛰어다니는 튼실이. 앞으로 얼마나 더 사랑둥이가 될 지 기대가 됩니다.

 

 

추위 속에서 사투를 벌인 꽃순이

 

꽃순이는 포천 공장단지에서 구조된 아이입니다. 영하 20도의 추운 날씨를 피해 공장 창고로 숨어들었으나 창고 내에 악취가 나자 아이가 걱정된 사람들의 구조요청으로 협회는 꽃순이를 구조하게 되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알게 된 꽃순이의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잦은 출산으로 인해 자궁축농증으로 염증 수치가 높았으며, 심한 탈수와 영양실조를 앓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허피스의 정도가 심해 코가 콧물 농으로 꽉꽉 막혀있어 지금까지 버틴 것이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지속적인 약물치료와 항생제, 꾸준한 보살핌으로 꽃순이는 구조 당시 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만성으로 자리 잡아 완치가 어려워 아직까지도 불규칙적인 호흡 상태와 숨소리, 간혹 코피를 흘리기까지 할 정도로 아직까지도 심각한 상태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궁축농증의 경우 꽃순이의 탈수와 영양실조 증세로 수술을 진행하지 못했던 상태라 협회에서는 수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꾸준히 회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수술 시기가 늦어질 경우 급성 신부전증이나 자궁암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영양실조와 탈수증세가 나아지기를 바라며 꽃순이를 보살피고 있습니다.

 

▲먹보

 

▲순진이

 

배수로에서 구조된 두 아이, 순진이와 먹보

 

영하의 기온 속에서 두 아이를 출산한 엄마 고양이는 어떻게든 추위를 피하고 아이들을 보살피기 위해 배수로에 들어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추위는 피했지만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었던 엄마 고양이는 출산 후 기력이 다해 숨을 거두었고 두 아이는 배수로에서 서로를 의지한 채 하루하루를 버티다 협회에게 구조되어 따뜻한 품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살핌을 받아 통통하고 건강해야 했을 아이들은 뼈만 남은 채 얼굴은 콧물과 눈곱으로 엉망이었습니다. 특히 순진이는 먹은 것이 없어 심한 영양실조와 탈수증세로 장에 변이 가득 차 못 나오는 상태였습니다. 단순히 탈수로 인한 변비라고 생각하였으나 정밀검사를 통해 골반에 실금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로인해 배변 기능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며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복수가 차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순진이와 먹보는 구조 당시 죽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귀와 입기에 핏기가 전혀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지금은 밥도 조금씩 먹고 허피스 치료를 위해 네블라이저를 가까이 대어도 순순히 약물치료를 잘 받고 있습니다.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을 보여주면서도 곁을 조금씩 내어주는 모습이 꼭 도와달라는 표현 같아 아이가 조금이라도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도록 협회는 최선을 다해 돌보고자 합니다. 두 아이가 무사히 회복할 수 있도록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