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의 부고 소식을 전합니다.
얼마 전, 쓰레기 집에서 구조되어 협회에 입소한 마루. 동그란 얼굴에 오밀조밀 눈코입을 가진 마루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친구였습니다. 마루는 겁이 많고 낯을 가려 입소 직후에는 숨숨집에 숨어 얼굴을 숨기거나 볼털이 눌릴 정도로 벽에 찰싹 붙어 곁을 내어주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엉덩이를 만지게 해주고 나중에는 바닥에 내려와 뒹굴거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답니다.
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던 순간, 마루가 갑작스럽게 멀리 여행을 떠났습니다.
마루는 구조 후 검진을 통해 심장병의 조짐이 보이는 상태라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밥을 먹지 못한 채 지낸 세월이 길다 보니 몸이 너무나도 약해져 어느 정도 회복을 해야지만 정밀검사와 함께 치료를 진행할 수 있었는데요. 회복하고 있는 기간에 갑작스러운 마루와의 작별은 활동가들에게 큰 슬픔을 안겨주었습니다. 심장병의 경우 앓고 있는 아이의 나이가 어릴수록 전조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마루는 이제야 활동가들이 손으로 주는 간식을 먹어주기 시작했는데,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미어집니다.
마루는 같이 지내는 친구들과는 엉덩이를 붙이고 있거나 숨숨집에서 함께 체온을 나누곤 했습니다. 시루와 아코는 그런 마루를 보듬어주었고 같이 간식을 나눠 먹고 장난감 놀이를 즐기기도 하고, 마루는 그에 힘입어 숨지 않고 밖으로 나와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마루는 지금까지 받아온 것보다 더욱 듬뿍 사랑받아 마땅한 아이였습니다. 평생 사랑을 듬뿍 줄 가족의 품에 안겨주지 못한 것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지 못한 것이 참 아쉽고 못내 미안합니다.
짧은 시간 동안 센터에서 지낸 시간이 힘든 기억들을 덮을 수 있기를. 맛있는 간식을 먹은 기억, 장난감을 가지고 신나게 놀았던 기억, 깨끗한 공간에서 잠을 자고 생활했던 기억들만 잘 챙겨서 고양이별로 떠났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방치된 채 살아가던 마루를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마루에게 좋은 기억만을 안겨주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고, 마루에게도 활동가들에게도 새로운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마루가 어둡고 더러웠던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기까지 마음 모아주심에 감사합니다.
마루가 고양이별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마루야, 고생 많았어. 고별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지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