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에게 절대 사료를 주지 마세요>라는 안내문에 등장하는 단골 레파토리가 바로 고양이 때문에 톡소포자충에 감염될 위험이 높아진다는 말입니다. 주민들은 ‘감염’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하나만으로도 길고양이가 싫어지고, 그런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캣맘/캣대디에 대해 반감을 가지기 쉽습니다. 최근 이런 주장에 효과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연구팀의 <톡소포자충 감염 고위험군의 기생충 감염 실태 조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제목이 좀 복잡한데요, 여기서 ‘톡소포자충 감염 고위험군’이란 바로 우리, 캣맘/캣대디를 말합니다. 톡소포자충의 주된 감염 경로는 육회, 생선회 등 요리하지 않은 육류나 날달걀, 흙에 오염된 채소 섭취라고 합니다. 또 톡소포자충이 오염된 흙이나 고양이 분변을 손으로 만진 후 음식을 먹으면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길고양이에게 매일 먹이를 주고 구조 및 치료활동을 하는 캣맘/캣대디들은 톡소포자충 인체감염 경로 중 하나인 고양이와 지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감염 고위험군일 것이라는 연구가설을 세운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가설은 이번 연구에서 기각되었습니다. 캣맘/캣대디 673명의 혈청을 검사한 결과 6.4%(43명)가 톡소포자충 양성 반응을 보였습니다. 길고양이와 접촉하지 않으며 반려동물과도 생활하지 않는 300명을 대상으로 혈청 검사 결과는 어땠을까요? 비슷한 수준인 6.7%(20명)가 톡소포자충 양성 반응을 보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고양이와 가깝게 지내는 캣맘/캣대디들이나, 고양이와 전혀 접촉이 없는 사람들이나 톡소포자충 감염률에는 차이가 없다는 말입니다.
캣맘/캣대디 673명 중 125명은 매일 길고양이와 접촉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이 분들의 감염률도 7.2%에 불과했습니다. 매일 길고양이를 접촉하는 사람들에 비해 일주일에 2번~5번 길고양이와 접촉하는 사람들의 감염률이 오히려 더 높았는데요, 길고양이 접촉 빈도 이외의 다양한 요인들이 감염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길고양이 접촉= 톡소포자충 감염 위험이라는 악의적인 말들이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근의 연구결과를 알려주세요.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연구팀의 연구 결과(2014), 캣맘/캣대디의 톡소포자충 감염률은 6.4%, 고양이와 전혀 접촉이 없는 사람들의 톡소포자충 감염률은 6.7%입니다. 길고양이와 접촉한다고해서 톡소포자충 감염률이 더 높아지지 않습니다.
아울러, 톡소포자충 감염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날고기 섭취를 가급적 피하고, 채소를 잘 씻어 먹고, 외출에서 돌아오면 반드시 깨끗이 손을 씻는 것이라는 점도 알려주세요.
고보협 회원들의 피(!)와 땀으로 얻어진 소중한 결과가 앞으로도 잘 활용되기를 기대합니다.
참여해주신 고보협 회원들과 서울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연구팀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