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협회 구조팀의 3일에 걸친 구조 시도 끝에 저희가 돌보던 청소년냥(이름: 멘홀)이 극적으로 구조되었습니다!!
10.21.(화), 오전에 아파트 단지 내를 산책하던 동네 주민(깨비엄마)가 뒷산으로 향하는 나무계단 데크 밑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난다고 저희 단지 캣맘 한분(루이맘)에게 연락을 주셨습니다.
연락은 받은 캣맘이 근무 중이라 현장을 확인할 수 없어서, 다른 캣맘(레오맘)에게 상황 확인을 요청하였고, 레오맘이 현장에 가보니 역시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고 있어 주변에 있는 아이들에게 확인해보니 전날(10.20)부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이 곳은 가끔 길고양이들이 배수로에 빠져 울음소리가 난 적이 있던지라 이번에도 배수로에 난 구멍 앞에 간식캔을 놓고, 어미 울음소리를 들려주면 쉽게 아이가 빠져나오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오전이 지나고도 계속 아이 울음소리가 나자 아이가 빠진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에 긴 나무막대기를 넣어보니 깊이가 꽤 되고 물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긴 호스 끝에 목도리를 묶어서 내려보내보았습니다. 그거라도 잡고 올라오기를 바라면서요.
그런데, 호스로 약 5~6미터를 내려가더랍니다.. 그리고 끝은 물에 젖어서 올라오고요..
다음날, 캣맘들은 배수로 안의 구조와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사설 내시경업체를 불렀습니다.
내시경으로 살펴본 결과 안쪽의 구조가 너무나 복잡하고, 아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캣맘들은 이제 배수로 내부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도면도를 구해보기로 했고, 세종시청 상하수도 관련 부서, 녹지관리과, 시설물관리소,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에 연락하였고, 담당 공무원 등이 현장에 방문해서 하수도 청소용 카메라 등으로 내부를 살펴본 후 저희가 추측해본 배수로 구조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즉, 아이는 뒷산 왼쪽의 배수로로 추락했고, 다행히 평지구간이 있어 그 곳에 아이가 살아있을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아이가 빠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 입구>
뭐라도 먹으라고 긴 호스 끝에 세탁망을 달고 거기에 사료를 담아 밑으로 내려보았지만 아이가 먹지 못한 것으로 보아 호스 끝이 아이가 있는 곳에 닿지 않는 것 같았어요..
이제는 산에서 내려오는 배수로가 모이는 맨홀을 여는 것만이 해결방법인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맨홀이 산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 데크의 시작지점 아래에 있어서 뚜껑을 열기도, 사람이 들어가기도 어려운 구조라는데에 있었습니다... 어째 맨홀을 이런 곳에 해놨을까요..
소방대원들이 왔지만 이 곳은 사람이 들어가면 위험할 수 있고,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들어갈 수 있는 구조도 아니기때문에 자기들이 해줄 수 있은 맨홀 뚜껑을 여는 것 말고는 없다고 했습니다..
분명 저희가 추측해본 구조로는 아이는 다음 사진의 동그라미 친 구멍으로 연결된 곳에 있을 것이었지만, 밑은 꽤 깊은 물웅덩이라서 현 상황에서 아이가 스스로 나올 수 없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고보협에서 구조대원 한분이 세종까지 오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올린 구조요청 게시글을 보시고, 상황이 긴급하고 구조가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 전문가가 직접 오신다고요!!
고보협에서 오는 전문가 분은 현장을 면밀히 살펴보시고 아이가 스스로 나올 수 있도록 현장과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있던 목재들로 사다리를 뚝딱뚝딱 만드셨습니다.(정말 손재주가 기가 막히시던!!)
맨홀이 산에 올라가는 나무계단 데크의 시작지점에 있던 터라 만든 긴 사다리를 안쪽으로 넣는것조차 불가능해보였지만 구조대원분은 정말 온몸을 사용해서 사다리를 안쪽 구멍에 걸치는데 가까스로 성공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냄새를 맡고 올라올 수 있도록 참치캔을 꾹 짜서 사다리에 묻혀주었습니다.
이제는 아이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제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현장에 가보았습니다.
여전히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왜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지 못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거의 5일을 굶은 것인데요!!
다시 고보협 구조대원께 연락을 드렸더니 다른 분과 함께 다시 방문하시겠다고 합니다..
10.24.(토), 저녁 8시경 다른 구조대원분과 함께 오셨고, 오시자마자 현장 상황을 보시고는 단번에 보호장비도 없이 나무데크 밑 맨홀에 들어가셨습니다.. 소방대원들도 위험하다고 들어가지 못한 곳에 맨몸으로 들어가시는 것을 보고 저희는 너무너무 놀랐어요.
확인 결과, 아이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 구멍에 아이는 없고 수면 바로 위의 검정색 배수로관에 아이가 보인다고 했습니다.
아이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그 배수로관이 어디로 연결되는지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산에 올라가는 나무데크 계단으로부터 약 35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맨홀로 연결되어 있을 것으로 보시고 맨홀을 열었습니다.
역시나 이 맨홀과 나무데크 계단 밑의 맨홀이 연결되어 있었고, 아이는 그 사이의 배수로관에 있었습니다.
방법은 한쪽 구멍을 막고 아이를 다른 한쪽으로 몰아서 잡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배수로관이 너무나 길었습니다.
구조대원분들은 너무나 참신하게 무선조종으로 움직이는 자동차장난감을 이용해서 아이를 한쪽으로 모는 방법을 고안하셨지만 너무 늦은 시간(23시 경)이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일단, 통덫을 배수로관에 넣어 아이가 들어가게 하는 방법을 먼저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다음날(10/25) 아침, 당연히 아이가 통덫에 들어가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이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구조대원 분들은 아이를 몰기 위해 무선조종이 가능한 RC카를 배수로에 넣고 조종해서 아이를 한쪽 끝으로 몰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포획망을 가지고 대기했습니다. 그런데, 거의 끝까지 다 온 지점에서 아이가 RC카를 폴짝 뛰어넘어 다른 쪽으로 넘어가버렸다네요;;; 이 아이는 진짜 뭘까요-_ㅡ;;;
그래서 RC카를 이용해서 긴 끈을 한쪽 끝에서 한쪽 끝까지 통화하게 한 후 끈 사이에 베개솜으로 둥글게 말아 만든 뭉치를 연결했습니다.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해서 한쪽에서 끌어당기면 솜뭉치가 배수로 안에서 끌려오면서 아이를 한쪽으로 모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솜뭉치의 위쪽 빈 틈을 통해 또 다른쪽으로 도망을 갔죠!!
아이가 아예 반대방향으로 도망을 못가게 하기 위해 주변에 있던 겨울집의 단프라를 이용해서 배수로관 크기에 딱 맞게 잘라, 솜뭉치 뒤에 매달았습니다.
이제는 한쪽을 막고, 다른 한쪽에서 솜뭉치가 달린 끈을 당겨서 아이를 몰아 막다른 곳에서 뜰채로 잡는 일만 남은 상황에서 구조대원께서 화려한 뜰채기술로 막다른 데까지 몰린 아이를 포획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무려 5일간의 구조시도끝에 소중한 한 생명을 구해주셨어요ㅠㅠㅠㅠ
아이는 5일을 굶은 아이같지 않게 힘이 장사였네요... 구조대원 손가락을 야무지게 물기도 하고요;;
(저희가 주변에서 아이 잡히자마자 너무 흥분해서 떠들어대서 아이가 놀라 그런 것 같아요..죄송합니다)
아이는 세종시의 TNR 전문병원으로 데려가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TV동물농장, 119, 야생동물보호센터 등등 할 수 있는 모든 곳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아이의 생명을 포기해야 하나 절망적인 생각으로 캣맘 모두가 괴로워하고 있을 때 기적처럼 고보협에서 와주셨고, 정말 몸을 사리지 않는다는 표현이 이런것이구나 싶을 정도로 살신성인하여 구조 과정을 진행해주셔서 저희 모두가 마음깊이 감사드립니다..
옆에서 구조과정을 지켜보니 구조라는 것이 마음만 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많은 구조경험과 노하루,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실행력(망치질, 바느질 등등 뚝딱뚝딱 야무지게 못하시는 게 없던 만능이었던 두분!!), 침착함 등등 모든 것이 갖춰줘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구조 시도 첫날 돌아가시는 길에 구조대원께서 하신 말씀을 저희는 항상 깊이 새기면서 길고양이를 돌볼 것이에요.
우리에게 포기란 없고, 캣맘들만 포기하지 않으면 아이는 살릴 수 있다는 말씀 정말 깊이 새기겠습니다.
아이가 배수로에서 울고 있을 때 바깥에서 애타게 자기 형제 살려달라고 울던 형제 야옹이와 걱정스럽게 구조현장을 지켜보며 떠나질 못하던 함께 놀던 동네 형아, 누나 고양이들을 보면서 고양이가 사람보다 낫다 싶었어요^^
아이 이름은 멘홀으로 지었습니다!
아이가 길에서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잘 보살피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코맘님외 캇맘분들이 끝까지포기안하신게 구조요령입니다.
안타깝게도 많은구조현장에서 시간이걸리기 시작하면 할만큼했다는식으로 포기하기를바라며 마음의짐을 벗는분들이 꽤많습니다. 그 안타까움의 끝은 고스란히 안쪽에서 살려달라고 우는 냥이소리를듣는 구조자의 몫이되어 괴로움은 가중된답니다.
포기하지않고 초집중하고 시도해보고 안전장치해놓고 기다려주는 것이 구조노하우랍니다 ㅠ
고생많으셨습니다.먼지역이었으나 힘을내봤습니다. 세종시도 길냥이를 돌보는 병원이 늘기를 고대해봅니다
맨홀아!! 건강히살고 엄마힘들게하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