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말부터 병가 중인 저는, 길냥이들을 챙기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여유있게 밥자리를 돌며 밥그릇을 채우는 저에게 하나가 아는 척을 하는 듯 말을 걸었습니다. 그렇게 하나와 처음 마주쳤습니다. 하나가 언제부터 제가 주는 밥을 먹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만 하나는 저를 알고 있었습니다.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저를 불러주었습니다.
하나의 얼굴은 눈물, 콧물, 침 벅벅 상태였습니다. 허피스나 마이코플라즈마를 앓고 있는 듯 눈물, 콧물로 털은 지저분했고 구내염으로 인해 입 주변은 갈색으로 얼룩져있었으며 입에서부터 새어나온 침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급히 간식을 챙겨주니 경계를 하는 듯 천천히 걸어와 간식을 먹었습니다. 입을 털며 밥을 먹긴 했지만, 캔 하나를 다 먹어주었습니다. 그날부터 pea와 무두케어를 섞은 간식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을 그렇게 하였지만 하나의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포획틀을 빌려 18일에 포획을 시도했습니다. 하나가 경계를 하며 가까이 가지 않았습니다. 다음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구조전문가에게 하나의 구조를 요청하고 21일에 저녁에 하나를 포획하였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22일에 수술 예약이 가능하였습니다.
혈액검사 결과가 크게 나쁘지 않아 입원 당일인 22일에 발치가 가능했지만, 부러져서 뿌리만 남은 이빨과 휘어진 이빨이 있어 쉬운 수술이 아니었습니다. 힘든 수술이었지만 하나는 잘이겨내었고 25일에 퇴원을 하였습니다.
현재 하나는 저희집에서 지내며 처방받은 약과 보조제를 먹고 있습니다. 야생생이 강한 편이지만 츄르에 섞은 약을 숟가락에 담아 먹여주면 잘 받아먹습니다. 스테로이드와 각종 보조제 덕분에 현재는 침흘림이 전혀 없지만 목구멍 염증이 워낙 심한 케이스라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복용해야할 것 같습니다.
하나는 목구멍 염증이 심하여 예후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지속적인 케어가 필요한 아이를 방사할 수는 없습니다. 구내염을 앓고 있는 아이가 입양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우선은 하나를 가족으로 맞아줄 입양자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입양이 어렵다면 저희집의 막내로 맞아 하나에게 최선의 돌봄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입양이 되더라도 단기간에 성사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앞으로 1주 정도 더 삼단장에서 생활하게 하다가 기존 4냥이와 합사하여 케어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