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공원에 갔다가
벤치에 앉아 햇빛 쐬고 계시는 '츄리닝속 손 할배' 를 만났어요.
옷을 두꺼운 거 입고 계셔서 오늘 손 확인은 불가했구요. ㅎㅎㅎ
저를 보더니...대뜸 그러십니다.
고냥이가~~ ㅎㅎㅎ... 로 시작되는 말씀.
언젠가부터 나만 보면들... 동네사람들이 하나같이 시작하는 말.
고냥이가~~ ...................
할아버지는 공원 아랫쪽에 붙어있는 빌라에 살고 계세요.
저번에 제가 밥주는 삼색이 아가 죽어가는것도 일러주셔서... 입원중에 하늘나라 보냈구요.
이렇게 저렇게 제가 모르는 공원 고냥이들 소식을 알려주십니다.
그리고 오늘은 새로 생긴 캣맘 소식을 전해주시네요.
할아버지댁 옆집에 젊은 부부가 산대요.
그 젊은 부부가 언젠가부터 사료를 주기 시작했대요.
출근전에 사료 한가득...물한가득을 놓고 간대요.
그러면 공원에 놈들이 어찌알고 그집에 몰려들어서 먹고 마시고...
할아버지 표현대로라면 양지에 자빠져 있대요. ㅎㅎㅎㅎ
할아버지.....괭이님들께 너무 격한 표현이세요.
자빠져 있다니요.... 앞에 '처' 가 들어가야하는데. ㅋㅋㅋ
요즘 이상하게 급식소중 한곳에 사료가 조금 덜 없어진다 했더니
몇몇은 그집에서 배를 불리고 있었나봐요.
할아버지께서 말씀 전해주시는데...제가 그집에서 밥 얻어먹는 길냥이가 된것처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하네요~ 그러고 있었네요.
80이 넘으셨다는 '츄리닝속 손 할배' 께서도
새해부터는 제발 손을 보여주면서 공원에 오시면 더 더욱 감사하겠는데......
고냥이들이 물어뜯을까봐 그러시는지... ㅎㅎㅎ
예전에 노래방 사장님께...할아버지를 어찌 해달라고 제가 일러바쳤는데..
할아버지가 그러셨대요.
가려워서 긁는데 왜 지랄이냐고...
노래방 사장님이 한성깔 하는데 그랬대요.
그렇게 가려우면 집에서나 긁으라고,...
나와서 가려우면 어쩌냐고....
그러면 나오지 말고 집에나 계시라고..
이렇게 두분이서 말씨름을 벌였는데... 결국 할아버지가 이기셨어요.
그래서 몇년동안 계속 긁으시고 계시는건지 어쩐건지...
어쩌다 할아버지 그러고 있는거 볼때마다 ... 괜히 하늘을 봐요.
하늘에 티끌하나 없는데도 뭔가를 찾는척 아주 오래 오래 올려다 봐요. ㅎㅎㅎ
괭이들 밥주다 들키면 엉뚱한짓( 체조하는척, 전화받는척, 먼지 터는척. 뭐 줍는척 등등) 하는것도 모잘라서...
이제 마른하늘에 날벼락 칠까봐 하늘도 힐끔거려야 하는 요상한 아줌마로 보이겠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