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 가면 백두산 할배가 운동 열심히 하세요.
왜?
제가 백두산 할배라고 부르냐면요.
이 할배가 사실 나랑 민쯩 까고 보면 나이차도 기껏해야 열살 조금 넘을까?
그런데 시종일관 저를 보면 반말 이십니다.
퍼뜩 생각난게 " 반말마~~~ 반말마~~" 를 외치는 그룹 백두산이 생각나서에요. ㅎㅎㅎ
하여간 이 할배...아니 이 아저씨...
첫만남부터 이랬습니다.
" 뭐해~~~? "
첨엔 누구 부르나 했습니다.
내가 아는 목소리는아니지만 아줌마 오지랍땜에 뭐시당가? 하고 올려다보니
거기에 그할배가 서서 내가 코코랑 그래이 밥주는걸 보고 있더라는겁니다,
" 아~~ 네~~"
성의없는 대답속에 마음이 꼬부라지기 시작했어요. ㅎㅎㅎ
어찌라고? 왜 말꽁댕이는 집에다 두고 와서 반말질일까? ....
" 밥을 왜 줘? 공원에 도둑괭이들 엄청 많아도 다들 살이 통통한데? "
" 아~ 네~ " 저....다중이처럼 또 웃습니다.
속으론...."아이구~ XX 두 풍년이시네~ 괭이들이 아무리 뚱뚱해도 아저씨 몸매보다 나아요~ 이거 왜 이래요? "
자꾸 말시킵니다.
"맨날 갖다줘? "
" 아니요~ 운동나왔다 보이면 가끔 줘요~ "
가끔 주긴....특식은 매일 나르고 고정 식당도 있는걸...ㅎㅎㅎ
할배는 언덕위 운동기구 있는곳....나는 언덕 아래 구석탱이에서... 피곤하기 짝이 없고
밥준다고 뭐라하는 인간들과 어쩌면 똑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어요.
이제 대꾸하기도 귀찮아 녹음기를 목에다 달고 다니다가...누가 밥준다고 뭐라고 하면
찰깍 녹음기 작동시켜서 들려주고 싶어요.
" 얘들을 밥만 주는게 아니고 중성화수술을 시켜서 발정소리도 안나게 하고 쓰레기봉투가 어찌고 저찌고
살아봤자 2-3년 사는 가여운 중생들 좀 눈감아주시고 쏘알라 쏘알라......"
쏘알라 거리면서 다시 할배를 유심히 봤습니다.
참 ~~ 몸매 쥑이십니다. ㅎㅎㅎ
저번에 우리 코코한테 짱돌 던진 할배랑 형제이신지...
얼큰이시고...목 없으시고... 얼굴과 곧바로 붙은 가슴... 가슴보다 더 나온 배....짧고 오짜다리...
눈....와아~ 눈 대박~~ 지글 지글 버글버글....눈에서 기름이 끓고 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에....마지막으로 한마디 올렸습니다.
"공원에 애들 학대하는 할아버지들이 몇분 계신데 못하게좀 하세요~ 벌금 천만원에 징역도 1년 사셔야 하니..."
그리고 그다음부턴.... 귀 안들리는척 했습니다.
제 특기에요.
귀안들리는척.... 구석에서 쓰레기 줍는척.....
식당에 사료 부어주다 들키면....요즘 집나간 고양이 찾는중이라고 거짓뿌렁. ㅎㅎㅎㅎ
이제 날씨가 점점 좋아지니...
집앞에도 할머니들이 포진해 계십니다.
지난 겨울동안 동네 집집에 숟가락들이 줄었나 ...몇개 늘었나... 그 참견들 하고 싶으셔서
해질때까지 나와서 이바구들 하고 계시니...
난 또 눈치가 삼백단 되게 생겼습니다. ㅎㅎㅎ
어찌됐던...
좀있음 백두산 할배 운동 끝날 시간이니...닭가슴살 삶은거 들고 공원에나 가야겠습니다.
오늘도 반말 하시면...
백두산할배가 아니라 맛동산 할배라고 부르려구요.
나이가 들면 외로워서 그런가..남의 일에 참견도 많고..고집불통에..외골수가 되나봅니다..
제발 남의 빌라 주차장에 돗자리 깔고 앉아서 떠들지 않았으면..
밥먹으러 오는 애들이 눈치보다가 그냥 가더라구요..